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회사 히어로즈
기타가와 에미, 추지나 / 놀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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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근근이, 하지만 매우 성실하게 살아가는 주인공 슈지. 그는 어떤 꿈을 마치 트라우마처럼 되풀이합니다. 그리고 그는 사실 실제로 어떤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그런 그가 어느날 편찮으신 외할아버지의 문병을 좀 다녀갔으면 한다는 엄마의 연락을 받습니다. 그래서 간 병문안에서 할아버지는 슈지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아무런 재미도 없는 인생이었어." 할아버지의 이런 말에 슈지는 슈지대로 어떤 충격을 받았겠지만, 독자인 저는 또 저대로 적잖이 뜨끔했습니다. 왠지 할아버지의 그 말에 노인도 아닌데 공감할 뻔했거든요.

사실 슈지는 성실하긴 하지만 상당히 재미없고 심심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런 그가 느닷없이 일하게 되는 회사 주식회사 히어로즈.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그곳은 누군가를 '영웅'으로 만들어주는 곳이었습니다. 또한 영웅을 영웅으로 계속 머무를 수 있게 만들어주는 곳이었습니다. 즉, 남의 인생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게 되는 것이죠. 때문에 슈지와는 결코 어울리지 않는 곳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슈지는 이곳에서 각성하고, 발전하고, 생의 활력을 찾고, 심지어 트라우마까지 극복하게 됩니다. 이런 과정이 말 그대로 상당히 '라이트'하게 전개되어 순식간에 책장이 줄어듭니다.

하지만 작품이 전하는 주제는 결코 '라이트'하지 않았습니다. 누구의 인생이든 평생에 히어로 한 명쯤은 존재한다는 것. 나에게도 히어로가 있었고, 나 또한 그 누군가의 히어로가 될 수 있다는 것. 즉 히어로는 그 누구나 될 수 있다는 것. 그렇기에 결국 아무런 재미도 없는 인생이란 있을 수 없다는 것. 상당히 따뜻한 주제의식을 담고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특히 저는 슈지와 할아버지와의 과거 추억들이 감동적이었습니다. 20년 전에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생각났거든요. 저는 시골 깡촌 출신이라 집에서 소를 키웠는데, 할아버지는 매일 소꼴을 베러 다니셨습니다. 그렇게 지게에 소꼴을 한 짐 지고 오신 할아버지가 저와 동생에게 늘 건네던 것이 있었는데, 빈 담배갑에 가득 따 담은 산딸기와, 살이 통통하게 오른 방아깨비가 그것이었습니다. 할아버지는 소꼴을 베시는 와중에도 손주들 간식과 장난감(?)을 챙기셨던 거죠. 담배 냄새는 죽도록 싫어하는 저인데, 할아버지가 건네주던 담배 냄새가 살짝 밴 그 산딸기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간식이었습니다. 저에겐 상당히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는 기억입니다. 아마 저 역시 인생 첫 히어로는 할아버지였나 봅니다. 문득 할아버지와 산딸기가 그리워지는 밤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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