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미중전쟁 1~2 세트 - 전2권
김진명 지음 / 쌤앤파커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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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릇파릇하던 여고 시절 제 별명은 애국자 혹은 유관순이었습니다. 순수하디 순수하게 애국심이 철철 넘쳤었거든요. 그런 제가 당시에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는 소설을 읽었을 때의 그 감동이란 이루 다 말로 표현할 수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는 제 인생 책이 되었고, 연달아 읽은 김진명 소설들은 모두 제법 재미있었습니다. 다만 비슷한 패턴, 비슷한 주제에 좀 질려 가더군요. 게다가 나이가 점점 들다 보니 순수한 애국심 따위는 개나 줘버려서 김진명식 지나친 국수주의에 대해 회의감이 생겨 버리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일단 그의 신간 소식을 들으면 자연스레 귀가 솔깃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여전히 김진명을 종종 읽어오던 터였습니다. 그런데 올 여름이었나 읽은 <예언>은 정말이지 실망이었어서(재미 없었다는 말은 아닙니다. 김진명 소설은 기본적으로 늘 다 재밌으니까요.) 이제 정말 김진명 소설을 그만 읽어야하는 건가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다른 어떤 작가도 아닌 바로 김진명이 미국과 중국의 경쟁 구도를 소설로 그렸다는 소식이 들리더군요. 미국과 중국 세계 서열(?) 1, 2위의 강대국. 그들의 관계를 말할 때 결코 빠질 수 없는 남한과 북한.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끌렸습니다. 남과 북,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의 역학 관계를 누가 김진명만큼 재밌고 쉽게 소설로 풀 수 있겠습니까. 또 실망해도 좋으니 읽어보자 싶었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분명 책을 읽고 난 후 남북미중일러의 얽히고 설킨 역학 관계만큼은 파악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으니까요.


김진명의 소설의 도입이 늘 그렇듯 이 소설도 누군가의 죽음으로 시작됩니다. 그리고 이 죽음을 둘러싼 수수께끼를 풀기 위한 한국인 탐정이 등장하고요. 이번 작품의 탐정은 인철이라는 세계은행의 조사관입니다. 수상한 돈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비엔나로 가게 된 그는 조사를 위해 접촉했던 어떤 인물의 죽음을 맞딱뜨리고 의문스러운 이 죽음과 자신의 맡은 일을 동시에 조사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묘령의 여인 이지를 운명처럼 만나게 되고요. 그리고 점점 커져가는 사건의 스케일. 헤어졌다 만났다 돌고 돌지만 결국 그 둘은  남북미중일러모두를 만족 시키는 방정식(theory of everything)의 해를 구하게 됩니다.


인철은 인철대로, 문재인은 문재인대로, 트럼프는 트럼프대로, 김정은 김정은대로, 이지는 이지대로, 시진핑은 시진핑대로 이야기들이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이 되는데 이야기는 결국 하나로 모아집니다. 북핵과 관련한 각 나라들의 대응(특히 미국 트럼프), 그 속에 감추어진 음흉한 속내. 북한은 왜 수시로 미사일을 쏘아 올리는 건지, 미국은 왜 길길이 날뛰는지, 문재인 대통령은 왜 전쟁 불가 선언을 하는 것인지 등등이 정말 이해하기 쉽게, 설득력 있게 그려지고 있습니다. 제가 이 소설에서 바랐던 것이 바로 이런 점이었기에 상당히 흥미롭게 많은 것을 배우며 읽을 수 있었습니다.


다만 가공의 인물 몇을 제외하면 실존 인물들이 모두 실명으로 등장을 하는지라 현실과 허구 사이의 그 괴리감 덕에 오글거림을 동반하는 장면과 대사가 좀 많았단 것이 흠이었달까요. 그랬기에 생생한 현실감이 느껴졌기에 이는 장점이면서 단점이라고 봐야겠네요.


오늘도 북쪽의 로켓 보이는 또 무언가를 쏘아 올릴 준비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미국의 크레이지 프레지던트는 로켓 보이를 핑계 삼아 대륙의 시다다를 요리해버릴 궁리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지요. 위기일발의 동상이몽인 현 정세. 인철과 이지가 내놓은 방정식의 해가 참이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다만 이를 위해선 푸틴에게 ***가 있어서 그걸 인철과 같은 인물에게 들켜야 한다는 변수가 문제겠네요. 


덧) 소설 속에선 모두가 만족할 만한 해를 찾았는데... 그 해를 찾기 위해 아이린만 희생.... 아이린... 불쌍한 아이린...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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