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화 <허삼관 매혈기> 푸른숲

 마음이 불편하다. 이런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음, 이런 때에는 그냥 아무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 잘 대처하는 것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사실, 힘들지는 않다. 새로운 직장에서의 두려움과 합쳐져서 이 할일 없음이 편안하지 않은 것이다. 내 인생에서 이렇게 느긋하게 쉴 수 있는 때가 또 언제 있을 것인가. 그저 즐기면 되는 것이다. 시간이 다 해결해주는 문제이다.
이 불편한 곳으로 출근하는, 밀리는 전철에서 이 책을 읽었다. 고개를 들어보니 내려야 하는 전철역을 두 역 지나쳤고, 다시 꾸역꾸역 거슬러 올라가면서 욕이 나왔다. 오늘 알라딘의 서재들을 돌아다니다, 한 서재에서 밀리는 전철 타고 다니는 사람은 이해가 안 간다는, 왜 그 나이까지 자가용이 없느냐는 어처구니없는 말에 대해서 어이없어하는 글을 읽었다. 나도 같이 어이없어 화내다가, 아, 그래도 전철같은 대중교통으로 매일 출근하는 것은 싫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계속 전철이나 버스로 출근해야 하는데, 그만 싫어해야 할텐데.
음, 책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가면, 장이모우 감독의 영화 ‘인생’과 비슷하다. 다른 점이 많긴 하지만, 시대적 배경이나 약간의 냉소와 풍자가 대강 비슷하다. 앗, 금방 책 앞날개에서 ‘인생’의 원작자가 이 사람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아, 그랬던 거다.
점심을 먹고 나서 돌아오는 길에, 정말 재수없는 애를 보고 얼른 고개를 돌렸다. 일이나 공부에 대한 욕심이 많고 가식이 좀 심해서, 보면 느끼해져 콜라가 마시고 싶어진다. 옆에 있는 친구가 그래도 그 애의 태도가 여기 대학원에서는 통한다는, 그러니까 인정받는다는 그런 말을 했다. 물론, 알고 있었지만 그 애와 정반대의 성향을 가진 나는 도대체 어떻게 이 상황에 적응하나. 또 한 번 심란해지고 불편해졌으나, 여기서 생각 정지. 생각을 많이 할수록 더 힘들어질 뿐이다.
그런데, 이게 독서일기가 맞나. 할 일 없이 이렇게 짱박혀있으니, 이런 소소한 일기를 쓰는 일 밖에 없다. 다시, 책으로 돌아가고 싶으나 ‘인생’과 비슷하다는 감상이 들고 난 후에는, 아무런 생각이 안든다. 이렇게 소설처럼 농담으로 인생을 어떻게 때워볼까 했는데, 여기에서는 통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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