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들은 불꽃놀이를 옆에서 보고 싶었다 - 불꽃놀이 축제가 열리는 밤, 우리는 '사랑의 도피'를 했다
이와이 슌지 지음, 박재영 옮김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17년 12월
평점 :
절판



감수성을 잃어 가며 어른이라는 존재가 되는 것이라면 그해 여름은 변화의 시작 단계라고 할 수 있는 계절이었는지도 모른다.


<러브레터>로 유명한 영화 감독 이와이 슌지의 24년 전 드라마를 소설화한 작품입니다. 곧 우리나라에서 개봉하게 된다는 애니메이션 <쏘아올린 불꽃, 밑에서 볼까? 옆에서 볼까?>의 원작 소설격이고요. 애니메이션의 각본을 소설화한 작품을 먼저 읽고 연달아 이 작품을 읽게 되었습니다. 많은 내용들이 똑같아 식상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했는데 두 작품은 닮은 듯 완전히 다른 작품이었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과 중학교 1학년은 고작 한 살 차이인데, 그 차이가 묘하게 크게 느껴집니다. 애니쪽 소설 속 주인공들은 중학교 1학년들이었어서 사춘기의 감성이 충만하고, 어쩐지 청춘물 같은 느낌이 강했는데 이 작품은 초등학생이 주인공이라서 그런지 그 풋풋함이 한층 더 짙게 느껴졌습니다.


제 어린 시절을 생각해 보면 아직 어린이이면서도 초등학교에서 가장 고학년이라서 마치 어른이라도 된 양 굴며 이성에도 가장 왕성하게 눈 뜨게 되는 시기가 바로 초등학교 6학년이 아닐까요. 우리의 주인공 노리미치는 어느날 갑자기 자신의 집에, 그것도 자신의 방에서 하룻밤을 머물게 된 나즈나라는 여학생 덕에 마음속이 온통 요동칩니다. 그날 이후로(어쩌면 그 이전부터 그녀를 줄곧 좋아하고 있었던 건지도 모르지만) 노리미치는 나즈나가 내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고 결국 그녀를 좋아하게 되어 버린 거죠. 그런데 그런 그녀가 이제 부모의 이혼으로 이 마을과 학교를 떠나야 한다고 합니다. 나즈나는 노리미치에게 결코 '가출'이 아닌 '사랑의 도피'를 제안하고, 노리미치는 이에 응합니다. 고작 초등학교 6학년생들이 말이죠. 


이런 사춘기적 감성이 충만한 소년과 소녀의 이야기를 보노라니 자꾸만 제 어린 시절이 떠올라 향수에 젖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주인공들이 사는 마을처럼 제 고향도 시골에, 심지어 수박밭이 아주 아주 많았거든요. 이와이 슌지는 어쩌면 아이들이 어른들이 되어 가는 이 짧은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이 오래 전에 잃어버린 그 시절로 되돌려 긴 향수에 젖게 하려던 것이었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른이 되어가며 점점 잃어버리게 되는 감수성. 그 반짝반짝 예뻤던 감수성을 잠시나마 기억할 수 있게 하는 예쁜 작품이었습니다.


그나저나 쏘아올린 불꽃 바로 아래에서 본느 불꽃은 정말이지 장관이라고 하네요. 한번쯤 꼭 보고싶어집니다.


조금 어른이 되기 시작한 우리는 그리 쉽게 울지 않게 된 대신에 좀 더 복잡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해서 저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행동을 선택했다. 그날 우리의 일탈은 그런 식으로 뒤틀린 것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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