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 장  형  제
4회
 
이리 꾸불 저리 꾸불 길고도 험한 고갯길을 한참 걸어 올라가던 무송은
저만큼 앞에 마치 황소가 엎드려 있는 듯한 넓적하고 미끈둥한 검은 바위가 눈에 띄자
그 위에 가서 드러누워 한숨 자고 갈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뱃속을 가득 채웠던 술이 이제야 온통 주기를 내뿜는 듯
온 얼굴이 화끈거리며 눈앞이 약간 아른아른해 오기도 했던 것이다.
 
그런 경우에 무송은 만약 어떤 상대와 부딪치게 될 것  같으면
가장 억센 힘이 몸에서 뻗쳐나오는 터이지만,
그런 일이 없을 때는 절로 하품이 나오며 졸음이 오게 마련이었다.
 

 
 "아으윽”
 
커다랗게 하품을 한 번 하고서 무송은 몽둥이를 그 바위에 기대어 세워놓고,
그 미끈둥한 바위 위로 껑충 뛰어 올라 번듯이 드러누웠다.
식인(食人) 호랑이가 나타나는 산중이라는 것도 어느새 잊은 듯 그는 스르르 잠이 들려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난데없이 썰렁한 바람이 휘몰아쳐 왔다.
 
바람에 단풍든 나뭇잎들이 우수수 나부껴 떨어졌다. 어쩐지 느낌이 보통 바람과는 다른 것 같았다.
구름이 끓어 오르면 용이 나타나고, 난데없이 바람이 일면 호랑이가 나타난다는 말이 문득 떠올라,
무송은 번쩍 눈을 뜨고 벌떡 몸을 일으켰다.
 
아니나 다를까, 우거진 숲 속에서 한 마리의 호랑이가 모습을 나타냈다.
 
눈이 매섭게 찢어지고, 이마에 흰 털이 수북이 돋아났으며,
얼룩덜룩 온몸의 무늬도 유난히 요란한 황소만한 호랑이였다.
 
“으악!”
 
무송은 잠이 들려던 참이었기 때문에 놀라 소리를 지르며 후다닥 바위에서 뛰어내렸다.
얼른 몽둥이를 거머쥐고서 바위 뒤에 몸을 숨겼다. 
 
배도 고프고 목도 말라 있던 호랑이는
좋은 요기 거리가 생겼다는 듯이 어슬렁 어슬렁 바위를 돌아 다가오더니 우뚝 멈추어서
허리를 쭉 펴며 마치 하품을 하듯 아가리를 한 번 커다랗게 벌렸다.
 
그 시뻘건 아가리를 보자 무송은 절로 온몸에 좍 긴장이 흐르며 버르르 떨렸다.
술이 번쩍 깨는 듯했고, 몽둥이를 거머쥔 두 손에 불끈 힘이 주어졌다.
 
쭉 찢어진 날카로운 눈으로 무송을 노려보고 있던 호랑이는
별안간 꼬리를 번쩍 쳐들어 이리저리 두어 번 냅다 흔들더니,
 
“으흐흥!”
 
포효(咆哮)를 하며 훌떡 뛰어올라 달려들었다. 그 내지른 소리에 온 산이 쩌르렁 울린다.
 
무송은 잽싸게 몸을 날려 호랑이를 비켜 그 뒤쪽에 섰다.
 
허탕을 친 호랑이는 목이 짧기 때문에 얼른 뒤돌아보질 못한다.
성질이 급한 놈인 듯 그냥 앞발로 땅을 꽉 딛고서 냅다 뒷발로 걷어찬다.
 
무송은 재빨리 옆으로 몸을 날려 피한다.
 
출 처 : 인터넷 한경 [2004.12.16] - 글/그림의 저작권 일체는 한경에 있음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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