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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은 멋있다 ㅣ 소설의 첫 만남 1
공선옥 지음, 김정윤 그림 / 창비 / 2017년 7월
평점 :
2년 전인가, 한 중학생이 방학 동안 학교에서 정해주는 책들을 읽고 독서록을 작성해야 하는데 큰일이라고 하소연을 했습니다. 요즘
중학생들에겐 학교에서 어떤 책들을 읽기 권장하나 궁금해서 그 목록들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데미안을 비롯 어른들도 읽기 힘들어 하는 고전들이
즐비하더라고요. 솔직히 어른들도 읽다가 포기해 버린다는 그 어려운 책들을 도대체 이제 겨우 중학생인 아이들에게 읽길 권한다면... 그래 역시
독서란 재미없고 어려운 거야...라는 의식이 아이들에게 박혀버리지 않을까... 그래서 독서 기피증이 생겨버리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그런 아이들에게 어른들은 책 좀 읽으라며.. 잔소리를 해대지요. 우리나라 성인 평균 1년 독서량 9.6권을 자랑하면서
말이죠. 내년에 교육과정이 개정된다고 합니다. 독서와 논술 교육이 강조된 교육과정이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읽기도 힘들고 읽고 나서 너무 어려운
나머지 무슨 뜻인지 전혀 이해하지 못할 책들만 읽기 강요한다면 과연 그 독서가 제대로 된, 그래서 인생에 도움이 되는 독서가 될까요? 개정되는
교육과정에 발 맞추어 아이들이 좀 더 독서와 친해질 수 있도록 창비에서 참신하고 뜻깊은 시리즈가 출시 되었네요. '소설의 첫 만남'이라는.
동화와 소설 중간 어디쯤에 존재할 법한 9편의 단편 소설들을 엮어서 말이죠.
소설의 첫 만남 첫 이야기는 공선옥 작가의 '라면은 멋있다'입니다. 민수라는 아이는 가정형편이 어려운데, 이를 여자친구인 연주에게
감춥니다. 연주는 햄버거 가게에서 일을 하는데 그녀의 일이 끝나길 기다리며 민수는 햄버거 가게 앞을 서성입니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면 비싼
햄버거를 사 먹어야 하니까요. 그렇게 연주가 일이 끝나면 둘은 분식집에 가서 라면을 먹고 걷거나 혹은 놀이터에서 데이트를 합니다. 연주의 집도
가정형편이 좋지 않아 연주가 중학생 때 산 옷을 여전히 입고 다니는 걸 안 민수는 연주에게 그녀의 생일 선물로 예쁜 코트를 사주겠노라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해버리고 맙니다. 과연 민수는 이 위기(?)를 어떻게 해쳐 나갈 것인가!!!
역시 아이들이 소설에 쉽게 접할 수 있도록 기획된 작품이라 그런지 정말이지 순식간에 읽힙니다. 읽는 데 30분도 채 걸리지 않은 것
같네요. 게다가 곳곳에 삽화가 듬뿍 담겨 있어서 아기자기 하고 감성 또한 자극합니다. (동화와 소설 중간 단계 답죠? ^^) 민수와 연주는
지극히 평범한 우리 주변의 고등학생들이었습니다. 그들이 무얼 고민하고 무얼 생각하고 무얼 중요하게 생각하는지가 잘 담겨 있었습니다. 아마
아이들이 이 작품을 읽는다면 맞아 맞아... 이건 완전 내 이야긴데...하고 공감하리라 생각합니다. 심지어 그들이 사용하는 말투(은어나
비속어)도 사실적으로 담아내서 더욱 실감나고 좋았습니다.
저는 늘 그런 생각을 합니다. 독서는 '무엇'을 읽느냐 보다는 '어떻게' 읽느냐가 중요하다고요. 재밌게 읽고 완벽하게 소화해 낸 책 한
권이 전세계 지구인이 다들 걸작이라고 평가하지만 나는 결코 소화시키지 못하겠는 작품보다 훨씬 더 훌륭한 명작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독서라는 아주 아주 즐거운 행위를 말 그대로 '즐겁고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기획된 이 '소설의 첫 만남'은 아주 칭찬해!!! 부디
아이들에게 그래서 어른들에게도 널리 널리 사랑받는 시리즈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다른 작품들도 사두었으니 쭈욱 읽어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