뉘앙스 - 성동혁 산문집
성동혁 지음 / 수오서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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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과 슬픔, 진정으로 그것을 느껴본 사람만이 아름다운 이야기를 쓸 수 있을 거란 막연한 생각을 했었던 적이 있었다. 마냥 기쁘고 오글거리는 상황이나 감정의 아름다움이 아닌 진실로 참된 아름다움을 느낄 것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시인 성동혁. 그의 산문집 <뉘앙스>. 그의 이야기야말로 내가 찾던 아름다움이 아닐까?



시인으로 등단한 지 10년, 그는 어린 시절 다섯 번의 대수술을 받았고, 지금도 투병 중이라고 한다. 말할 수 없이 힘들고 아팠을 텐데 왜 그의 문장은 그런 내색이 전혀 없는 것일까? - '우는' 슬픔보다 '울지 않는' 슬픔이 더 슬프게 느껴질 때가 있다. 곁을 지키는 일은 힘들다. 한 사람의 언저리에 낮은 의자를 가져다 놓는 일. 그것은 사랑의 다른 말 아닐까. 하지만 슬픔은 너무 쉽게 찾아오고 계속 있을 것 같은 자세로 머문다. 나는 당장 일어서고만 싶다. - 이 문장들은 다 그의 시선에서, 그의 마음에서 나온 문장들이다. 


이 산문집엔 병원에서의 이야기와 그의 아픔이 존재했으며 다정한 친구, 사랑하는 가족 그리고 곁에 머물러주었던 사람들의 이야기 또한 존재했다. 그래서인지 차가우면서도 담백하게 느껴졌다. 그들이 있었기에, 그를 살게 했던 진실한 아름다움 덕분에 그의 시와 이야기가 시작되었고 지금 이 순간에도 이어지고 있을 것이다.


그는 우리에게, 나에게 말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고. 당신의 사람들이 항상 곁에 있다는 것을 잊지 말라고. 그의 담담한 위로가 참 고마웠다. 그의 또 다른 이야기를 기다려보려고 한다. 오직 그만이 쓸 수 있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말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향수를 사게 된 계기야. 예전의 향이 남아 있으면 방 밖으로 걷지 못할 것 같아서. 산방산처럼, 친구처럼 용감하게 걸으려고. 그런 문장을 적으려고. 숲의 향을, 산의 모습을 닮으려고. - P40

어쩌면 나는 정말 시인이 되기 위해 여전히 걷는 사람일 수도 있다. 시집을 읽고 나서부터 아주 먼 곳에 있는 사람까지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 자주 울컥하고 자주 기쁘다. - P114

허무함과 뿌듯함이 느껴졌다. 여백이 생기는 만큼, 생각이 채워지겠지. - P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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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케
매들린 밀러 지음, 이은선 옮김 / 이봄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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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천한 하급 여신이었던 키르케. 운명을 뒤집은 키르케는 자신의 내면에 숨 죽여있던 마녀를 깨운다. 유배된 섬 아이아이에에서 온갖 감정과 상황을 맞이하면서도 그녀는 자유를 더 만끽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에 더 집중하게 된다.



그 불씨를 일깨운 건 프로메테우스가 아닐까 싶다. "모든 신이 똑같을 필요는 없어." 그리스 로마 신화를 잘 알면서도 이렇게 생각해보지 못했다니. 저자는 정말 제대로 된 여성 서사를 남기고 싶었던 거 같다. 신들의 특성을 잘 알았음에도 이야기가 이어지지 않아 헷갈렸던 적이 많았는데, <키르케>를 읽으며 완벽히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한참 푹 빠져있었던 그 시절이 떠오르기도 했다.


키르케. 혼자가 된 그 시간 동안 그녀는 자신의 능력을 갈고닦았다. 그리하여 섬에 찾아오는 프로메테우스, 헤르메스, 다이달로스, 오디세우스와 동반자가 된다. 여기서 보이는 저자의 방식이 참 마음에 들었는데, '세상과 관계 맺는 방식을 남성 세계의 방식과 달리하는 것'이 바로 그 방식이었다. 그동안 관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담긴 책을 봐도 뭔가 아쉬움이 많았는데, <키르케>에서는 그렇지 않았기에 속이 다 시원했다.


자신의 분야에서 완벽한 다른 신들과는 다르게 마녀 키르케는 매 순간 성장하였다. 그렇기에 많은 사람이 매들린 밀러만의 <키르케>에 많은 공감을 하지 않았을까? 앞으로 <키르케>처럼 더 많은 여성 서사가 나오길 바라본다. 아직 숨겨진 이야기들이 가려진 여신들이 많을 테니.


*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다르다고? 낮고 우렁찬 삼촌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럼 생각을 해야한다, 키르케. 그들이라면 어떻게 하지 않겠는지. - P81

어둠 속에서 내 손을 오목하게 오므렸다. 나는 술책이 넘쳐나지도 않고 항성도 아니었지만 난생처음으로 거기서 뭔가가 느껴졌다. 그 안에서 앞으로 자라날지 모르는 희망, 살아 있는 숨결이었다. - P292

나는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았다. 지금 준비가 안 되었다 한들 언제는 준비될 수 있을까? 심지어 산꼭대기로 올라가지도 않았다. 그가 내 섬의 이 노란 모래사장으로 내려와 지금 이 자리에서 나를 마주하면 그만이었다. - P4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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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하기 싫어서 다정하게 에세이&
김현 지음 / 창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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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일상이지만 그의 글로 써 내려가면 신기하게도 더 솔직해지며 감성적이게 된다. 바로 소수자의 사랑을 서정적으로 풀어내는 시인이자 에세이스트 김현의 이야기이다. 이미 여섯 권의 에세이집을 발간했다는 저자의 일곱 번째 에세이 <다정하기 싫어서 다정하게>는 솔직 담백하며 진심이 담겨 있었다.



스물다섯 편의 이야기. 직장인으로서 살아가는 저자의 이야기와 시인으로서 살아가는 저자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데, 각기 다른 주제와 감정이지만 나중에 하나의 이야기가 되는 느낌을 받는다.


누구나 한 번쯤 겪는 상황과 감정들인데 그가 표현한 것은 정말 진실하고, 따뜻하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시인이기에 그런 것일까? 아니다. 저자 그 자체로 진실하고 따스한 사람이기에 글에도 묻어나는 게 아닐까 싶다.


성소수자로서 이 사회를 살아가는 이야기 그리고 함께 많은 것을 겪어온 연인 이야기 등 저자의 삶과 가치관을 더 알 수 있었고, 좀 더 이해할 수 있었다.


위트와 유머가 섞여 있었지만 뼈 있는 말이 담긴 에세이 <다정하기 싫어서 다정하게>. 그런데도 소소한 희망이 다가왔다. 다정하기 싫었지만 다정한 저자의 이야기. 시린 겨울엔 저자의 문장이 오래도록 생각날 것 같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의 여름 이야기에는 언제나 습기와 열기를 머금은 밤의 공기, 시원한 바람이 한번씩 불어오고, 밤의 고유한 흐름에 맞춰 자전거 페달을 밟고 닿지 못할 곳(마음)을 향해 닿을 듯이 나아가다가 멈춰 서 있다가 다시 돌아온다. - P27

내가 아니라 물건이 나를 잃어버리기도 한다. 잃어버린 물건은 대체로 당신에 의해 발견된다. - P104

요새는 시 청탁도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1인 문예지를 만들어볼까 생각합니다. 실행하진 않을 겁니다. 괴로울 걸 알고, 흥미로울 걸 알고 뭣보다 제가 시만 쓰는 게 아니라서 그렇습니다. - P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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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매진되었습니다 - 생각하는 사람이 아닌 행동하는 사람의 힘
이미소 지음 / 필름(Feelm)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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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 속 감자를 연 매출 100억의 진주로 만든 사람이 있다. 춘천에서 명물이 되어버린 바로 그 '감자빵'이다.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저자는 아버지의 감자 농사를 돕기 위해 과감히 춘천으로 향했다. 끝없는 좌절과 실패에도 굴하지 않고 다시 일어나 연 매출 100억, 연간 60만 명이 방문하는 '감자밭'의 대표가 된 저자의 스토리. 참 멋졌다.



도시를 떠나 귀농 또는 귀촌하는 게 말은 쉽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특히 이십 대라면 더욱 그러지 않을까. 저자는 직장을 그만두고 농사를 짓고 감자를 팔기 위해 발 벗고 나섰지만, 열심히 일해도 돌아오지 않는 성과에 다른 시도를 하게 된다. 바로 상품을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춘천의 명물 '감자빵'인 것이다. 


아무것도 몰랐기에 두렵고 막막했을 텐데 저자는 그 많은 실패에도 좌절하지 않고 결국 성공을 이끌어냈다. <오늘도 매진되었습니다>는 총 4 파트로 나뉘어 저자의 가치관과 직접 경험한 순간들을 상세히 알려준다. 지금, 이 순간도 꿈을 찾고 이루기 위해 온 힘을 다하는 이십 대와 삼십 대들 특히 귀농과 귀촌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은 용기를 얻지 않을까 싶다.


예비 창업가나 사업가라면 꼭 한번 읽어보길 바라는 책 <오늘도 매진되었습니다>. 저자의 실용적인 노하우와 뭐든 해낼 수 있는 열정과 실행력을 통해 많은 영감을 얻길 바란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10년간 아버지가 감자에 애정을 쏟아 키우는 동안, 나는 줄곧 툴툴거리기만 했지, 진심으로 아버지가 하는 일에 관심을 가진 적이 없는 것 같았다. - P33

드디어 희망이 보였고, 우리는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했다. 시즌이 끝나기 한참 전부터 한여름, 가을 시즌 작물을 선정하고, 모종을 기르며 다가올 계절을 기약했다. - P117

용감한 선택의 순간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모든 사람이 옳든 그르든, 자기 선택에 책임지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본다. 그 과정에서 분명히 자신을 더 잘 알게 될 테니 말이다. - P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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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PEOPLE LEARN 하우 피플 런 : 러닝 이노베이션, 학습혁신전략
닉 섀클턴 존스 지음, 오승민 옮김 / 플랜비디자인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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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도 많은 기업교육이 실시되고 있다. 기업에 정말 필요한 교육이 있기도 하지만 굳이 할 필요가 있었을까에 대한 의문이 드는 교육이 있기도 하다. 따지고 보면 기업교육은 경영진보다 구성원들이 듣는 교육이다. 그렇기에 그들에게 맞는, 그들에게 필요한 교육이 필요한 것이다. <HOW PEOPLE LEARN>은 심리학적 이론을 근거로 새로운 교육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기업뿐만 아니라 학교든 그 어떤 곳에서 교육을 담당하는 곳이 있다면 꼭 한번 봐야 할 사항들이 가득 담겨있는 이 책은 총 9장의 챕터로 나뉘어 혁신적인 기업교육에 관해 이야기한다. 넘쳐나는 학습 자료들 사이 정말 추구하고 배워야 할 것을 정확히 짚어주는데, 성과 혁신 전문가인 저자답게 기술, 성과 그리고 개발 등 교육받는 사람들의 능력을 높여줄 수 있는 교육 설계 방법과 실전에 필요한 노하우를 아낌없이 알려준다.


'정서맥락모델', '푸시와 풀 방식', '5Di 학습설계 모델' 등 그동안 다뤄왔던 기업교육과는 다른 방식이라 새로웠다. 비슷하기만 했던 국내 기업교육에도 더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구성원이 꼭 필요한 학습이 필요할 것이다. 기업의 경영진 또는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부서라면 꼭 한번 읽어보길 바라는 책 <HOW PEOPLE LEARN>. 효과 있는 기업교육이 많이 생겨나길 바라본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제공되는 정보들을 ‘관련 없는 내용‘이라고 인식하는 학습자는 교육의 내용을 잊어버릴 가능성이 더 클 것이라고 자신있게 예측할 수 있다. 이러한 매우 중요하고도 구체적인 이유로 모든 교육 설계 프로세스의 중심에는 학습자의 관심이 있어야 한다. - P77

학습자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않고서는 효과적인 리소스나 경험을 설계할 수 없다. 학습 설계는 개인들이 관심을 두는 것에 대한 분석에서 시작해야 한다. - P175

디지털 환경은 물리적으로 만들 수 없는 탐색 기회를 제공할 수 있으며 때에 따라서는 종이에 인쇄된 것 또는 대화할 사람이 가장 좋은 자원이 될 수도 있다. 당신의 목표는 일 년에 한 번이 아니라 일상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 P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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