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 없는 한밤에 밀리언셀러 클럽 142
스티븐 킹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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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좀 읽는다는 사람치고 소설가 스티븐킹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겁니다. 특히 장르소설을 사랑하는 사람치고는 더욱 그렇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킹의 소설을 단 한편도 읽어보지 못했습니다. 제겐 '스티븐킹 = 호러킹'이란 공식이 머릿속 깊이 박혀 있었거든요. 원체 호러물 좀비물을 싫어해서 그 명성은 수도 없이 들어왔지만 그이 소설을 읽어봐야지...하는 생각은 해본 적 조차 없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도 한편으론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원체 명성이 자자하니 도대체 얼마나?...하는 마음도 있었고, 독하디 독하다던데 그것 역시 도대체 얼마나?...하는 마음 또한 있었구요. 그렇게 여름도 다 가고 심지어 가을마저 다 가버려 숨을 내뿜으면 입김이 펄펄 나는 이 계절에 킹의 책을 펼쳐들었습니다. 날씨도 섬뜩, 이야기도 섬뜩. 그 섬뜩하고 독했던 4편의 이야기들의 간단평을 각각 따로 적어봅니다.

 

<1922>

  참 어이가 없습니다. 고작 땅 때문에 아내를 죽이는 남편, 그것도 아들과 합작으로 말이지요. 그런 어이없는 살인 행각 후에 두 부자는 점점 피폐해져 갑니다. 사람이 사람을 살해했는데... 그것도 사랑하는 아내를, 그리고 사랑하는 어머니를 살해했는데 당연하겠지요. 때문에 끊임없이 죄책감에 시달리며 환영을 보고 결국 아버지도 아들도 그리고 그들이 소중한 아내와 엄마를 죽이면서까지 지키려했던 그 땅 마저도 파국을 맞이하고 맙니다. 그러한 과정을, 아주 세심하고 구체적으로 그리고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특히 점점 파국으로 치닿는, 좀 격하게 말하자면 점점 미쳐가는 주인공의 심리 묘사가 아주 탁월했습니다. 거기에 쥐들이 등하하는 장면 묘사란 정말이지...으윽;;

  그런데 에필로그까지 읽고 나서야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주인공이 부인을 살해하면서 지키려 했던 그 땅이 '고작 땅 따위'가 아니었다는 사실을요. 아, 물론 그의 살인이 합당했단 이야기는 아닙니다. 소설 초반에 왜 아내는 남편에게 땅을 팔자고 했었는지를 생각해 보자는 것이지요. 그것은 그들이 살고 있던 땅에 '공장'이라는 문명이 들어서기 위해서였습니다. 조상대대로 농사 지으며 살아온 소중한 땅인데, 그 땅에서 가축 도살이 이뤄지며 그들 땅을 가로지르는 내에는 가축의 피가 흘러간다면... 그 어떤 농부가 그걸 견딜 수 있을까요? 이런 사실을 깨달은 후 제목을 다시 보니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왜 이 소설의 배경 및 제목이 1922였는지를요. 그리고 또 왜 주인공이 이 이야기를 서술하는 시점이 사건이 일어난 8년 후인 1930년이었는지를요. 이 시기에 미국의 빠른 경제 성장과 산업화, 그리고 찾아 온 대공황. 그 즈음에 위치해 있던 시절이었거든요. 저는 사실 세계사에 매우 취약한지라 이런 단편적인 지식밖에는 모르지만... 그럼에도 이 소설은 살인자의 죄책감과 파국과 함께 이런 과정 또한담아보려 했던 것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때문에 킹이 말하려던 진짜 끔찍하고 섬찟하고 공포스러운 존재는 무엇이었을지 계속 생각하게 됩니다.

 

<빅드라이버>

  '1922'가 살인자의 심리 묘사가 탁월한 이야기였다면, 이 작품은 피해자의 심리 묘사가 탁월한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이 작품집 속 네 편의 작품들 중 저를 가장 분노케 했던 작품이었습니다. 여성 독자라면 아마 누구나 그랬을 겁니다. 극악무도한 사이코패스에게 철저하게 능욕당한 후 살해당할 뻔 한 여성의 이야기거든요. 성폭행은 여성이 피해자 남성은 가해자란 공식이 역차별이니 뭐니 해도 남성과 여성의 신체적 차이와, 사회적 시선 덕에 대부분의 피해자가 여성인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참으로 씁쓸한 점은 성폭행을 당한 여성은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당한 일이 세상에 알려질까, 그래서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을까 두려워합니다. 강간범은 당당히 허리 펴고 다니며, 심지어 다음 피해자를 물색중인데도 불구하고 말이지요. 때문에 주인공은 쉽사리 신고를 할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그녀는 베스트셀러 작가거든요. 이 일이 알려지면 결코 원치 않은 유명세를 치러야할테니까요. 이런 주인공의 처절한 심리들이 정말이지 독하도록 세밀하게 묘사가 됩니다. 때문에 같은 여자로서 저는 주인공에 한없이 몰입하고 말지요. 때문에 그녀의 복수가 살인이라는 방법임에도 불구하고 정말이지 간절하게 그녀의 복수가 성공하길 빌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게다가 마지막 반전이랄지...는... 정말로 쓰디 쓰더군요. 어쩌면 네 작품중에서 가장 현실적인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작품은 이 작품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의 대사에서처럼... 상처 받은 그녀들이 부디 잘 이겨내기를, 그리고 더이상 그녀들이 더 늘지 않길 간절히 바래봅니다.

 

<공정한 거래>

  자신의 수명을 늘리는 대신 영혼을 팔아버린다는 이야기. 많이 들어봤음직한 소재입니다. 저는 이런 경우 절대로 구차하게 수명 따위 늘리지 않겠다...라고 생각했었지만, 만약 이 작품 속 주인공처럼 길어봐야 석달 밖에 살지 못하는 시한부 인생이라면... 그렇게 쉽게 거절할 수는 없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이 거래에서 수명과 교환하는 것은 영혼이 아닌 돈이며, 주인공이 가장 미워하는 사람의 인생입니다. 게다가 그 사람은 주인공의 인생에 훼방을 놓았으며, 그 훼방 덕분에 승승장구하며 현재를 살고 있는 사람입니다. 여태껏 주인공 덕에 잘 먹고 잘 살았으니 인생의 남은 반은 뒤바꾸어 주인공도 좀 잘 먹고 잘 살아 볼 수도 있는 것이니까요. 그래야 공평하지 않겠습니까? 남의 인생 팔아서 내가 승승장구 하는 삶....이 어찌 행복할 수 있겠느냐구요? 물론 저도 그렇게 생각했었지만... 이 작품을 읽어가다 보면... 행복할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자꾸만 듭니다. 때문에 이런 내적 갈등을 하고 있는 저 자신이 무서워지더군요. 마지막 장면에서 한없이 행복해 보이던 주인공의 모습이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행복한 결혼 생활>

  솔직히 제목을 보자마자, 이건 반어법이겠구나 싶었습니다. 당연히 주인공 부부의 끔직한 결혼 생활이 등장하겠구나 싶었지요. 그런데 주인공 부부는 실제로 행복한 결혼 생활을 누리고 있었습니다. 지극히 평온하고 행복한 27년의 결혼 생활. 하지만 그렇기에 우연히 밝혀지고 일어나는 사건은 더더욱 충격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27년을 함께 동고동락 하며 그 누구보다 믿고 사랑하던 배우자의 끔찍한 비밀을 알게 되었다면...? 근 30년을 매일 같이 살 부대끼며 살던 배우자가 알고 봤더니 온 세상을 들썩이게 한 희대의 살인마라면...? 정말 생각하기조차 싫습니다. 당연히 신고를 해야한다구요? 하지만 잘 생각해 보십시오. 사회가 범죄자의 가족들을 어떻게 대하는지. 곧 결혼을 앞 둔 딸이 있고, 이제 막 사업이 풀리기 시작하는 아들도 있습니다. 연쇄 살인범은 주인공의 남편이기도 하지만 주인공의 자녀들의 아버지이기도 합니다. 때문에 주인공은 망설입니다. 고민합니다. 그리고 주인공의 남편은 그런 그녀의 갈등을 알고 그녀의 입을 막습니다. 어제의 남편과 오늘의 남편은 조금도 다를 바가 없는데... 하지만 결코 같을 수도 없겠지요. 이런 주인공의 내면 심리 묘사가 탁월한 작품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녀의 결정에 응원을 하는 바입니다.

 

네 편의 작품을 읽고 제 머릿속에 박혀 있던 스티븐킹=호러킹..이란 공식은 좀 잘못되었구나...하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제 의식 속의 호러라는 것은 귀신이 튀어나오는 이야기인데, 스티븐킹의 이야기들은 심리 스릴러에 한없이 가깝더라구요. 세밀한 심리 묘사로 불러 일으키는 공포는 제취향에도 잘 맞으니까요. 그리고 닫는 글에서 보이던 소설 킹의 자부심 넘치면서도 겸손한 글들에 반했기에, 앞으로도 킹의 소설을 더 읽어보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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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연 2015-11-01 1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오랜만에 읽은 서평인데, 또 고맙게도 참 공감가는 글을 써주셨네요. 저는 스티븐 킹을 좋아하기는 하는데, 공포심을 자극하는 장면이 가끔 너무 리얼해서 어떤 공포소설은 이십여년 전 한 번 읽고 깊숙히 넣어 두었답니다. 제가 좋아하는 영화 쇼생크 탈출의 원작 단편도 스티븐 킹 작품이에요. 아마도 알고 계셨겠지만.. 짧은 소설인데 기회되면 한 번 읽어 보세요^^ 호러만 쓴 건 아니랍니다.

그녀,읽다. 2015-11-01 22:00   좋아요 0 | URL
댓글 감사드립니다^^ 이제 두루두루 킹의 소설을 읽어봐야겠어요. 일단 그가 쓴 첫 루리소설이라는 미스터메르세데스부터 독파해보려합니다^^

migi80 2015-11-02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서평 잘 읽었습니다. 저도 한번 읽어봐야겠어요~ 사실 저도 스티븐 킹의 책은 한번도 못읽었거든요.
너무 잔인하고 무서울 것 같아서요.
 
산산이 부서진 남자 스토리콜렉터 36
마이클 로보텀 지음, 김지현 옮김 / 북로드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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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p. 574 조, 나는 사람이 희망을 모두 잃는 순간이 언제인지 알아. 긍지, 기대, 믿음, 욕망이 모조리 사라지는 순간. 나는 그 순간을 지배해. 완전히 장악해버리지. 그리고 그 순간 내가 기다리던 바로 그 소리가 들려.............. 마음이 부서지는 소리. 뼈가 부서지는 것처럼 요란한 소리는 아니야. 그렇다고 심장이 저며지는 것처럼 부드럽고 축축한 소리도 아니지. 그건 하나의 인간이 얼마나 큰 고통을 받을 수 있는지 아연히 상상하게 되는 소리야. 가장 강력한 의지가 무너져내리고, 과거가 현재로 스며들어오는 소리. 너무나 높은 고음이라서 지옥의 사냥개들만이 들을 수 있는 소리.

 

영화 '변호인'을 보고 나온 관객들이 이렇게 외쳤다고 합니다. '나 오늘 곽도원 안티 카페 가입할 거다.'라고. 배우의 연기가 너무도 악랄하고 리얼했기에 있을 수 있었던, 어찌 보면 배우로선 최고의 찬사였지요. 영화 속 배경이던 시절에 전 너무나 어렸고, 또한 완전 시골 깡촌에서 살았기 때문에 이런 사회적 분위기 따위는 당연히 전혀 몰랐었습니다. 때문에 영화를 보고 그 고문 장면들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지요.(사실 전에도 이 시기를 배경으로 하는 여러 소설도 읽고, 영화도 몇 편 봤는데도 변호인이란 영화에서의 그 충격과 분노가 더욱 컸더랬습니다.) 그래서 영화를 본 날 많은 것들을 검색해 보았지요. 영화 속 곽도원이란 배우가 연기했던 인물은 실존 인물인지... 정말 그런 고문들이 행해졌었었는지... 등등. 그렇게 검색을 하던 전 더욱 큰 충격 받게 됐습니다. 영화 속 고문 장면은 지극히 순화되어 연출된 장면이란 사실 때문에... 그리고 문제의 그 인물은 당연히 실존 인물이란 사실에.... 그는 고문 전문가였고, 고문을 일종의 예술로 생각했었다는 사실 때문에... 그리고 그 인물은 후에 목사가 되었다는 사실에...

 

사람이 사람을 고문한다는 행위... 그 행위를 생각할 때 전 늘 이런 생각을 합니다. 고문을 행하던 그 사람들은 대체 무슨 생각이었을까? 죄책감은 없었을까? 그런 짓을 하고 나서 발 뻗고 잠이 올 까? 그런 일들을 행하고도 정신적 후유증 같은 건 없었을까? 등등... 성선설을 굳게 믿는 제 상식으론 고문을 당하는 사람 만큼이나 고문을 행하는 사람도 정신이 피폐해질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그게 아닌가 봅니다. 인간이 인간에게 고통을 주는 것을 즐기며, 심지어 그 행위에 중독되어 가는 인간들이 많은 걸 보면 말이지요.

 

'산산이 부서진 남자'에서도 그런 인물이 등장합니다. 소설 제목 자체가 그를 뜻하는 것이었습니다. 영국 군사정보부에서 고문 전문가로 일하던 군인이 있었습니다. 그는 그가 행하는 악행들 덕에 정신이 피폐해져 가지요. 그런 그가 순수할 수 있던, 그리고 그의 곁에서 오로지 홀로 순수한 존재는 딸 뿐이었습니다. 그런 그가 딸을 잃고 맙니다. 그리고 그는 잃은 딸을 되찾기 위해 더더욱 악랄한 짓들을 행합니다. 군 시절 익힌 고문 기술을 백분 활용하여 희생자들의 정신을 좀 먹고, 그들 스스로 목숨까지 끊게 합니다. 상대의 가장 소중한 것, 희망을 빼앗아 그들의 마음이 부서지는 것을 보고 즐기지요. 주 대상은 자녀를 가진 어머니들. '부모'라는 존재에게 가장 큰 힘이 되는 존재는 자식이고, 또한 가장 큰 약점 또한 자식일 수밖에 없습니다. 기드온에게 있어 기드온의 딸 역시 그랬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기드온은 자신처럼 희생자들이 무너져 내리는 걸 즐깁니다. 그렇게 그는 다른 사람들을 부수며, 또한 자신 또한 부서져 버리지요.

 

그리고 당연히 이런 악당에 맞설 우리의 주인공이 있습니다. 실력있는 심리학 교수인 조 올로클린. 수려한 외모와 훤칠한 키, 탄력있는 몸매...를 소유하면 좋겠지만, 우리의 주인공인 '조'는 파킨슨병 환자입니다. 사지가 시도때도 없이 경련을 일으키고 제멋대로 멈춰버리지요. 가만 생각해보니... 요근래에 읽은 소설 들 속 추리 스릴러 속 탐정 역할을 하는 인물들의 유형이 대부분 이러했던 것 같습니다. 신체적으로, 혹은 정신적으로 조금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요. 완전무결한 주인공들 보단 아무래도 동정심 같은 걸 유발하는 이런 주인공들이 훨씬 더 독자들의 공감을 사기 쉬워서 그런가 싶군요. 무튼 조 올로클린이란 인물은 파킨슨병을 앓고 있으며, 아름다운 아내와, 소중한 두 딸이 있는 한 집안의 가장입니다. 그런데 (이 소설이 시리즈의 첫작품이 아닌지라) 인물들의 주고 받는 대화들로 짐작하건데 전작들에서 '어떤 사건'에 발을 들였었고, 큰 위험에 쳐했다가 겨우 안정을 취하기 위해 이사온 곳에서... 또 사건에 발을 들이게 됩니다. 보통 이런 경우엔 사건 쪽은 쳐다도 보기 싫을테지만... 뭐...이건 추리 스릴러 소설 속 주인공들의 운명이니까요^^;

 

이렇게 이 소설은 조 VS 기드온 이란 대결 구도가 형성이 됩니다. 한 사람의 정신을 완전히 무너뜨리려는 자 VS 부서진 정신의 조각들을 이어 붙이려는 자. 서술 또한 대부분 조의 시점이지만 그 사이사이 기드온 시점에서의 서술을 끼워 넣어 그 대결 구도를 더욱 분명하게 하지요. 소설 초반엔 그들의 특기(?)를 살려 서로가 서로를 분석하여 독자들의 심리를 쬐어오는 쫀쫀한 긴장감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후반엔 추격극의 긴박감과 스펙타클도 느낄 수 있구요. 그리고 이런 사건의 진행 과정 속에 슬쩍 슬쩍 끼워 넣은 그들의 가정사. 결코 닮았을리 없는 두 인물은 크나 큰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으니, 그들은 모두 누군가의 '아빠'였고, '남편'이었습니다. 세상 남자들 중 이 두 개의 타이틀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이 몇이나 된다고 이딴걸 공통점으로 묶을 수 있나 싶겠지만, 이는 다시 한번 생각해보면 그만큼 세상을 살아가며 이 타이틀만큼 중요한 것도 없다는 뜻이 되는거니까요. 때문에 그들은 서롤 이해할 수 있게 되고, 때문에 서로를 부숴버릴 수도 있게 되고, 때문에 사건도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세세한 줄거리는 스포일러가 될테니...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이 책은 어마무시한 두께를 자랑합니다. 무려 650페이지. 흔히 말하는 벽돌책이지요. 그런데 그 두께감을 전혀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책에 빠져들어 몰입했습니다. 스토리 자체가 페이지터너가 되는 소설. 처음 책을 받아들고 띠지에 문구를 보며 '또 또 누구 누구의 찬사래... 개나 소나 다 찬사래지....'라고 뇌까렸던 혼잣말이 무색해집니다. 스티븐 킹의 찬사는 당연코 옳았습니다. 스티븐킹의 찬사를 패러디 해보자면 '잠들기 전 잠시 읽을 책으로 이 책을 펼치지 마십시오. 그 밤은 불면의 밤이 될테니.' 제가 딱 그랬으니까요.

 

앞으로 시리즈의 다른 이야기들도 계속 번역 출간이 될거라는데... 어서 빨리 진행됐으면 좋겠네요. 조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또 어떤 사건에 휘말리게 될지 걱정스럽지만, 독자로선 무척 기대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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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계획
발렝탕 뮈소 지음, 전미연 옮김 / 느낌이있는책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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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가장 잘나가는(?) 프랑스 작가... 하면 아마 다들 베르나르나 기욤 뮈소를 떠올릴겁니다. 특히 기욤뮈소 같은 경우는 그 훈훈한 외모에 한번 더 눈길이 가는 작가이지요. 얄팍한 귀를 가진 저도 한때 기욤 뮈소가 열풍을 일으키던 시절 그의 책을 두어권 읽어보았는데... 로맨스적인 요소가 강한 나머지 제 취향에 크게 맞진 않더라구요. 그러다 얼마 전... 기욤 뮈소랑 너무도 똑 닮은 작가의 책이 발간이 되는데.... 전 사실 처음 사진만 보고 기욤 뮈소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성은 뮈소가 맞는데 이름이 다르더란 말입니다. 네, 바로 기욤 뮈소의 친동생이었던 거죠. 외모도 외모지만 둘 다 잘나가는 베스트셀러 작가라니... 새삼 유전자의 신비함을 깨달았네요. 무튼, 발렝탕 뮈소는 그의 형과는 다르게 훨씬 더 본격 스릴러에 가까운 소설을 쓴다기에 기대가 컸지요. 게다가 제가 성격이 괴상해서 복수하고 엿먹이고(?) 하는 이야기를 참 좋아하거든요;;; 주인공의 절친은 대체 어떤 잘못을 했기에... 주인공이 완벽한 계획을 세워 엿을 먹이려고 하는 걸까요...그리고 주인공의 완벽한 계획이란 어떤 것이며, 그 계획은 완벽하게 성공할 수 있을까요?

 

소설은 주인공 로뮈알이 오랜만에 재회한 친구들인 테오와 다비드를 자신의 별장으로 초대하면서 시작됩니다. 그들은 험준한 피레네 산맥을 등반하게 되는데... 그 산행이 당연히 순조로울리 없겠지요. 험준하기 짝이 없는 피레네 산맥처럼 그들의 산행은 위태롭고 긴장감이 넘칩니다. 산행만으로도 위태위태 한데... 그들의 복잡 미묘한 관계가 거기에 얹어지니 그 긴장감은 배가 되지요. 그렇게 산행 중에 벌어지는 여러 사건과 사고들... 그리고 가끔 가끔 그들의 대화 속에서 언급되는 그들의 과거. 생생하게 살아 있는 그들의 산행 묘사와 조금은 답답한 듯 찔끔찔끔 보여주는 과거의 이야기는 책장을 끊임없이 넘기게끔 하는 원동력이 됩니다.

 

그리고 하나 특징적인 것은... 이야기의 시간적 배경이 과거로 돌아갈 때의 시점입니다. '너는...'의 주어로 시작되는 독특한 시점. 이 시점은 작년에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에서 처음 접했었는데... 서술의 주체가 소설을 읽고 있는 바로 나...그러니까 독자가 되는 듯 하여, 바로 이 책을 읽고 있는 내가 또한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다른 누군가에게 들려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이야기에 한층 몰입하고 공감하게 되지요. 그리고 무엇보다 주인공에게 애정을 갖게 됩니다. 때문에 이 작품의 과거 속 너, 즉 로뮈알에게 독자는 한없이 애정을 갖게 되고 때문에 한없이 동정심을 품게 되고 맙니다. 그렇기에 그의 완벽한 계획이 진짜 완벽하게 성공하기를 어느 순간 바라게 되고 맙니다. 그 완벽한 계획이 무시무시한 살인이라는 것을 잊은 채 말이지요.

 

그래서 결국 로뮈알의 완벽한 계획의 성패는.... 작품 도입부에서 언급되는 것처럼.... 로뮈알의 가장 은밀한 부위에 문신으로 새겨넣은 그 문구로 답할 수 있겠네요. '부질없다.' 아마 로뮈알도 자신의 완벽한 계획의 끝이 어떤 것인지 이미 알고 있던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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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방살의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5
나카마치 신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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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다음 페이지에 펼쳐질 의외의 결말을 예상하고 있습니까? 여기에서 책을 덮고 결말을 떠올려보십시오. - 제4부 진상편의 도입부에서

 

<기대 반 우려 반의 편견>

몇 번 밝힌 적이 있는데... 사실 저는 고전 추리 소설을 별로 선호하지 않습니다. 많은 추리 소설 독자들이 환호하는 그 유명한 작가들과 작품들을 읽고...사실 전 조금 밍밍함(?) 심심함(?)을 느꼈거든요. 글이 쓰여진 당시를 감안해서 읽는다면 그들은 아주 뛰어난 작품들임에 분명하고, 그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추리 소설들이 부흥할 수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어쨌거나 저는 21세기를 살고 있으니 21세기형 추리 소설들이 훨씬 구미에 맞는다는 말입니다. 게다가 현재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의 70년대 80년대의 초기작들조차도 제 성에 안 찼던 적이 많았기에 출간된 지 40년이 훌쩍 넘은 이 작품 또한 솔직히 크게 기대하진 않고 책을 펼쳐들었습니다. 그리고 한편으론 고전 중에서도 엘러리퀸의 'Y의 비극'을 읽고선 그 세련됨에 반했었던지라... 작가가 엘러리퀸을 모방하여 썼다는 점은 조금 기대가 되긴 했습니다. 그리고 수십년간 끊임없이 절판되었다가 복간 요청으로 재출간되는데는 분명 이유가 있을테니까요.

 

<두 명의 탐정, 두 명의 용의자>

사카이 마사오라는 무명 작가의 청산가리 중독에 의한 자살 사건은 7월 7일 7시에 발생합니다. 행운의 777에 일어난 일이 한 사람의 죽음이라니 참 아이러니 합니다. 그리고 이런 그의 자살에 의문을 품는 두 사람이 있습니다. 사카이 마사오의 연인 나카다 아키코와 사카이 마사오의 작가 친구인 쓰쿠미 신스케. 작품 속에서 탐정 역할을 하는 이들이지요. 철저하게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전개되는 이 소설은 아키코와 쓰쿠미의 시점이 하나의 챕터씩 번갈아 가며 서술됩니다. 하나의 사건을 쫓는 다수의 탐정들의 대결은 추리 소설 속에서(사실 전 추리 소설 보다는 명탐정 코난에서 자주 보았네요;;) 흔히 있을 법한 설정입니다. 그런데 독특하게도 이 작품 속 두 탐정들은 각각 서로 완전히 다른 용의자를 쫓습니다. 이런 경우 어느 한쪽의 논리가 눈에 띄게 허술하여 한쪽의 논리에 쏠리게 되어야 하는데, 놀랍게도 두 사람의 논리 모두에 수긍이 가고 맙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척척 들어 맞는 두 사람 각각의 논리가 어쩐 일인지 합을 이루어 보려 하면 아귀가 들어맞지 않는 부분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바로 그런 점들 덕에 독자들은 미궁에 빠져버리고 말지요. 도대체 누구의 논리가 맞는 걸까요... 도대체 누가 범인일까요... 그리고 만약 어느 한 쪽만이 올바른 논리를 펼치고 있다면 그에 반해 모순 투성이가 되고 마는 다른 한 쪽의 논리는 도대체 무엇일까요...

 

<속지 않았으나, 깨끗하게 속고 말았습니다.>

저는 추리 소설, 특히 범인 찾기나 반전이 중심이 되는 추리 소설의 경우 세세하게는 아니지만, 대략적인 범인이나 반전 등을 곧잘 맞추고는 합니다. 책을 읽으며 온 신경을 거기 쏟아붓거든요. 특히 서술 트릭의 경우 한 글자 한 글자 초집중을 해서 읽으며 절대 작가한테 속지 않을 것이고, 결코 내 뒤통수를 내어주지 않겠다는 쓸데없는 승부욕으로 집요하게 책을 읽어나갑니다. 때문에 저를 완벽하게 속이고 뒤통수를 후려 갈겨주는 소설을 만날 때는 오히려 엄청난 희열감을(변태성향일까요;;) 느끼곤 합니다. 그리고 이 작품을 읽어가면서는...네...솔직히 중간쯤에서 트릭은 눈치채 버렸습니다. 최근에 읽은 다른 작품에서도 이와 비슷한 트릭이 사용됐었던 것이 기억났던겁니다. 하지만 그것은 트릭의 정체일 뿐... 사건의 진상이나, 특히 반전이 밝혀질 때는 아차! 싶었습니다. 트릭은 눈치챘는데.... 왜 '그것'은 생각지 못했던 것일까... 알고 보면 참 단순하고 당연한 것이었는데....하며 결국 작가에게 깨끗하게 지고 만 것에 조금은 분해하며....한편으로 가차없이 뒤통수를 가격 당한 것에 희열을 느꼈습니다. 속지 않았으나, 결국 크게 속아버리고 말았네요. 그래서 앞으로 돌아가 곳곳을 되짚어 보니 이제서야 아귀가 들어 맞는 것들을 확인하고선 소름이 돋고 패배를 인정하며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역시 서술 트릭은 바로 이 맛에 읽는 것이지요. 그렇게 저는 이 천재 작가에게 경탄하고 말았습니다.

 

<불후의 명작이 된 불운의 명작>

제가 이 책을 읽어가며 가장 놀라웠던 점은, 이 작품이 40년 전의 작품이란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단 겁니다. 앞서 언급했던 고전이기에....하는 편견 및 우려는 완벽한 저의 기우였던 것이지요. 이 작품이 처음 단행본으로 출간된 것은 1973년. 하지만 독자들의 반응이 신통치 않아 곧 절판되었고, 몇몇 추리 소설 독자들의 요구로 2004년에 개정판이 출간되었으나 그때 역시 반응은 뜨뜻미지근하여 개정판 역시 절판이 되었답니다. 그러다 2012년 작가는 이미 작고한 시점에 다시 한번 복간되어서야 비로소 이 소설은 베스트셀러로 등극하는 영광을 누리게 됩니다. 우리는 시대를 너무 빨리 타고 태어나 불운했던 삶을 살다 간 천재들을 많이 보아 왔습니다. 어쩌면 이 작품의 작가 또한 너무 빨리 태어나 이 작품을 너무 빨리 세상에 낸 것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시대를 너무나 앞서갔던 것이지요. 40년이 흐른 후에야 독자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얻는 작품... 그야말로 '불후의 명작이 된 불운의 명작'이랄 수 있겠네요. 총 4개의 살의 시리즈가 있고, 앞으로 계속 한국에도 출간 될 예정이라 하니 그 작품들 또한 무척 기대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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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아의 시네마 블루 - 기억을 이기지 못한 시네 블루스
주민아 지음 / 작가와비평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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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깊게 본 영화가 많네요. 추억을 더듬고... 또 새로운 영화를 알 수 있는 기회가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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