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말론 할머니 - 작은 책 2
엘리너 파전 지음, 에드워드 아디조니 그림, 강무홍 옮김 / 비룡소 / 1999년 1월
평점 :
절판
국제 안데르센상과 카네기상, 그리고 루이스 캐롤 문학상 까지 그녀의 이름앞에는 그녀의 명성을 설명하는 많은 상들이 붙습니다. 그리고 마침내는 1959년에 그녀의 모든 작품에 영국 여왕상이 주어졌다는 그 엘리너 파전의 작품입니다.
많은 분들이 <작은책방>이라는 엘리너 파전의 작품을 접했을 텐데요. 저도 역시 <작은 책방>을 통해 엘리너파전의 작품을 처음 대하고 그 환상적인 분위기에 폭 빠져 그녀의 작품을 두리번 거리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발견한 책이 <말론 할머니>입니다.
우선 작가와 내용은 뒤로 하고도 정말 한손에 꼭 들어오는 조그만 책으로 가슴에 품고다니고 싶은 예쁜 책입니다. 카키색의 따뜻한 책표지가 책의 내용을 암시하고 있는 듯합니다. 비룡소의 작은책 시리즈 중의 두번째 책이기도 하구요.
세상살이가 녹녹치 않음을 그래서 가끔은 사람들과 사람들 사이에 이제는 너무나 칼처럼 차가워진 관계만 남았다는 그 관계들 사이에도 스산한 바람만이 남았다고 믿어가는 분들이 계신다면 가끔씩은 이런 책으로 감정순화를 하시는 것도 좋은 듯 합니다.
호젓한 숲가에 혼자 가난하게 살고 있는 말론할머니 접시엔 빵조각,난로에는 냄비하나뿐, 말동무 하나 없는 외롭고 쓸쓸한 생활....벙거지와 목도리를 쓰고 숲가에서 땔감을 줍고 밤이면 차가운 마룻바닥에 낡고 거칠한 천을 깔고 지친몸을 뉘이는 그런 생활. 그러나 그 어느누구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아무도 신경 써주지 않는 가난하고 늙은 말론 할머니가 있었습니다.
그 말론 할머니에게 어느 겨울 흰눈이 발소리마저 소리없이 묻혀버리도록 쏟아지던 월요일 조그만 참새 한마리가 찾아옵니다. 그 참새한마리를 할머니는 마치 할머니 자신인양 돌봅니다. 그리고 그 뒤로 모두 갈데 없고 가난해진 동물들이 할머니를 찾아옵니다.
화요일은 고양이가, 수요일은 여우가, 목요일은 당나귀, 금요일은 허기진 곰이 찾아왔고 그럴때마다 할머니는 너무나 부족한 자신의 모든 것들을 나누어 주며 그것을 큰 기쁨으로 알았습니다. 그러다 토요일 저녁 할머니는 마침내 잠들었고 어느 누구도 잠든 할머니를 깨우지 않았습니다.
동물들은 밤새도록 할머니를 등에 태우고 걸어 천국의 문앞에 이르렀고 그 앞에서 만난 천국의 문지기 베드로는 가난하여 가진 것 하나 없고 집도 보잘것없고 좁았으나 넓고 큰 마음으로 그 동물들 모두를 품어준 말론 할머니를 천사의 자리에 앉혔습니다.
이 책을 접으며 문득 신문 귀퉁이에 여담처럼 실리던 각종 할머니들을 떠올렸습니다. 욕쟁이 할머니,김밥할머니,삯바느질 할머니,수산시장 할머니......
평생을 어렵게 살았던 그 할머니들은 평생을 그렇게 가진것 없이 보잘것 없이 소외와 외로움 속에서 살며 번 전재산을 더 힘들게 살고 있는 이들을 위하여 아무런 미련도 없이 쾌척하곤 했습니다. 진정 이나라 모든 기부문화의 선봉장이요 대들보였습니다. 그 숱한 할머니들이요.....
점점 자기것만 챙겨가고 자기 것만 옳다하는 이 세상 요즘 사람들에게 무엇인가 깨달음을 주는 책이었습니다. 작은 책, 짧은 글이었지만 그 여윤은 이토록 노래 남습니다. 흑백의 펜그림 속에는 따뜻함이 묻어 나옵니다.
각박한 세상살이에 염증이 난 어른들이 읽으면 그래도 아직은 우리 사는 어느 곳곳에 이런 또다른 말론할머니가 있으리라는 희망으로 한동안은 따뜻하게 버틸 수 있을겁니다. 내 아이는 진정 나누는 삶을 , 사랑을 실천하는 삶을 그 안에서 삶의 의미를, 깨달음을 알아가는 사람으로 키우고 싶다면 아이와 함께 이 책을 읽기를 권합니다.
이번 주말엔 부끄럽지만 사랑의 리퀘스트에라도 전화한통 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