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개와 같은 말
임현 지음 / 현대문학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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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단편 소설집을 읽는 것을 좀 어려워 합니다. 분량은 장편 소설의 그것보다 훨씬 적음에도 어쩐지 품은 훨씬 더 드는 것 같다고 느끼거든요. 단편 소설 특유의 넘치는 은유와 상징으로 인한 난해함에, 단편 소설에서 자주 등장하는 몇몇 소재들에 대한 불편함까지. 그래서 <그 개와 같은 말>이라는 책을 받아들고 솔직히 한숨을 그렇게 내쉬었더랬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이 소설집도 많이 어렵고 불편했습니다. 그런데 앞서 말한 제가 갖고 있는 단편 소설집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비롯된 난해함과 불편함과는 조금 다른 의미에서 어렵고 불편했다고 해야 맞겠습니다. 인간은 선한 존재인가, 선함의 기준은 무엇인가, 선한 행동에 어떤 불손한 의도가 있다면 이를 선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인가, 선한 행동을 하는 것은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함이고 그렇기에 결국은 자기만족이 아닌가. 등의 수많은 질문들을 던지고, 아니 저 스스로 하게 하는 작품이었거든요.

 

특히 <고두>라는 작품은 좀 특별한 의미로 충격적이었다고까지 하겠습니다. 아이들에게 도덕과 윤리의 가치에 대해서 가르치는 윤리 교사인 서술자가 등장하는데, 그는 끊임없이 말합니다. 모든 이타적인 행동에는 어떤 의도가 숨어 있다고. 제자 중 하나는 이런 그의 말에 반박하며 자기에게 아무런 이득도 없는데도 누군가를 도왔다면 이는 순수한 선의지가 아니겠느냐고 하지만, 그는 이런 행동 또한 누군가에게 보여지기 위함이고 순수한 선의지에서 나왔다기보다는 자기 만족에 가까운 행동이라고 말합니다. 이런 궤변에 가까운 그의 말들에 저는 어쩐지 수긍해버리고 말았습니다. 처음엔 그의 제자처럼 반박해 보려 했으나, 생각해 보면 생각할수록 그의 논리가 어쩌면 불편하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의 진리에 가까운 건 아닐까 싶어서 내내 불편하고 씁쓸했습니다.

 

또 이와 비슷하게 불편했던 명제가 여러 작품 속에 드러나기도 합니다. "나는 혹시 남의 불행을 보며 안도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 무슨 '개와 같은' 말이냐고요? 하지만 곰곰 생각해 보면 아마 누구나 한번쯤 이런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고 할 수 없을 겁니다. 지하철역에서 홈리스를 만났을 때나, 몸이 불편해 구걸 비슷한 걸 하러 기다시피 다니는 사람을 보았을 때... 그때... 그들을 보며 저도 저기 앉아 있는 사람이 내가 아니어서 참 다행이야... 라고 생각했던 적이 분명 있거든요. 텔레비전 뉴스에서 큰 사고나 재난을 겪는 이들을 보며 그들을 안타까워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내가 저 일을 겪지 않아서 참 다행이야...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것도 솔직히 부정하지 못하겠습니다.

 

분명히 존재하나 결코 꺼내어 드러내놓고 생각하며 인지하고 싶지 않은 불편한 진실들에 관한 의문들이, 인물들의 대화속에 아무렇지 않은듯 툭툭 튀어나옵니다. 분명 10개의 단편이 모인 단편집인데 묘하게 작품 전부에 이런 비슷한 명제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머릿속을 산란하게 하고 마음을 불편하게 했습니다.

 

그런데 전 그냥 저대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아무리 남을 의식했건, 자기 만족에서건 선한 행동은 선한 행동 그 자체로서 그냥 좋은 거 아닐까요? 어차피 인간은 이기적인 존재이고 남을 돕는 어떤 사소한 행동들 하나하나에도 어떤 불손한 의도가 모두 담겨 있는 것이므로 이 세상에 오롯이 순수하게 착함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서 세상을 살아가기엔 너무 슬프잖아요. 이런거 저런거 따지지 않고 남의 어려움이 보이면 그냥 돕는다...그게 바로 선한 거다...라고 단순하게 생각하며 살래요...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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