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 장  형  제
3회
 
형이 어디론지 떠나버린 뒤 무송은 혼자서 외로운 세월을 보내다가,
몇해뒤 어느날 울적한 심정을 견디지 못해서 이 주막 저 주막을 돌아다니며 술을 실컷 퍼마셔 버렸다.
두주불사(斗酒不辭)인 그도 워낙 대음(大飮)을 하자 그만 정신이 아롱아롱하도록 취해 버렸는데,
마침 길거리에서 아니꼬운 녀석 하나를 만나게 되었다.
현청의 벼슬아치였다.
평소에 유달리 못되게 굴고 고약하게 노는 놈이어서 속으로 별러 오던 터였는데,
마침 잘 만났다 싶었다.
무송은 그만 단단하고 넉넉한 주먹으로 그녀석의 턱이 옆으로 삐딱하게 돌아가고,
팔 하나가 꺾어진 채 길바닥에 벌렁 나가뻗어질 지경으로 두들겨 패주었다.
 

관원을 그 지경으로 만들어 놓았으니 줄행랑을 칠 수밖에 없었다.
무송은 창주(滄州) 횡해군(鐄海郡)에 있는 시진(柴進)의 집을 찾아갔다.
 
시진이라는 사람은 주(周)나라 황제였던 시세종(柴世宗)의 직계 자손으로
의(義)를 중히 여기고 재물을 하찮게 생각하며,
천하의 호걸들이 식객들이 자기 집에 와서 머무르는 것을 기뻐하고 돌보아주는 그런 인물이었다.
 
그래서 그를 흔히들 전국시대(戰國時代)에 항상 수천명의 식객을 거느렸던
제(齊)나라의 공족(公族)인 맹상군(孟賞君)과 비슷하다고 해서 작은 맹상군이라고 일컫기도 했고,
시대관인(柴大官人)이라는 별명으로 부르기도 했다.
 
그 집을 찾아간 무송을 시진은 한 눈에 보통 젊은이가 아님을 알아보고서
자기 집에 머물도록 해주었다.
 
그 집의 식객이 된 무송은
어쩌다가 재수없게 학질에 걸리는 바람에 황달까지 생겨서
그럭저럭 일년을 넘게 그곳에서 눌러있었다.
 
그러다가 몸도 완쾌되고, 형도 만나보고 싶고해서 무송은 고향으로 돌아가기로 마음을 먹고
그동안 신세진 주인에게 깊이 머리를 숙여 하직을 고하고서 그 집을 떠났다.
 
며칠을 걸어서 무송은 청하현에 이르렀다.
그런데 그는 형 무대가 청하현으로 옮겨와 있는 줄을 모르고  있었다.
아직도 고향인 양곡현 어딘가에 살고 있는 줄만 알고서 그곳으로 가려고
지금 경양강이라는 고개를 넘으려 하고 있는 것이다.
 
잠시 앉아 쉰 무송은 몸을 일으켰다.
술기운이 훈훈하게 온몸을 돌고 있어서 한결 기운이 넘치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마에 흰 털이 돋았다니, 어디 어떤 놈인가 한번 만나보기로 할까”
 
무송은 중얼거리며 몽둥이를 쥔 손에 불끈 한 번 힘을 주었다.
그리고 그것을 옆구리에 끼고서 산신묘 앞을 떠나 서슴없이 다시 고개를 걸어 오르기 시작했다.
 
해는 아직 서천에 남아 있었으나, 이미 미시(未時)도 지난지 오래였다.
여러 사람이 무리를 짓는다 해도 통행을 할수 없는 시각이었다.
 
그런데도 무송은 아랑곳없이 더구나 혼자서 뚜벅뚜벅 고갯길을  올라갔다.
 
출 처 : 인터넷 한경 [2004.12.16] - 글/그림의 저작권 일체는 한경에 있음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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