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르케
매들린 밀러 지음, 이은선 옮김 / 이봄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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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천한 하급 여신이었던 키르케. 운명을 뒤집은 키르케는 자신의 내면에 숨 죽여있던 마녀를 깨운다. 유배된 섬 아이아이에에서 온갖 감정과 상황을 맞이하면서도 그녀는 자유를 더 만끽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에 더 집중하게 된다.



그 불씨를 일깨운 건 프로메테우스가 아닐까 싶다. "모든 신이 똑같을 필요는 없어." 그리스 로마 신화를 잘 알면서도 이렇게 생각해보지 못했다니. 저자는 정말 제대로 된 여성 서사를 남기고 싶었던 거 같다. 신들의 특성을 잘 알았음에도 이야기가 이어지지 않아 헷갈렸던 적이 많았는데, <키르케>를 읽으며 완벽히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한참 푹 빠져있었던 그 시절이 떠오르기도 했다.


키르케. 혼자가 된 그 시간 동안 그녀는 자신의 능력을 갈고닦았다. 그리하여 섬에 찾아오는 프로메테우스, 헤르메스, 다이달로스, 오디세우스와 동반자가 된다. 여기서 보이는 저자의 방식이 참 마음에 들었는데, '세상과 관계 맺는 방식을 남성 세계의 방식과 달리하는 것'이 바로 그 방식이었다. 그동안 관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담긴 책을 봐도 뭔가 아쉬움이 많았는데, <키르케>에서는 그렇지 않았기에 속이 다 시원했다.


자신의 분야에서 완벽한 다른 신들과는 다르게 마녀 키르케는 매 순간 성장하였다. 그렇기에 많은 사람이 매들린 밀러만의 <키르케>에 많은 공감을 하지 않았을까? 앞으로 <키르케>처럼 더 많은 여성 서사가 나오길 바라본다. 아직 숨겨진 이야기들이 가려진 여신들이 많을 테니.


*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다르다고? 낮고 우렁찬 삼촌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럼 생각을 해야한다, 키르케. 그들이라면 어떻게 하지 않겠는지. - P81

어둠 속에서 내 손을 오목하게 오므렸다. 나는 술책이 넘쳐나지도 않고 항성도 아니었지만 난생처음으로 거기서 뭔가가 느껴졌다. 그 안에서 앞으로 자라날지 모르는 희망, 살아 있는 숨결이었다. - P292

나는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았다. 지금 준비가 안 되었다 한들 언제는 준비될 수 있을까? 심지어 산꼭대기로 올라가지도 않았다. 그가 내 섬의 이 노란 모래사장으로 내려와 지금 이 자리에서 나를 마주하면 그만이었다. - P4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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