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난 4월, 4개월 여의 암투병 끝에 작은아버지께서 돌아가셨습니다. 꽤 오래 같이 살았던 적도 있고 현재는 작은집 인근에 살고 있기에 교류도 많았던, 제겐 아버지나 다름 없는 분이셨습니다. 그래서 수시로 병원에 들러 나름 간병도 하고 격려도 해드렸지만 처음 입원하여 진단 받을 때부터 이미 시한부 선고를 받은 작은아버지가 점점 가족들과 그리고 세상과 이별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너무나 슬픈 일이었습니다. 2년 전엔 또 할머니께서 노환으로 돌아가시기도 했습니다. 90세가 넘은 연세인지라 사람들은 호상이라고들 했지만 어린 시절 저를 업어 키워주신 할머니와의 이별도 정말이지 슬픈 일이었습니다. 그렇게 할머니, 작은아버지를 연달아 보내고 자주 자주 '죽음'에 대해서 심각하게 생각하곤 합니다. 작은 아버지 장례식 때 펑펑 울고 있는 저에게 사촌 오빠가 "이제 시작이다."라는 말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제가 나이를 먹은 만큼 부모님도 그리고 집안 어른들도 점점 더 연로해지실테니 앞으로 이런 일이 계속해서 생길 거라는, 그러니 후회없게 지내라는 오빠의 충고 비슷한 것이었겠지요. 하지만 작별 연습이라니요... 사랑하는 사람들을 놓는 준비라니요... 그게 과연 준비하고 연습한다고 되는 일인 걸까요?

 

그런데 이 작품은 바로 그 '놓음'과 '작별'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만남과 사랑 뒤엔 반드시 이별이 있을 것임을 알기에 사랑과 함께 쌍으로 존재하는 두려움에 관해서 이야기합니다. 머리를 다쳐 기억을 점점 잃어가는 할아버지가 있습니다. 할아버지는 매일 매일 사랑스러운 손자 노아노아와 함께 그의 상상 속, 기억 속 광장을 여행합니다. 그 곳엔 할아버지의 행복하고 즐거웠던 과거의 기억들이 잔뜩 있었습니다. 할머니와 처음 만났던 댄스장, 할머니가 좋아했던 히아신스, 할머니가 끔찍하게 생각했던 고수, 할아버지가 평생 사랑한 방정식, 할아버지완 다르게 수학보단 문학을 좋아했던 아들 테드, 테드가 낳아준 사랑스러운 손자 노아노아. 하지만 할아버지의 기억의 광장은 이제 점점 좁아져만 갑니다. 그래서 할아버지는 그것이 두렵습니다. '계속해서 한 페이지가 없는 책을 읽고 있는데 그게 항상 제일 중요한 부분'인 것처럼 그에겐 소중하고 아름다웠던 그 기억들이 자꾸만 그를 떠나고 있으니까요. 이러다가 사랑하는 아들 테드나 손자 노아노아마저도 놓치고 말까봐...

 

뭉클해지고 코끝이 찡해지는 장면들이 많았습니다만 기본적으로 이 작품은 굉장히 감정이 절제된 문장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결코 신파로 흘러가지도, 독자들의 눈물을 요구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담담하고 담백하게, 하지만 사랑스럽게 할아버지와 할머니, 테드, 그리고 노아의 대사들이 주를 이뤄 전개되는데 그들이 주고 받는 말들은 한 문장 한 문장이 매우 아름답습니다. 게다가 이들의 이야기에 아기자기하고 예쁜 일러스트들이 어우러져 이야기는 마치 한 편의 동화처럼 펼쳐집니다. 때문에 '슬픔'보단 '감동'이 더 크게 다가오며 이야기를 더욱 아름답게 합니다.

 

그렇게 독자들에게 작가는 '놓음'과 '작별'을 받아들이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우리가 사랑하며 살아가는 하루하루는 결국 어쩔 수 없는 이별의 나날임을... 그렇기에 놓아야 할 땐 놓아야 함을... 그러므로 조금은 뻔한 교훈이긴 하지만 매일 매일 후회없이서로 사랑할 것을... 때문에 저는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눈물 짓기보다는 미소 지을 수 있었습니다.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내내 곁에 두고 읽으며 위로 받고 힐링할 수 있을, 자그마하고 어여쁜 책 한 권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