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의 이름은 유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권일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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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속된 말로 얼빠(ㅋㅋ)입니다. 그래서 한때 일드를 즐겨보던 시기에 일본에서는 흔치 않게 비줠이 훈훈한 후지키 나오히토라는 배우를 발견하고 그 색기 좔좔 흐르는 미모에 이끌려 그의 작품을 몇 편 찾아 보았지요. 그 중 하나가 일본 영화 g@me이었습니다. 영화에는 후지키 나오히토뿐 아니라 일본의 미인 여배우 나카마 유키에도 출연했었지요. 즉, 비주얼이 아주 아주 훌륭한 영화였던 겁니다. 처음엔 두 주연 배우에 홀려 보던 영화였는데 차차 내용에 푹 빠졌더라는 겁니다.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영화가 매우 재미있었거든요. 그런데 나중에 알고 봤더니 이 영화는 원작이 따로 있었더라고요. 그것도 일본의 국민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 그의 작품을 미친듯이 탐독하긴 했지만, 워낙 이 작품은 반전의 반전이 중요한지라 책을 찾아 읽어야겠단 생각을 하진 못했습니다. 이미 영화를 통해 중요한 반전을 다~ 알고 있는 상태니까요^^; 그렇게 잊혀졌던 작품인데 개정판(실질적으론 2번째 개정판)이 출간이 되었네요. 그런데 제 놀라운 휘발성 기억력은 그때 그 영화가 재미있었다는 기억만 있을 뿐 내용이 하나도 기억이 안나지 뭡니까 ㅋㅋ 그래서 드디어 원작 소설을 읽을 마음이 들었습니다.


주인공이 사쿠마 순스케는 치밀하고 똑똑한 엘리트 사원입니다. 항상 세상 모든 일은 게임이라고 생각하는 그, 그리고 그 게임에서 이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지요. 그런 그가 심혈을 기울여 준비하고 있던 프로젝트를 닛세이 자동차 부사장이 까 버립니다. 그리고 아주 차갑고 냉철하게 그를 비판하지요. 이에 앙심을 품은 순스케는 홧김에 가쓰라기 부사장의 저택에 찾아갑니다. 그저 가쓰라기를 마주치면 한마디 하고 싶었던 건데 그때 마침 그 저택에서 어떤 여자가 담을 넘어서 나오는 걸 목격 그녀를 뒤쫓습니다. 알고 봤더니 그녀는 가쓰라기의 장녀 주리, 그날 밤 가출을 감행했던 거지요. 이에 주리와 순스케는 이제 유괴라는 게임을 기획합니다. 아주아주 치밀하고 구체적으로, 결코 실패할 수 없게끔!


줄거리를 보아하니 그저 재벌들 돈을 울궈내는 유괴 게임처럼 보이죠? 네, 사실 그렇긴 하지만 그게 전부 다는 아닌 소설입니다. 솔직히 순스케가 아주 치밀하게 가상 유괴 사건을 계획하는 걸 보고는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거의 모든 경우의 수를 따져서 한치의 빈틈도 보이지 않거든요. 이런 인간이 진짜 범죄자였다면(...앗... 어쨋든 유괴범이니 범죄자가 맞긴 한 건가; ㅋㅋ;) 극악무도하지만 결코 잡히지 않을 사이코패스가 됐을 거거든요. 아무튼 순스케와 주리의 유괴를 위장한 몸값 강탈 작전은 착착 진행되어 갑니다. 순스케는 의심을 사지 않게 회사 생활도 평소처럼 하는데, 놀라운 것은 가쓰라기 부사장 역시 딸이 유괴를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상적인 회사 생활을 하고 있다는 사실! 이거 이거 수상한 냄새가 나죠? 도대체 그의 정체, 혹은 속셈은 무엇인 걸까요?


책을 읽어 가다 보니 문득 문득 영화 줄거리가 생각나서 반 정도의 반전은 짐작이 가능했습니다. 제가 미리 내용을 알고 보는 드라마 영화 소설 등을 극도로 싫어 하지만 그래도 다행히 그렇게 김이 새거나 하진 않았어요. 짐작을 하고 보더라도 재미있더라고요.  영화랑은 또 다른 내용들도 많이 등장을 하거든요. 그런데 그것이 좀... 음... 불편하게 느껴지는 소재들도 있긴 했지만... 그래 일본이니까 그런가 보다...하고 넘겼더랬습니다;;; 그리고 영화와 소설의 결말이 다르다던데... 제 빌어먹을 기억력은 영화의 결말을 기억하지 못해서 궁금증만 커져 버렸네요...;


이 소설 속에서 자주 자주 등장하는 말이 있는데 그게 참 인상 깊었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고. 맨 얼굴을 드러내면 언제 어느 때 얻어맞을지 모른다고. 이 세상은 게임이고 상황에 따라 얼마나 적절한 가면을 쓰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리는 거라고... 순스케의 사고방식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말인데, 어쩐지 공감이 자꾸 가 씁쓸해져 버렸습니다. 여러분은 지금 어떤 가면을 쓰고 인생이란 게임에 임하고 계신가요?


책의 광고 문구엔 유괴를 소재로 한 그 어떤 소설보다도 경쾌하게 읽힌다...고 되어 있습니다. 경쾌하게 잘 읽힌다. 그 소재가 어떤 것이든. 바로 그것이 바로 히가시노 게이고 최대의 강점이 아니겠습니까? 북태기가 왔을 때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 p.220 누구나 그건 작건 가면을 쓰고 살아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이야. 맨얼굴을 드러내면 언제 어느 때 얻어맞을지 몰라. 이 세상은 게임이야. 상황에 따라 얼마나 적절한 가면을 쓰느냐 하는 게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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