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풀 이시도로, 원더풀 라이프
엔리코 이안니엘로 지음, 최정윤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10월
평점 :
절판




『 p.263 기억해라, 이시도로, 고통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흥얼댈 뿐이고 고통을 겪어본 사람은 노래를 부른단다. 』


이 책은 정말 이상한 책이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은 시간은 새벽 3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때 울면서 웃고 있었다. 슬퍼서 울었고, 행복하다 느껴서 웃었다. 슬픈데 행복하다니, 두 감정을 동시에 느끼게 하다니... 이 책은 정말 이상한 책이다.


이탈리아 반도를 흔히 부츠에 비유하는데, 그 부츠의 복숭아뼈 정도에 위치한 작은 마을 마티넬라에 살고 있는 이시도로는 이제 곧 만 9살이 될 것이다. 노동조합의 대표를 맡고 있는 낭만적인 공산주의자 아빠와, 사랑스러운 파스타 장인 엄마와 늘 즐겁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 그리고 그에게는 첫사랑 마렐라도 곁에 있다. 이시도로는 처음 태어나 울음 대신 휘파람을 불었다. 우리가 흔히 입술을 동그랗게 하고 부는 휘파람이 아니라 성대에서 울려 나오는 휘파람, 우를라피스키오를. 이시도로는 이 우를라피키오를 이용하여 새들, 특히 그의 절친인 인도 검은새 알리와 대화를 나누곤 했다.이시도로의 우를라피스키오는 이제 마을 전체에 유명해지고 어떤 작은 기적마저 일으키게 된다. 학교에 가고, 아빠와 엄마가 사랑을 나누는 것을 알면서 모른 척하며, 첫사랑 마렐라와 바다 여행을 가고, 알리에게 전 세계 이야기를 들으며 이시도로는 그렇게 평범하고 행복한 하루하루를 살아가며 성장해 간다. 


회자정리라 했던가.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 했던가. 아니면 행복에 겨운 이시도로를 신이 시기를 했던가. 이시도로의 가족이 단란한 소풍을 다녀온 어느날, 지진이 마티넬레라를 덮치고 만다.참새들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질 수 있었던 이시도로 앞에 기다리고 있던 것은 폐허가 되어 버린 마을과 부모님의 죽음이었다. 이시도로가 가지고 있던 그 모든 것을 송두리째 빼앗아 간 그 지진 후에 이시도로는 이제 말을 잃어 버리고 만다. 열 살... 홀로 남겨진 이시도로는 이제 오로지 우를라피스키오로 알리와만 소통할 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에겐 언제나 그를 이끌어주는 믿음직한 어른들이 있었기에 이시도로는 계속해서 성장하고 그럼으로써 행복해진다.


솔직히 1부에서의 단란하고 단조롭고 행복하기만 한 이시도로의 일상 생활이 한편으론 내 어릴 적을 떠올리게 하여 흐뭇하기도 했지만, 솔 어떤 극적 사건이 등장하지 않아 지루하다고 느끼기까지 했었다. 그런데 그것은 어떤 소설적 장치였던 걸까? 그런 한없이 행복하기만 한 이시도로의 일상 앞에 어린아이가 감당하기엔 너무나 크나큰 불행이 닥쳐온다. 그 감당할 수 없는 큰 불행 앞에서 이시도로는 목 놓아 울고, 말을 잃는다. 그런 이시도로가 너무나 안타까워서 눈시울이 뜨거워졌었지만 새벽에 감성 충만한 나를 울게 한 건 사실 이시도로가 겪은 그 불행이 아니었다.


마을과 집과 부모를 잃고 나폴리에서 살게 된 이시도로는 일련의 여러 사건들을 겪게 되면서 이제 청년이 되는데 여전히 말을 하지는 못했다. 그런 이시도로가 다시 말을 찾는 순간이 온다. 나는 그 장면이 그렇게 슬펐더랬다. 이시도로가 다시 말을 하게 되었다는 의미는 그가 성장을 했다는 의미이며 어쩜 그가 겪은 슬픔을 이제 조금은 극복했다는 의미인데... 그런 이시도로가 기특해서... 하지만 한편으론 그가 말을 되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나야 했다는 점이 그렇게나 안타까워서 울고 말았다. 그게 그렇게 슬픈 장면도 아니었는데... 왜 그렇게 섧던지 눈물이 한동안 멈추질 않았다. 어쩜 그것은 역자님이 쓴 표현을 빌리자면, 이시도로와 함께 나 역시 인생의 '슬픈 행복'에 대해서 새삼 깨달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이시도로는 결국 인생의 아름다움을 가장 예상하지 못했던 곳에서 찾는다. 그는 이를 두고 기대가 적으면 아름다움이 넘쳐나기 마련이라고 말한다. 연말, 그리고 다가오는 새해... 좀 더 겸허한 마음으로, 감사하는 마음으로, 넘치는 인생의 아름다움을 찾아봐야겠다.


『 p.366 모든 사람은 누구든지 될 수 있다. 모든 사람은 충분히 원하는 대로 살 수 있다. 그럴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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