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 뿌뿌 비룡소의 그림동화 36
케빈 헹크스 글 그림, 이경혜 옮김 / 비룡소 / 199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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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6학년 때 친구들이 가지고 다니는 지갑필통은 부러움의 대상이었습니다. 나는 엄마를 일주일을 졸라 결국은 지갑필통을 샀습니다. 물론 그 사이 나의 비닐 자석 필통을 칼로 조금 찢어 놓는 만행(?)을 비밀리에 진행시키는 노력이 있긴 했지만요.어쨌든 그렇게 갖게 된 헝겊으로 된 지갑필통은 더없는 저의 보물이었습니다. 수업시간에 책상에서 떨어져도 소리하나 내지 않아 선생님의 싫은 표정을 받지 않아도 되었고 무엇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기분...뭐랄까... 괜히 어른이 된 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저는 서른이 된 지금도 그 필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중요한 시험이 있을 때마다 그 필통에 시험 볼 때 쓸 필기구를 넣어갑니다. 그 필통에 대한 지독한 애착은 이미 하나의 징크스로 굳어져 버렸습니다. 이십년 가까이 굴러온 필통은 촌스럽기 그지 없고 솔직히 이제 정말 버릴때가 싶으면서도 그동안의 추억들과 이야기들이 묻어있기에 쉽사리 포기가 되지 않더군요.

내 사랑 뿌뿌의 이야기도 그렇습니다. 귀여운 생쥐 오엔에게는 어린 아가때부터 함께 해 온 노랗고 보드라운 담요 뿌뿌가 있습니다. 엄마 아빠는 오웬이 어릴 적 덮었던 담요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모습이 싫어 여러 가지 방법으로 뿌뿌를 버리려고 하지만 오웬의 뿌뿌를 향한 애착과 집착은 좀처럼 그런 것들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습니다.

결국 부모님의 오웬을 위해 어떤 결정을 내렸을 까요? 그것은 바로 오웬을 이해하기로 한 것이었습니다. 오웬에게서 무조건 뿌뿌를 빼앗으려 하지 않고 자르고 자르고 재봉틀로 박고 해서 오웬이 늘 들고 다닐 수 있는 손수건으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이제 오웬은 어딜 가든지 뿌뿌와 함께 입니다. 이제 오웬의 부모님은 늘 담요를 끌고 다니는 오웬을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 글을 읽고 생각했습니다. 가끔 우리는 아이들이 하고 싶어 하는 일은...그것이 다소 우리가 세워 놓은 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해서 싹뚝 잘라버리고 가위질해서 모양을 내는 건 아닌지. 가끔 우리는 아이들이 소중해 하는 것들을.....그것이 다소 하찮고 보잘것 없어 보인다고 해서 함부로 단정지어버리는 건 아닌지. 앞으로는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겠습니다.

무조건 “안돼.하지마.”를 무섭게 내뱉는 엄마,혹은 선생님 대신 조그만 아이들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이고 아이들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그리하여 나의 기준들과 아이들의 이야기 사이에서 적절한 평형을 유지하는 것,,,,정말 노력해야겠지요 좋은 엄마가 되는 것,좋은 선생님이 되는 것,,,,,,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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