제 1 장  형  제
7회
 
죽어 늘어진 호랑이의 다리를 묶고, 긴 막대기를 그 사이에 질러서 두 사냥꾼이 둘러메었다.
 
무송이 유유히 앞장을 서고, 그 뒤를 호랑이를 멘 두 사냥꾼이 따르며 고갯길을 도로 내려간다.
 
고개 밑 마을에 이르자 소문은 삽시간에 퍼졌고,
남녀 노소할 것 없이 무슨 경사라도 난 듯, 혹은 희한한 구경거리라도 생긴 듯 모여들었다.
 
그 사나운 식인 호랑이를 맨주먹으로 때려잡았다니 정말 놀라운 일이었고,
도대체 어떻게 생긴 사람인지 그 주인공이 궁금하기도 했던 것이다.
 

이장(里長)이 나와서 무송을 맞아들였고, 호랑이는 그 집 마당에 갖다 부려졌다.
 
소식은 곧 현청에 전해졌고, 얼마 뒤에 관원 한 사람이 찾아와서
무송에게 어디 사는 누군지, 그리고 호랑이를 잡게 된 전후 사정을 물었다.
 
얘기를 듣고나자 관원은 눈이 휘둥그래지며 정말 대단한 일을 했다고 칭송을 아끼지 않았다.
주위에 앉았던 마을 유지들도,
 
“천하 장사로구려”
 
“호걸이라도 이만저만한 호걸이 아니라니까”
 
“호걸일 뿐 아니라, 우리 고장의 큰 은인이지 뭔가”
저마다 한마디씩 감탄의 말을 지껄였다.
 
이미 날이 저물어서 무송은 그날 밤을 그 집에서 묵게 되었다.
사냥꾼들이 가지고 온 몇 가지 산짐승 고기를 비롯한 푸짐한 안주에
집에서 특별히 빚어 비장해 놓은 좋은 술을 실컷 대접받고 얼큰히 취한 무송은
코까지 호걸답게 드르릉 드르릉 요란하게 골면서 잠들었다.
 
이튿날 아침 무송은 붉은 비단으로 장식한 교자에 몸을 싣고 현청을 향해 마을을 떠났다.
물론 때려잡은 호랑이도 여러 명의 장정들이 들것에 싣고서 뒤따르고 있었다.
 
일행이 지나가는 길거리에는 구경꾼들이 몰려나와
환호성을 지르고 손뼉을 쳐대기도 하면서 온통 야단들이었다.
무슨 큰 축제라도 벌어진 듯 했고, 개선장군(凱旋將軍)을 환영하는 것 같기도 했다.
 
무송을 태운 교자와 호랑이를 실은 들것이 현청 정문을 들어서는 것을
현지사는 정청(政廳)에 앉아 멀리 바라보고 있었다.
 
교자와 들것은 정청 앞뜰에 와서 놓였고, 무송은 교자에서 내려섰다.
 
칠 척 거구의 젊은 거인(巨人)을 보자 지사는 가만가만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호랑이를 때려잡을만한 사내로구나 싶었던 것이다.
 
지사는 시중드는 관원을 시켜서 무송을 정청 위로 올라오도록 했다.
 
앞에 와서 큰절을 하고서 앉은 무송을 지사는 대견한 듯 바라보며 물었다.
 
“성명은 뭐며, 어디 사는 젊은인고?”
 
“무송이라하옵니다. 고향은 양곡현이고요.”
 
출 처 : 인터넷 한경 [2004.12.21] - 글/그림의 저작권 일체는 한경에 있음을 밝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