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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나의 고장난 시간
마가리타 몬티모어 지음, 강미경 옮김 / 이덴슬리벨 / 2021년 6월
평점 :
이제까지 읽어왔던 시간여행자와는 조금 다른, 색다른 시간여행자의 이야기
앉은 자리에서 500페이지 가량이 넘는 책을 한번에 다 읽어버렸다. 그만큼 우나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우나의 시간여행은, 내가 여태까지 읽어왔던 시간여행에 대한 이야기들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였다.
보통 내가 읽어왔던 시간여행은, 대부분 자신이 원하는 시간대로 이동해서 (혹은 원하지 않았더라도) 어떠한 사건을 해결하고 다시 현재의 시간으로 돌아도는 이야기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들은 과거이든, 미래이든 이동한 후에 결국 자신이 살고 있는 현재로 되돌아도는 것이었다.
하지만 우나의 타임리프는 조금 많이 달랐다.
일단, 우나의 타임리프는 한마디로 제멋대로, 뒤죽박죽이었다. 2015년이었다가 2003년이었다가 1995년이었다가 2017년이었다가. 어떠한 패턴도 없이 제멋대로 였다.
그녀의 첫 리프는 19살때 일어났다. 19살인 우나는 51살인 우나의 몸에서 눈을 뜨게 된 것이었다. 훌쩍 흘러버린 시간 속에서, 그녀는 얼마나 두려웠을까?
매년 1월 1일 그녀는 새로운 시간 속에서 눈을 떴다, 매년마다 리프를 반복한 것이다.
하지만 어느 년도에 눈을 뜰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그녀는 알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계속해서 나아갈 수 있었던 것은 그녀가 믿고 의지하는 또 그녀를 믿고 의지하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표적으로 그녀의 엄마를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녀의 엄마는 평범한, 엄마의 이미지와는 조금 달랐다.
자유롭다고 이야기 해야할까, 어찌되었든 그녀는 때로는 그녀의 멘토처럼 ˖로는 그저 친구처럼 그녀를 대했다. (정말 친구처럼 싸우기도 하고)
하지만 애정이 가득했음을 글로도 느낄 수 있었다. 그녀의 엄마는 그녀의 곁에서 항상 그녀를 지켜봐주고 응원했다.
우나도 그녀를 의지하고 있었다. 그녀의 삶 속에서 엄마는 크고 소중한 존재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삶을 살아가면서 이러한 존재가 있다는 것, 이러한 유대감을 쌓아간다는 것은 큰 행운인 것 같다. 내 곁에도 이러한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되었든, 우나의 타임리프가 많이 다르다고 생각한 이유에 대해서 다시 이야기하자면
우나는 매번 이전의 우나에게 새로운 해에 눈을 뜰 우나를 위해 남겨둔 편지를 받았다. 하지만 그 편지가 그렇게 도움이 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삶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정보들과 약간의 팁이 적혀있었지만 우나가 어떠한 삶을 살아왔는지 또한 어떠한 사건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적혀있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스포일러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었다. 그녀의 삶에서 중요한 일들은 하나도 적혀있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우나는 아픔과 슬픔, 고통, 배신 그리고 후회 등을 마주했다. 다가오는 불행을 피하지 못했다. 하지만 다가오는 행복과 행운을 있는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답답하기도 했지만, 이것은 우나의 선택이자 결정이었다. 우나는 미래나 과거를 사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시간여행자라고 불리긴 하지만 그녀는 그녀의 삶에 다가오는 크고작은 사건들을, 좋은 사건이든 나쁜 사건이든 직접 몸으로 부딪히고 있었다.
우나는 그저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한 여성이었다. 단지 시간의 순서가 뒤죽박죽, 고장난 시간을 살고 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