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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어른들 - 고통의 중심축에서 보내는 절실한 위로
부순영 지음 / 도서출판이곳 / 2021년 8월
평점 :
사하와 연숙(사하의 어머니) 그리고 휘광(사하의 아버지) 이야기가 번갈아가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한 시간이 아니라 각각의 시간 속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는 점이 굉장히 독특하게 느껴졌다. 각각의 시점은 흔히' 청춘' 이라고 불리는 시점이었는데 보통 청춘이라고 하면 찬란하게 빛나는 시절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들의 삶은 그러지 않았다. 그들의 청춘은 바다 저 아래의 깊은 곳 마냥 어둡고 캄캄했다.
그들의 사정은 조금씩 달랐지만, 어찌되었든 찬란하다라고 이야기 할 수는 없을 같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칠흙같은 어둠이 있을 뿐이었다. 오빠의 방황으로 인해 계속 해서 빚은 쌓여가지만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지 못해 집안의 눈치를 보면서 계속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던 사하, 물을 무서워했지만 돈을 벌기 위해 물질을 나갔던 연숙, 공부를 하고 싶었지만 집안 사정때문에 기술을 배워야 했던 휘광. 그들의 사연 하나하나 읽으며 나의 지난 날들을 생각해봤다.
나 역시도 그들만큼은 아니었지만, 포기한 것들이 있었다. 물론 그만큼 노력을 했는가? 라는 질문에 100% 그렇다라고 이야기할 자신은 없지만 말이다. 어찌되었뜬 때때로 내 생각대로 되지 않는 현실에 눈물 흘리는 날도 있었던 것 같다.
중간에 사하의 공무원 준비에 대해 부정적으로 이야기하는 김밥집 아주머니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아주머니의 속사정에 대해 나오는 점이 인상깊기도 하고 생각의 전환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던 것 같다.
김밥집 아주머니가 사하의 공무원 준비에 부정적이었던 이유는 바로 자신의 딸 때문이었다. 그녀의 딸도 10년 넘게 임용을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처음 한 두해는 다음엔 붙을 수 있겠지 하는 생각이 들지만 그것이 점점 늘어날수록 지치게 되는 것이다. 뒷 이야기를 읽으며 그녀가 사하에게 그렇게 이야기 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서 알 수 있었다. 속사정을 알아버린 기분이랄까. 사하가 정말 딸과 같은 상황이었기에, 차마 자신의 딸에게는 할 수 없지만 하고 싶었던 말을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들은 사하의 입장에서는 정말 기분 나빴을 것 같다. 자기 딸에게는 할 수 없는 이야기를 다른 누군가의 딸에게는 한다는 것이, 속사정을 알고난 후에는 조금 이해가 갔지만 그래도 오지랖이라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았던 것 같다. 열심히 해보려던 마음을 밟는 것 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찝찝한 마음이었다.
그런 칠흙같은 어둠 속에서도 가끔 물 속에서 보는 달빛처럼 희미하지만 빛은 보였다. 하지만 그 잠깐 동안의 희미한 빛 때문인지 그 빛이 사라지면 더욱 어두캄캄해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조금이라도 보이던 희망이 사라지면, 더욱 절망에 빠져버리기 마련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들은 포기하지 않고 또 다른 빛을 찾아 다시 나아갔다. 사하는 오랜기간동안 준비하던 공무원 시험을 포기하고 취직을 준비했다. 이력서를 쓰고 면접을 보러 다녔다.
사실 나 역시도 이제 대학교 4학년 2학기, 즉 졸업반이기 때문에 차차 취업을 준비해야한다. 공무원 준비도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인지 이런 사하의 이야기에 가장 몰입되어 읽었던 것 같다.
마지막까지 사하는 빛을 보고 또 잃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저 빛을 잃어버린 채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다시 또 다른 빛을 찾기 위해 일어나 나아간다. 과연 그 길이 또 다른 빛을 향해 나아가는 길일지 아닐지는 모르겠지만, 중요한 것은 일어나 나아가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일어나 나아가는 것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