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바레스와 캐럴라인 냅의 책을 동시에 읽다.


벤 바레스 자서전의 절반은 자신의 실험실에 했던 연구들에 대한 요약이다.

온갖 생소한 전문 용어들이 힘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넘겨버리지 못하고 끈질기게 차근차근 읽었던 이유는,

그 연구 사실 나열이 절박하게 느껴진 탓인가 싶다.

나도 죽기 전에 내가 했던 일들을 이렇게 정리해낼 수 있을까.

이렇게 대단한 일을 해낸 것도 아니니, 나는 쓸 것도 없겠구나.

존재에 대한 혼란과 자살 욕구를 견디고 살아남아,

자신의 일도 성공해내고, 다른 이들에게도 도움을 주었던 삶이라니.

내 삶이 이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조금은 가치있었으면 좋겠다. 


캐럴라인 냅의 책은 리뷰만으로도 깜짝 놀랐다.

나처럼 불안하고 힘들게 산 사람들이 많았던 거였어? 하고.

그래, 

불안하고 흔들리면서 내 밖에서 구원을 찾았던 그 20대에 읽었으면

나 자신을 좀 더 쉽게 용서할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과, 

번역자가 말한 것처럼, 

저자가 좀 더 나이들 때까지 살아남아서 중년과 노년의 삶에 대한 글을 썼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지금과 미래의 나와 화해하는 데 도움이 될 텐데하는 아쉬움에, 어찌할 줄 모르겠다.

냅의 책이 위로나 치유를 위한 책이거나 자기계발서도 아니지만,

그 글이 이렇게 흔들리는 삶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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