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레이와는 문화적 취향이 맞는게 하나도 없었다.
그는 영화도 음악도 책에도 무지한 공학도였고
나는 그런 그를 구박하며 소통되지 않음에 답답해 하곤 했다.
하지만....
헤어진 지금 그와 있었던 일을 추억해보면
참 고맙고 행복한 시간을 나에게 남겨 주어서 감사하다...
그가 내가 좋아하는 음악, 책을 안봤다고 해서 우리가 덜 사랑했던 것도 아니고 좋은 시간을 못보낸 것도 아니다.
나를...외로웠던 나를 따뜻하게 보듬어준 사람이었고
나에게 항상 따뜻했던 사람이었다.
어제 커프1호점에서 윤은혜가 열에 들뜬 목소리로 스튜디오 안에서 이선균에게 악기별로 자신의 느낌을 말해주는데 그가 떠올라 갑자기 눈물이 주르르 흘렀다.
이유도 없이 눈물이 주르르 흐르는데... 정리됐다고 생각됐던 내 마음이 그게 아니었음에 스스로도 놀랐다.
하지만
책 읽는 취향도 음악듣던 취향도 정치적 취향도 같고
내가 호감 있었는데 그 또한 나에게 호감이 있었음을
그 서로의 호감이... 그게 얼마나 행복한 경험인지 알게 해준 그에게 온 편지에
그닥 기쁘지도 않고 답장을 쓸 의욕도 없으며 떨리는 기쁨도 못 느끼겠는 나에게
순간의 감정으로 확 타오른 사랑과
서서히 타오른 작은 불씨 같았던 사랑의 차이를 느끼게 해주었다.
아무리 취향이 같다고해도 인간 그 자체가 좋은 것보다는 못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