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우나는 JTBC 안 봐요 - 2017년 제13회 세계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박생강 지음 / 나무옆의자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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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대선 선거 운동 기간에, 한 후보자가 선거 연설에서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제일 먼저 종편 두 개를 없애버리겠다는 문제의 발언을 했었습니다. 저는 그 이야기를 듣고 아, 그럼 나는 그 두 개의 방송만을 봐야겠구나 생각했었죠.(ㅋㅋ;;) 그 두 개의 종편 채널 중 하나가 누가 봐도 JTBC라는 것은 자명한 일이었습니다. 최순실의 태블릿 PC를 처음 보도하여 대통령을 탄핵으로 이끄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한 곳이 바로 손석희 사장이 이끄는 JTBC 보도국이었으니까요. 보수를 자칭하는(글쎄 과연 그게 진짜 보수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후보 눈에 JTBC는 눈엣가시도 그런 눈엣가시가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이유로 (잘 보지 않는 뉴스이진 하지만) JTBC 뉴스룸은 곧잘 챙겨보곤 하지만요. 아무튼 지난 대선 때 그 후보와 같은 이유로 JTBC라면 학을 떼는 어르신들이 많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이렇게 단정하는 건 좀 위험하겠지만 그들은 주로 저희 부모님 세대이거나 꽤나 큰 부와 권력을 가졌거나 하는 분들일 겁니다. 그리고 이 작품 속 주인공들이 정확히 그런 조건을 가진 자들이었습니다.

 

주인공이자 서술자인 손태권은 작가입니다. 하지만 변변한 책 한 권을 내지 못하고 논술 학원 강사로 근근이 생활을 이어오다 그나마도 근무하던 학원이 쫄딱 망하는 바람에 연인인 공에게 빌붙어 사는 존재입니다. 그러다 우연히 본 구직사이트에서 헬라홀이라는 피트니스 클럽의 사우나 매니저에 지원하게 되고 그곳에서 근무하게 됩니다. 헬라홀의 주 고객층은 대한민국 상위 1퍼센트의 중장년들이었는데 그들 갑을 상대로 태권은 을도 아닌 심지어 병이 되어 그들을 돌봅(?)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태권은 헬라홀도 고객들도 그리고 자신도 어쩐지 근사한 콧수염이 아닌 코털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솔직히 처음 작품의 제목을 보고선 상위 1퍼센트의, 속된 말로 기득권 보수 꼴통들을 비꼬는 풍자극일 거라 짐작했었습니다. 물론 그 짐작은 어느 정도 맞기도 했지만, 제가 짐작하고 기대했던 바와는 많이 달랐습니다. 저는 풍자라는 것의 가장 큰 묘미는 역시 '뒷맛 쓴 통쾌함'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작품 속에서 그려지는 풍자의 맛은 대부분 밍밍하면서 부분적으로 크게 쓰기만 했거든요. 좀 단순하게 말하자면 극적인 어떤 사건이 존재하지도 않았고, 병이나 을에게 통쾌함을 선사하는 그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갑들로서의 씁쓸함과 병과 을로서의 씁쓸함만이 그득그득 했달까요. 작품 속에서 '리얼리즘'에 대한 언급이 많았는데 이 작품이야말로 치열하게 사실적인 리얼리즘이 아닌가 싶습니다. 소설 속 허구의 세계에서 자그마한 재미와 위로를 찾으려 독서를 하는 제게 이런 치열한 리얼리즘 소설은 조금 잔인하다고 느끼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이 작품의 제목은 원래 '살기 좋은 나라?'였다던데... 솔직히 지금의 제목을 보며 무릎을 탁 쳤던 독자로선 이 무슨 촌스럽게 직설적인 제목이냐 싶었지만, 또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살기 좋은 나라?' 만큼 이 작품의 주제를 잘 살리는 은유적 제목도 없었겠다 싶기도 하네요. (저를 포함한) 한쪽에선 JTBC를 찬양하고, 또 한편에선 그렇기에 JTBC를 무조건 배척하는 나라. 빈과 부, 세대와 세대, 남과 여, 지역과 지역으로 둘로 셋으로 넷으로 자꾸만 갈리는 나라. 이런 나라가 언젠가는 정말 살기 좋은 나라가 될 수 있을지... 아...... 역시 이 소설 곱씹을수록 쓰고 또 쓰고 쓰디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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