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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소나를 위하여 - 이우 소설집
이우 지음 / 몽상가들 / 2021년 6월
평점 :
페르소나를 위하여 / 이우
페르소나를 위하여는 짤막한 이야기들을 모아둔 단편모음집이다. 각가의 이야기들에서 ' 무언가를 갈망하는 ' 주인공들을 만나 볼 수 있다.
이야기들 하나하나가 다 여운이 깊게 남았다. 어떻게 보면 조금 오싹하기도 하달까. 하나의 미스터리 영화를 본 것 같은 그런 기분이었다. 뿐만 아니라 생각하게 만들었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나를 생각하게 만들어주는 소설이 좋다. 재미와 교훈을 둘 다 얻어가는 기분이랄까.
어찌되었든, 매력을 한가득 가지고 있는 책이었다.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이야기는 바로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페르소나를 위하여' 라는 에피소드였다. 왜냐하면 나 역시도 인스타그램을 비롯하여 블로그 등 다양한 SNS를 즐겨하기 때문인 것 같다. 심지어 어찌보면 지금도 나는 SNS를 하고 있는 것이니 말이다. 물론, 등장인물처럼 인플루언서는 아니지만. 특히 인스타그램은 예쁜 사진을 올려서 하트를 받는 구조는 사람을 굉장히 그것에 빠져들고 집착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것 같다. 실제로 나 역시도 사진을 올렸을 때 '좋아요'를 많이 받으면 기분이 좋아지니 말이다. 최근에는 이 좋아요를 숨기는 기능도 생겨났지만. 물론 SNS 자체를 나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나의 소통 창고가 될 수도 있고 나만의 공간 그리고 나만의 기록장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때때로 주체가 뒤바뀐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다. 인스타그램을 위해 삶을 살아가는 느낌이랄까? SNS를 어떻게 활용해나가느냐가 정말 중요한 것임을 느꼈다.
이 외에도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그저 자신이 해오던 것을 갈망하는, 하지만 결국 갑오개혁으로인해 과거제가 폐지되어 갈망하던 것을 잃어버린 자의 이야기 '갑오년의 유가'
그리고 성형을 통해 예뻐지면서 먹이사슬의 한 단계 위로 올라간 자의 이야기 '생태교란종' 의 이야기도 인상깊게 읽었다.
갑오년의 유가를 읽으면서 특히 이제는 10년이 아니라 5년 또는 더 짧은 시간이면 강산이 변한다 라는 말이 떠올랐다. 그만큼 사회가 빠르게 변화하고 많은 것들이 새롭게 생겨나고 또 많은 것들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나는 과연 이러한 사회에 발맞추어 함께 나아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아닌 걱정이 조금 들었다.
그리고 생태 교란종을 읽으며 성형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성형을 통해 주인공은 많은 남자들의 대쉬를 받기도 하지만, 친하다고 생각했던 친구와 멀어지기도 했다. (그 친구를 친구라고 하는게 맞는 것인지도 잘 모르겠지만) 조금 찝찝한 감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자신의 컨플렉스를 고치는 것에 대해서는 찬성한다. 자신의 외모에 자신이없어서 내성적이고 움츠렸던 그녀였지만 성형 후 외모에 자신이 생겨 당당하고 자신감 있는 사람으로 변했다. 친구는 그런 그녀의 모습이 마치 다른 사람 같다고 이야기 했지만 그 또한 그녀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녀의 다짐처럼 '행복해지길' 빌어본다.
페르소나를 위하여는 작품해설이 존재한다. 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작품해설은 맨 마지막에 읽는 것을 좋아한다. 작품해설을 먼저 보면 왠지 스포를 당한 기분이랄까. 그리고 내가 작품 해설과 같은 생각을 하면 정답을 맞춘 기분이고, 다른 생각을 했더라도 해설을 보며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는 그 시간이 즐거웠다.
대표적으로 '야생의 사고' 의 작품해설을 읽으며 그 즐거움을 느꼈는데, 나는 단순히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빠르게 적응하는 것 만을 생각했다. 하지만 해설에서는 이 뿐만 아니라 상황에 따라 갈망하는 것이 달라지는 것, 즉 '가치'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주고 있었다. 그가 원래 살던 곳을 '사회' 그리고 조난 당한 곳을 '야생' 이라고 칭해본다면 사회에서 정말 소중하게 여기던 롤렉스 시계는 야생에서는 그저 도구로 전략해버리고 대신 울퉁불퉁한 피부를 갈망하게 된다. 그리고 구조되어 다시 사회로 돌아온 후에는, 울퉁붕퉁한 피부는 잊어버리고 롤렉스 시계를 갈망한다. 이를보며 정말 가치라는 것은 상황에 따라 부침개를 뒤짚듯이 확 바뀔 수 있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가치란, 영원한 것이 아니었다.
이처럼 다양한 생각 주머니를 만들 수 있었던 재미있던 책이었다. 300페이지가 좀 넘는 책이지만 앉은자리에서 금방 읽어내려갔다.
P. 112
갑자기 이 모든 것이, 내가 갈망하는 이 모든 것이 하찮게 여겨질 뱃고동 소리가 들려올 것만 같다.
P. 238
먹이사슬의 피라미드에서 한 단계 위로 올라간 기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