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연애가 마지막 희망이다
무라카미 류 지음, 김자경 옮김 / 제이북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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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최근에 나온 무라카미 류의 책 가운데, 그나마 읽을만한 책. 메일진의 칼럼으로 연재되던 글이어서 그런지 읽기에도 부담이 없다.

사회/경제적 관점으로 우리가 말하는 "연애질"이란 것에 대하여 실랄하게 이야기 한다. 말 그대로 능력없는 자에게는 연애도 없다-이다. 그런데 이 아저씨의 뇌는 아주 오래전에 이미 굳어버린 것인가. "사람은 모두 다르다"는 인정한다. 평등 따위는 없으며, 자신의 사회적 위치와 능력, 경제적 부의 소유 여부에 따라 인생은 정말 많이 달라진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ㅡ_ㅡ;; 1987년에 나온 "사랑과 환상의 파시즘"에 등장한 자신의 주장과 한치도 달라진 것이 없는 거잖아...ㅡ_ㅡ;;

그래도 이 책이 읽어볼만 한 것은, 우리가 알고 있으면서도 말하지 않고 있던 "연애와 결혼"이라는 관계가 가지고 있는 사회적인 현실에 대하여, 적나라하게 까발리고 있다는 거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연애에는 돈이 든다(연애의 리스크와 코스트, 그리고 이익) ㅡ_ㅡ; 그리고 괜찮은 사람-이라는 말에는 경제적으로도 왠만큼은 안정된-이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사실 제대로 따지자면, 류의 말 그대로 연애할 자격이 있는 사람은 얼마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갈 수도 없다. 우리는 매스미디어에 때문에 마치 누구나 연애를 해야하고, 연애를 할 수 있는 것처럼 착각하고 있을 뿐인지도 모른다. ... 그래야 TV 드라마도 먹고 살고, 잡지도 먹고 살고, 음식점도 먹고 살고, 극장도 먹고 살고, 호텔도 먹고 살고, 기타 등등 연애 관련 사업들이 먹고 살지 않겠는가.

...물론, 개인에게 연애가 필요한가 아닌가-는 전혀 다른 문제지만. (이때 떠오는 신경림 아저씨의 "가난한 사랑노래")

여기까지 읽다가 조금 화가 났을지도 모를 당신에게,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는 말자. 그저 재밌게 읽고 웃어버리면 그 뿐. 무라카미 류는, 뭐- 스포츠 신문같은 작가니까. 혐오스러운 극단을 달리는 척 하는 작가이니까. 그 극단으로 달리는 점이 매력이라고? 그치 ㅡ_ㅡ 하드코어 포르노 같은 작가지. 그런데 왠지 정말로 극단이란 이름을 붙여주기에는 좀 우습다. 자신이 입수한 정보와 포르노적인 선정성을 버무려넣은 것을 작품 ㅡ_ㅡ이라고 볼 수 있을까나... 

- '이 사람은 좋은 사람이기 때문에 좋아하지 않으면 안돼'라고 생각한다고 이성이 좋아지는 사람은 별로 없다는 얘기다. '이 사람은 재벌 후계자니까 좋아해야겠다'라는 식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있을 지도 모르겠다. '의사에도 호화 맨션을 가지고 있다고? 으흠, 바로 작업에 들어가야지'라는 식의 진부한 타입도 꽤 될 것이다. 그러나 그런 개발도상국형 사고방식이 일본에서는 아무래도 하층계급에 국한되는 일일 것이다.p30

- 브랜드는 차이를 은폐한다. p21

- 남자에게 의존해 살아가는 여자는 자신의 운명을 타인에게 맡기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그것은 분명, 굉장한 위험이다. 현명한 여자는 자신이 남자를 선택할 수 있기를 바랄 것이다. 그 기준은 생활비를 자신이 벌 수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에 관한 것이 된다.

- 감각이 타인과 관계가 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p33

- 연애는 결국 가장 확실한 사업이 될 것이다. 자신을 비싸게 팔 수 있는 남자와 여자는 만나는 장소야 어떻든 비즈니스 자격으로 연애가 성립될 것이다. p40

- 연애에 관한 에세이인데 어째서 고도경제성장시대의 이야기를 하는 것일까, 라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연애가 그 시대의 라이프 스타일에 크게 의존한다는 사실을 명시한다면 쉽게 이해가 되실런지?

- 몰락의 가능성과 혼란이 지배하는 사회에서는 어떻게 살면 좋을까, 라는 것을 생각하지 않아도 그럭저럭 해결되는 듯한 문화가 준비되어 있다. 그런 문화는 받아들이는 대상의 사고를 없애 버려야만 무리가 따르지 않는다. 예를 들어 다이어트, 에스테(피부 관리), 패션, 텔레비젼의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코미디, 텔레비젼 게임(플레이스테이션), 가요나 가라오케(노래방) 같은 것들이 그것이다. p82

- 연애를 본뜨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은 커플도 있다. 텔레비젼 드라마나 소설 속에 박혀있던 연애라는 개념을 단지 모방하고 있는 것뿐인 듯한 연애. 모두들 연애하고 있는 것 같기 때문에 자신도 연애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 모두들 좋아하는 사람과 섹스를 하기 때문에 나도 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런 것은 아닐까?음악의 움직임이 끝나는 일은 있어도 인류로부터 연애라는 개인적인 움직임이 끝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연애가 가능한 사람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연애를 모방하는 행위가 앞으로는 더욱더 늘어날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p138

- 외모뿐 아니라 인간적인 매력도 없고 경제력까지 없는 남자가 연애의 상대를 찾기란 지극히 어려워지고 있다. 하지만 냉정히 생각하자면, 세상에는 그런 남자가 압도적으로 많다. p149

- 무엇을 하면 좋을지를 모르고, 시간이 남아도는 사람은 무심코 쓸데없는 생각을 하기 쉽다. 자신은 쓸모없는 사람은 아닐까, 라든지 누도고 자신을 사랑해 주지 않는 것은 아닐까, 라든지. 반대로 한 번 관계를 가진 이성은 자신에게 빠져 결코 싫어질 리가 없다고 생각한다거나, 스무번이나 섹스를 했으니 절대로 자신을 싫어할 리는 없다든지, 그런 말도 안되는 일들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곤 한다.
집중할 일이 없으므로 자신과 그 주변의 일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 바쁜 사람은 스토커가 되기 어렵다. 상대의 아파트 앞에서 내내 서 있는 것도, 아무말 없이 전화만 거는 것도, 우선은 시간이 필요하다. P179

- 한 번 섹스를 했다고 해서 자신의 소유물처럼 취급하는 것도 의존이고, 지배하려고 하는 것도 의존이다. 상대방의 시간이나 자유를 침하해고, 상대방의 시간이나 자유를 빼앗고 지배하는 것으로 애정을 확인하려고 하는 것, 이런 것들이 모두 의존이다. P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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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rom Red Shadow 2008-10-20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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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골라주는 여자
유난희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3년 2월
평점 :
품절


명품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한번 읽어둘만한 책.

명품이 어떤 역사를 가지고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어떤 사람들이 사용하면 좋은지에 대하여 간략하게, 하지만 꽤 사고 싶게 적어놓았다.

뭐랄까, TV 카메라 앞에 임하는 자세로 글을 쓴 느낌. 쇼호스트로서 본연의 자세를 잃지 않고 있는 모습이 좋다고 해야 하나 나쁘다고 해야 하나. 하나 분명한 것은, 모든 것은 여러가지 면을 가지고 있으며, 그 가운데 어두운 면에 대해서는 거의 의도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적지 않았다. 예의상 몇가지를 이야기해줄법도 한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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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하는 저녁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에쿠니 가오리의 책은, 솔직히 말하자면, 꼭 읽어봐야지- 하고 끌리는 것은 없다. 요시모토 바나나나 가네시로 가즈키, 끔찍해 하면서도 결국 손이 가고 마는 무라카미 하루키와 무라카미 류와도 다르다.

읽기 싫지도 않고, 글을 못쓰는 작가도 아닌데, 뭔가 중요한 양념이 빠진 느낌. 그렇다고 신경숙처럼 자신의 안으로 침잠하는 것도 아니고, 유미리처럼 막막한 벽을 느끼지도 않는다. 읽다보면 아- 일본 소설이다, 란 느낌이 팍팍 오는데도, 뭔가 너무 밋밋하다. 문장에 딸려들어가는 맛도 없고.

무슨 이유 때문인 것일까 ㅡ_ㅡ;

정말 이 사람들은, 이렇게, 심심하게 살아가는 것일까. 뭔가 울고 불고 하는 것도, 치고 받고 물고 뜯고 하는 것도 없다. 그저 조금 소심하고 쪼잔하긴 하지만, 나름대로 쿨- 한 사람들만 한상 가득 나온다. 심지어는 가장 독특한 캐릭터인 하나코까지도. ...(여담이지만, 하나코면, 한국식으론 화자 ㅡ_ㅡ*라는 이름인 건가...)

이 소설 안의 사람들은 서로 뻔뻔스러울 정도로 상처주고 상처받으면서도 담담하다. 이상할 정도로 그렇다. 게다가 죽어라고 엇갈리게만 사랑한다. 실질적인 주인공인 하나코가 가지고 있는 매력도, 자세히 살펴보면 (내 멋대로 생각이지만) 동생을 너무 사랑하기에 타인에게는 무심해 질수 있는, 뭐 그 정도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 같은데(나름대로 어찌할 수 없는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있는 거겠지만).

응? 아니라고? 하나코의 존재는 유령, 지나가는 바람, 마치 아무것도 바라지 않기에 더 갈구하게 되는 그 무엇 같다고? ... 당신 바보냐. ㅡ_ㅡ; 에쿠니 가오리의 서문에 속아버린것 아니냐.

만약 책의 서문에 나타난 ‘스쳐 지나가는 혼’이 하나코라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에쿠니의 말장난에 걸려든 것 뿐이다. ‘미련과 집착과 타성으로 가득한 애정’에 대한 이야기라고? 이게 그런 마음에 대한 이야기면.... 신경숙의 소설은 아예 포르노겠다..ㅡ_ㅡ;; 

아- 그렇지만, 그럭저럭 읽을만은 하다.. 그냥 그렇다.
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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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자작나무 > 최고의 부동산 재테크 책

한달동안 읽은 부동산 책 9권 중 가장 내용이 괜찮은 책을 순서대로 5가지를 올려봅니다.

1.집도사고 돈도버는 부동산투자 완전정복... : 주택으로 대별되는 부동산에 관한 가장 완벽한 지침서입니다. 내용이 알차기 때문에 실제 부동산 투자나 집을 사실때 여러번 펼쳐 볼 수 있는 유익한 책입니다. 읽어가면서 탄복을 하게 되는 내용이 많이 있습니다. 이 책과 관련해서 매일경제출판사에서 나온 2004 확 바뀐 부동산 꽉 잡는 투자법이란 책을 함께 읽는 다면 서로 보완이 될 것입니다.

2.오르는 부동산을 사들이는 100가지 방법... : 이 책은 초보자용입니다. 부동산에 대한 지식이 없는 분들이 심심할  때 잠시 읽어 볼 수  있는 내용입니다. 어렵지 않고 쉽기 때문에 큰 무리가 없습니다. 다만 실제 투자와 관련해서는 내용이 빈약하기 때문에 다른 책을 겸용으로 읽어야 할 것입니다. 이 책과 비슷한 내용으로 같은 저자의 [큰 돈 없이 부동사늘 사들이는 100가지 방법]이란 책이 있는데, 두권중에 한권만 보시면 무난하실 겁니다.

3.돈되는 부동산 경매로 싸게 사들이기... : 경매에 대한 초보자용 책입니다. 쉽게 쓰여져 있기 때문에 작은 돈으로 부동산 경매를 처음 시작하는 분이라면 많은 도움이 될 듯합니다. 그러나 초보자용이기 때문에 이 책 한권으로 경매에 임하기는 무리일 것입니다. 같은 저자가 집필한 [부동산 경매로 큰 돈 벌어들인 알부자들의 숨은 노하우]를 함께 읽는다면 많은 도움이 됩니다.

4. 땅도사고 돈도버는 부동산 투자 완전정복... : 상당히 깊이 있는 땅 책입니다. 그동안 땅에 대한 전문적인 투자 안내서가 없던 상황에서 [한국의 땅부자]와 이 책 두권이 거의 비슷한 시기에 출간되었는데 두 책 모두 내용이 상당히 좋습니다. 이 책은 정부정책과 관련 법률에 기초하여 부자되는 땅 투자법을 알려주고 있고, 한국의 땅부자는 기자가 오랜 기간동안 만난 땅투자자들의 투자사례를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쓰고 있습니다.  두 책 모두 상당히 괜찮습니다.

5. 개미가 부자되는 부동산 지식 2권... : 기초편과 실전편으로 나뉘어져 나왔습니다. 2권으로 나오다 보니 언급된 내용이 상당히 방대합니다. 기초편보다는 실전편이 실생활이나 투자측면에서 도움되는 내용이 많이 있습니다. 어쩌면 기초편과 실전편의 짜투리 내용을 빼고 한권으로 만들어 주셨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초보자용으로도 괜찮고, 준투자자용으로도 괜찮은 책입니다.

다른 책들도 여러권 있지만, 이들 5가지 책과 그리고 함께 언급한 다른 책들이 최근에 읽은 부동산 책중에서 내용이 알찬 책들입니다. 저의 독후감이 다른 독자여러분에게도 도움이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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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이솝since1977 > [주니어]-동화

100만 번이나 산 고양이 - 사노 요코-




백만 년이나 죽지 않은 고양이가 있었습니다.
백만 번이나 죽고 백만 번이나 살았던 것이죠.
정말 멋진 얼룩 고양이였습니다.
백만 명의 사람이 그 고양이를 귀여워했고,

백만 명의 사람이 그 고양이가 죽었을 때 울었습니다.
고양이는 단 한 번도 울지 않았습니다.



한때 고양이는 임금님의 고양이였습니다.
고양이는 임금님을 싫어했습니다.
임금님은 싸움 솜씨가 뛰어나 늘 전쟁을 했습니다.
그래서 고양이를 멋진 바구니에 담아 전쟁터에 데리고 다녔습니다.
어느 날 고양이는 날아온 화살에 맞아 죽고 말았습니다.
임금님은 전쟁이 한창인데도 고양이를 껴안고 울었습니다.
임금님은 전쟁을 그만두고 성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성의 정원에 고양이를 묻었습니다.



한때 고양이는 뱃사공의 고양이였습니다. 고양이는 바다를 싫어했습니다.
뱃사공은 온 세계의 바다와 온 세계의 항구로 고양이를 데리고 다녔습니다.
어느날 고양이는 배에서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고양이는 헤엄칠 줄을 몰랐습니다.
뱃사공이 서둘러 그물로 건져 올렸지만 고양이는 바닷물에 푹 젖은 채 죽어 있었습니다.
뱃사공은 젖은 걸레 같은 고양이를 안고 소리 내어 울었습니다.
그리고 머나 먼 항구 마을의 공원 나무 아래에 고양이를 묻었습니다.



한때 고양이는 서커스단 마술사의 고양이였습니다.
고양이는 서커스 따위는 싫었습니다.
마술사는 날마다 고양이를 상자 속에 집어놓고 톱으로 쓱싹쓱싹 상자의 반을 잘랐습니다.
어느 날 마술사는 실수로 고양이를 정말 반으로 쓱싹쓱싹 자르고 말았습니다.
마술사는 반으로 잘린 고양이를 두 손에 들고 소리 내어 엉엉 울었습니다.
아무도 박수를 치지 않았습니다.
마술사는 서커스단의 천막뒤쪽에 고양이를 묻었습니다.



한때 고양이는 도둑의 고양이였습니다.
고양이는 도둑을 아주 싫어했습니다.
도둑은 고양이와 함께 어두컴컴한 동네를 고양이처럼 살금살금 걸어다녔습니다.
도둑은 개가 있는 집에만 도둑질을 하러 들어갔습니다.
개가 고양이를 보고 짖는 동안에 도둑은 금고를 털었습니다.
어느 날 고양이는 개에게 물려 죽고 말았습니다.
도둑은 훔친 다이아몬드와 고양이를 껴안고 소리 내어 엉엉 울면서 어두운 밤거리를 걸었습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좁다란 뜰에 고양이를 묻었습니다.



한때 고양이는 홀로 사는 할머니의 고양이였습니다.
고양이는 할머니를 아주 싫어했습니다.
할머니는 매일 고양이를 껴안고 조그만 창문으로 바깥을 바라보았습니다.
고양이는 온종일 할머니의 무릎 위에서 꼬박꼬박 졸았습니다.
그러다 마침내 고양이는 나이가 들어 죽고 말았습니다.
쪼글쪼글한 할머니는 쪼글쪼글하게 죽은 고양이를 껴안고 하루 종일 울었습니다.
할머니는 정원 나무 아래에 고양이를 묻었습니다.



한때 고양이는 어린 여자 아이의 고양이였습니다.
고양이는 아이를 아주 싫어했습니다.
여자 아이는 고양이를 업기도 하고 꼭 껴안고 자기도 했습니다.
울 때는 고양이의 등에다 눈물을 닦았습니다.
어느 날 고양이는 여자 아이의 등에서 포대기 끈에 목이 졸려 죽고 말았습니다.
머리가 덜렁거리는 고양이를 안고 여자 아이는 온종일 울었습니다.
그리고 고양이를 뜰 나무 아래에다 묻었습니다.
고양이는 죽는 것 따위는 아무렇지도 않았습니다.



한때 고양이는 누구의 고양이도 아니었습니다.
도둑고양이였던 것이죠.
고양이는 처음으로 자기만의 고양이가 되었습니다.
고양이는 자기를 무척 좋아했습니다.
어쨌든 고양이는 멋진 얼룩 고양이였으므로, 멋진 얼룩무늬 도둑고양이가 되었습니다.



암고양이들은 모두들 그 고양이의 신부가 되고 싶어 했습니다.
커다란 생선을 선물하는 고양이도 있었습니다.
먹음직스런 쥐를 갖다 주는 고양이도 있었습니다.
진귀한 개다래나무를 선물하는 고양이도 있었습니다.
멋진 얼룩무늬를 핥아 주는 고양이도 있었습니다.
고양이는 말했습니다.
"나는 백만 번이나 죽어 봤다고, 새삼스럽게 이런 게 다 뭐야!"
고양이는 그 누구보눼? 자기 자신을 좋아했던 것이죠.



그런데 딱 한 마리, 고양이를 본 척도 하지 않는 새하얗고 예쁜 고양이가 있었습니다.
고양이는 하얀 고양이 곁으로 다가가,
"난 백만 번이나 죽어 봤다고!"
라고 말했습니다.
하얀 고양이는
"그러니."
라고만 대꾸할 뿐이었습니다.
고양이가 은근히 화가 났습니다.
안 그렇겠어요. 자기 자신을 가장 좋아했으니까요.
다음날에도 그 다음날에도 고양이는 하얀 고양이에게 다가가 말했습니다.
"너 아직 한 번도 죽어 보지 못했지?"
하얀 고양이는
"그래." 라고만 대꾸할 뿐이었습니다.



어느 날 고양이는 하얀 고양이 앞에서 빙그르르,
공중 돌기를 세번 하고서 말했습니다.
"나 서커스단에 있었던 적도 있다고."
하얀 고양이는
"그래."
라고만 대꾸할 뿐이었습니다.
"난 백만 번이나...."
하고 말을 꺼냈다가 고양이는
"네 곁에 있어도 괜찮겠니?"
라고 하얀 고양이에게 물었습니다.
하얀 고양이는
"으응"
이라고 대답했습니다.
고양이는 하얀 고양이 곁에 늘 붙어 있었습니다.



하얀 고양이는 귀여운 아기고양이를 많이많이 낳았습니다.
고양이는 이제
"난, 백만 번이나....."
라고 말을 절대로 하지 않았습니다.
고양이는 하얀 고양이와 아기고양이들을 자기 자신보다 더 좋아할 정도였습니다.



마침내 아기고양이들이 자라서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녀석들, 아주 훌륭한 도둑고양이가 되었군."
이라고 고양이는 만족스럽게 말했습니다.
"네에"
라고 하얀 고양이는 말했습니다.
그리고 야옹야옹 부드럽게 울었습니다.
하얀 고양이는 조금 할머니가 되었습니다.
고양이는 한층 부드럽게 야옹야옹 울었습니다.
고양이는 하얀 고양이와 함께 오래오래 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느 날 하얀 고양이는 고양이 곁에서 조용히 움직임을 멈췄습니다.
고양이는 처음으로 울었습니다.
밤이 되고 아침이 되도록, 또 밤이 되고 아침이 되도록 고양이는 백만 번이나 울었습니다.
아침이 되고 또 밤이 되고, 어느 날 낮에 고양이는 울음을 그쳤습니다.
고양이는 하얀 고양이 곁에서 조용이 움직임을 멈췄습니다.



그리고는 두 번 다시 되살아나지 않았습니다.





너도 언젠가는 울게 되겠지.
내가 지금 다시 환생 할 수 없듯이.
하지만 저 고양이는 행복했겠지.
"네 곁에 있어도 괜찮겠니?"
라고 물을 수 있었던 것 만으로도.

너도.
언젠가는
더 환생하지 못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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