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내용이 이해 안 되는 이유를 번역의 문제로 돌려버리자.


 558쪽 

"XX가 52개예요." 

염색체 총 수가 52개이고, 그 중 성염색체는 XX로 여자아이라는 뜻일 거다.

이런 식으로 번역하면 마치 XX염색체만 52개 가지고 있다는 뜻으로 들리지 않는가.

(정상 여성의 총 염색체 수는 46개이며, 이 중 성염색체 2개 모두 X라서 XX라고 표기한다.)

 

"21번 염색체가 없어요?" 

-> "21번 염색체가 중복되지 않았나요?" 또는 "21번 염색체도요?" 정도로 번역해야겠지.

염색체 중복 중에 가장 흔한 경우는 다운 증후군으로,

가장 작은 염색체인 21번 염색체가 중복되어 3개가 된 경우이다.

21번 염색체가 정말 없으면 아예 태어나지도 못했다.

 

고등학교 생물 수준의 내용에서 이런 번역 문제가 나타났으니, 

그보다 더 어려운 내용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다. 

번역자도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 듯.

 

2. 원작을 따지자면...


1) 내가 알고 있기로는, 약간의 논란이 있긴 하지만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는 호모 사피엔스의 조상이 아닌 걸로 대부분 간주되고 있다.

현생 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의 계통은 호모 사피엔스가 등장하기 50만년 전에 분리되어,

한 때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가 동시대에 함께 존재하다가

네안데르탈인은 멸종된 것으로 추측된다.

네안데르탈인의 표본 뼈에서 추출한 DNA를 분석한 결과,

네안데르탈인은 멸종하고 현대인의 유전자풀에는 기여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네안데르탈인이 현대인의 조상이라는 설정을 유지한다고 해도,

과학자들의 논쟁에서 이 문제가 전혀 언급되지 않는 것은 정말 이상하다.

 

2) 소설의 막바지에서 나오는 신인류는

태어나자마자 말을 하고 노래도 부르고, 아무튼 좀 더 성인에 가깝게 태어나는 모양인데,

사실 인간은 영장류를 포함한 다른 동물들에 비해 미성숙한 상태로 태어난다(특히 뇌나 두개골).

그리고 바로 이 점이 지능이나 학습에서 인간을 동물들보다 뛰어나게 만드는 점으로 작용한다.

(스티븐 J. 굴드가 그의 책에서 미키마우스 그림까지 보여주면서 열심히 설명한다. 책 제목이 생각이 안 난다.)

 

*소설에서 이런 걸 따지는 게 좀 우습기도 하지만,

 그래도 명색이 과학 소설이고, 앞부분에서 어려워보이는 분자생물학적 이야기를 장황하게 했다면,

 이런 부분까지 고려했어야 한다고 본다.


*몇 년 전에 이 소설의 원서를 e-book으로 얻었으나

  나의 영어 실력을 생각할 때, 절대 읽을 것 같지 않아 나중에 그냥 지워버렸다.

  번역본을 읽으면서 아쉽긴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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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ahir 2014-12-28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재 인류에게 네안데르탈 인의 유전자가 일부 있다고 한다. 현 인류의 조상과 네안데르탈인 사이에 유전자 교류가 있었던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