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 온다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이정민 옮김 / 몽실북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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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결혼도 하지 않았고, 그래서 물론 아이도 없습니다. 하지만 가장 가까운 친구가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지 않아 맘고생을 하다 결국 불임치료를 받고 결국 임신에 성공해 출산하여 육아를 하는 과정을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지켜봐왔습니다. 아이를 가지고 싶은데 생기지 않을 때 그 친구가 어떤 마음이었을까... 솔직히 미혼인 제가 그것을 다 이해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요즘엔 자연임신(?) 만큼이나 시험관 아기들도 많으니까 으레 그러리라, 그리고 어쩌면 다른 부부들에 비해 짧은 기간에 아이를 가질 수 있게 되었으니 다행이라고만 생각했었죠. 제 3자인 제가 보기엔 짧은 과정이었을지 모르지만 아마 그 부부에겐 정말 힘겨운 시간이었을 텐데...하는 생각을 <아침이 온다>라는 책을 읽으면서 이제서야 하게 되었네요. 


<아침이 온다>의 주인공인 사토코 부부는 딱히 아이를 빨리 가져야 한다는 생각도, 그렇다고 아이 없이 부부끼리만 즐겁게 생활하자는 생각도 없었습니다만, 부모님들이 으레 그렇듯 친정 엄마가 닥달을 합니다. 자연 임신이 가능한 시기는 서른 넷에 이미 끝났다고, 더 늦기 전에 아이를 가져야한다고. 아아, 서른 넷에 이미 끝났다니... 어쩐지 사토코 친정 엄마의 그 말은 단순히 아이를 가지기 힘들다는 뜻을 넘어서 인생이 끝났다는 말처럼도 들렸습니다. 독자인 제가 그랬으니 사토코 입장에선 아마 더더욱 그랬겠지요. 그래서 이제 아이를 가져봐야겠다...하고 생각한 사토코 부부... 하지만 좀처럼 아이는 그들에게 찾아와 주지 않았습니다. 사토코는 산부인과에서 이제 불임 치료를 받게 되는데... 그 과정이 정말이지 냉정하리만큼 상세히 묘사가 됩니다. 또한 그 과정에서 느끼는 사토코의 심정 역시도. 그래서 비혼족인 주제에 사토코에 한없이 감정이입을 해버리게 되더군요. 츠지무라 미즈키라는 작가가 여성 심리를 묘사하는 데 탁월하다는 말을 듣긴 했지만 이를 이토록 실감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아무튼 아이는 좀처럼 찾아와 주지 않고, 산부인과에서는 결국 남편도 함께 진찰 및 치료를 받길 권하게 되고 결국 이들 부부의 난임 원인은 사토코 남편의 무정자증으로 밝혀집니다. 이제 사토코 남편의 힘겨운 난임치료 과정이 그려지지요. 제가 또 남자는 아니지만 여자들만큼이나 아니 오히려 여자들보다도 더 남자들이 난임치료를 힘들어 한다던데... 그 힘겨운 과정이 또한 정말이지 상세하게 묘사가 됩니다. 결국 난임 치료를 포기하고 서로의 손을 마주 잡는 장면에선 독자인 제가 다 눈물이 핑 돌더군요. 츠지무라 미즈키는 여성 심리 뿐 아니라 남성 심리 역시도, 그러니까 결국엔 인물들의 심리 묘사에 아주 탁월한 작가구나 다시 한번 감탄했습니다.


난임 치료를 포기한 사토코 부부는 이제 입양을 결심하게 됩니다. 베이비배턴을 통해 아이를 양육할 수 없는 엄마들이 아이를 낳는 즉시 입양하기로 하지요. 그리고 전 또 한번 놀랐습니다. 이 입양의 과정에서 가질 수 있는 일들, 양부모의 심리들이 또한 매우 상세하게 묘사가 되어 있거든요. 아무튼 히카리라는 중학생 소녀가 낳은 남자 아이를 입양하게 된 사토코 부부는 원래는 아이의 친모를 만나서는 안 되지만 입양하는 그날 아이의 생모인 히카리를 만나게 됩니다. 그 후로 6년이 흘러 사토코 부부에게 공개 입양된(이 점도 놀라운 점 중 하나였습니다. 입양에 대한 인식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달까요.) 아들 아사토는 이제 여섯살이 되어 어린이집을 다니고 있습니다. ㄱ,레사 작품 초반에 잠깐 아이를 양육하면서,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면서 가질 수 있는 엄마로서의 갈등부분도 등장을 하는데... 이 역시 아이도 없는 미혼 주제에 어찌나 공감이 가든지요. 거듭거듭 작가의 필력이 놀랍기만 합니다.  아무튼 그러던 어느날 자신이 아사토의 친모라며 한 여인이 사토코 부부 앞에 등장합니다. 아이를 돌려달라고, 아니면 돈을 달라고... 하지만 사토코 부부는 그녀가 아이의 생모인 하키리가 아니라고 판단합니다. 아이에 대한 애정이 가득한 그녀가 아이의 나이를 헷갈려 할 기가 없다고... 그리고 외모 또한 그들이 보았던 히카리가 아니라고.... 과연 그녀는 누구였을까요???


그리고 이야기는 이제 아사토의 생모인 히카리의 관점으로 전환되어 전개가 됩니다. 히카리는 중2 한창 사춘기였고, 부모는 고지식하기 이를 데 없는 교사 부부, 언니는 모범생입니다. 한창 민감한 나이일 히카리가 얼마나 답답하고 숨이 막혔을지 이해가 갑니다. 그래서 그녀는 일탈(그녀의 행동을 이렇게 부르는 것 자체가 저 또한 고지식한 사람이라는 증거일지 모르겠지만)을 합니다. 부모가 알면 기함할 만한, 모범생인 언니는 결코 할 수 없는 그런 일을... 그것은 다름아닌 연애... 그리고 남자친구와의 잠자리... 월경을 시작하기도 전에 첫경험을 하게 되는 히카리는 결국 월경을 경험하기 전에 임신을 먼저 경험하게 됩니다. 하지만 고지식한 부모가 이 상황을 그냥 둘 리 없습니다. 그래서 결국 비밀리에 아이를 낳아 입양을 하도록 결정을 하게 되지요. 그렇게 무사히(?) 출산을 한 히카리는 아이를 입양 보내고... 그때부터 히카리의 삶은 긴긴 터널 속을, 어둠 속을 헤매게 됩니다. 그리고 저는 이 과정을 지켜보며 솔직히 너무 답답하고 힘들고 화가 나기도 했습니다. 제가 이렇다할 사춘기를 겪지 않고 무난하게 그 시기를 견뎌서였을까요.. 아니면 이제 나이가 너무 들어 버려 오롯한 '어른'의 입장에 섰기 때문일까요... 히카리의 계속되는 행보들이 한편으론 안타까웠지만 솔직히 그보다는 너무나 답답하고 한심하기까지 했습니다. 히카리와 함께 긴긴 어둠 속을 헤매는 기분이었으니까요. 아아, 쓰고 보니 이 또한 작가의 심리 묘사 능력이 탁월하다는 반증일 수도 있겠네요. 그렇게 끝없는 어둠을 헤매고 또 헤매는 히카리... 이제 결말이 불안해지기까지 합니다.... 그런데 그녀는 결국......!!!


사토코 부부의 긴긴 터널, 히카리의 칠흙같이 어두운 삶.... 그 과정을 정말이지 섬세하게 묘사해 놓는 작가....하지만 작품의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결국 그들에겐 아침이 옵니다. 다행히도 말이죠. 옮긴이의 말 중에 보면 히카리는 빛이라는 뜻이고 아사토의 아사는 아침이라는 뜻을 가진 일본어라는데.... 작품 제목과 인물들의 작명 센스 또한 멋지네요. 인물들의 탁월한 심리 묘사, 난임과 입양 등의 사회적인 소재... 그리고 희망적이고 따뜻한 결말... 삼박자가 조화로이 어우러진 멋진 작품이었습니다. 츠지무라 미즈키의 작품이 전 처음이었는데 앞으로 다른 작품도 더 찾아 읽어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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