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여우가 잠든 숲 세트 - 전2권 스토리콜렉터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박종대 옮김 / 북로드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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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입가경 : 타우누스 시리즈>

2011년 출간되어 그 해 베스트셀러에 등극, 여전히 잘도 팔리는 넬레여사의 타우누스 시리즈 4번째 작품 '백성공주에게 죽음을'. 거의 처음 접하는 독일 미스터리임에 낯설기도 했지만, 기가 막힌 설정과 재미에 속된 말로 이 듣보(...이런 표현 죄송) 작가에게 빠졌었더랬습니다. 그래서 이후에 거의 몰아서 줄줄이 출간된 그녀의 작품들을 모조리 탐독했었고요. 그리고 저는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이 독일을 넘어 전세계에서 베스트셀러라기에, 아 그럼 이 작품이 그녀의 대표작이고 이 작품을 넘어서는 작품을 만나긴 힘들거라고 예상했었습니다. 그런데 왠걸! 넬레 여사의 타우누스 시리즈는 회를 거듭할 수록 점점 더 재미있어지고, 완성도가 높아지더라는 겁니다. 솔직히 대부분의 작가들은 어떤 정점에 이르고 나면 그냥 재미는 있으되 절정인 작품을 넘어서지는 못한다는 아쉬움의 평을 받곤 하잖아요. 그런데 넬레 여사의 타우누스 시리즈는 아직 절정에 이르지 않은 것일까요? 저는 '백설 공주에게 죽음을'보다 '사악한 늑대'가 더 재밌었고, '사악한 늑대'보다 이번 신간 '여우가 잠든 숲'이 더 재미있었습니다. (산 자와 죽은 자는 타우누스 시리즈 중 유일하게 아직 읽어보지 못했습니다.) 점입가경, 타우누스 시리즈에 꼭 맞는 말이지요.

 

<전전반측 : 올리버 폰 보덴슈타인>

이 번 이야기는 보덴슈타인이 살고 있는 고향 마을 루퍼츠 하인을 배경으로 펼쳐집니다. 타우누스 시리즈가 으레 그렇듯 연쇄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이를 조사하기 위해 보덴슈타인과 피아 콤비가 수사에 착수하게 되지요. 다만 흥미로운 건 현 시점에 일어나는 연쇄 살인 사건이 42년 전 한 아이의 실종 사건과 매우 깊은 관련이 있다는 겁니다. 42년 전에 실종된 아이 아르투어는 보덴슈타인의 절친이었고, 그 아이가 실종되던 날 보덴슈타인이 애지중지하던 애완 여우 막시도 사라집니다. 그리고 이 일은 보덴슈타인에게 여전히 큰 트라우마로 남아 있습니다. 게다가 사건과 관련된 인물들은 전부 보덴슈타인 지인들. 이러니 보덴슈타인의 고뇌는 깊어만 갈 밖에요. 안그래도 개차반 전처에, 만나는 여자들마다 어찌 그리 여자 보는 눈이 없는지 막장에 막장을 달리는 그의 연애사에, 늦둥이 딸 소피아의 독박 육아에, 강력반장이라는 직장 타이틀까지. 바람 잘 날 없던 보덴슈타인은 갱년기 비슷한 증상까지 온 상태였으니 이런 일련의 사건들에 전전반측, 잠 못 이룰 밖에요.

 

<괄목상대 : 피아 산더>

정서적으로 극한에 극한까지 몰린 보덴슈타인은 명목상 장기 휴가(...속내는 은퇴)를 결심하고, 보덴슈타인의 뒤를 이를 반장으로 피아를 추천합니다. 시리즈의 첫 작품에서 어색하기 짝이 없던 두 사람이었지만 그동안 수많은 사건을 해결해 나가며 거의 가족이나 진배없는 파트너쉽을 쌓았지요. 그리고 특히 시리즈 초반에 신입 티 줄줄 나던 피아는 그동안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하게 됩니다. 이번 이야기의 중심엔 보덴슈타인이 있기에, 그리고 그 이야기 속 보덴슈타인은 지극히 사적이기에 자주 객관성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그런 보덴슈타인의 객관성을 유지할 수 있게 옆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인물은 역시 피아일 수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이 번 작품 속에서 피아의 활약은 눈부십니다. 이전 작품들에서 피아는 아무래도 반장 보덴슈타인을 성실히 돕는 역할이었는데, 이번 작품에선 보덴슈타인을 대신해 반장으로서의 리더십을 발휘하며 사건을 푸는 결정적인 단서들을 찾아거든요. (다만 결자해지, 막판 범인과의 혈투는 보덴슈타인이 담당합니다^^) 앞으로의 시리즈는 이제 피아가 주도할 것임을 명백히 보여주는 것이지요. 그래서 피아의 젊고 매력적인 새 파트너도 등장을 하고요.

 

<무산지몽 : 누군지 밝힐 수 없는 그들>

넬레 여사 작품들의 공통 키워드는 아무래도 '막장'이 아닌가 싶습니다. 타우누스 시리즈를 비롯하여 다른 작품들 속에서도 꼭 등장하는 '불륜', '출생의 비밀', '돌려 사귀기' 등. 저는 이런 요소들을 매우, 극도로 싫어합니다. 아침 드라마나 일일연속극, 사랑과 전쟁 같은 것들에 딱 질색을 하죠. 그래서 솔직히 고백하자면 타우누스 시리즈 애독자이면서도 이런 요소들이 참으로 싫었었습니다. 특히 보덴슈타인의 가정사는 정말이지...!!! 그런데!!! 이번 작품은 아예 마을이 통째로 이런 막장 드라마를 찍고 있지 뭡니까? 친구 애인을 건드리는 건 기본에, 지 애비가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에, 아빠 친구랑 동침, 숨겨 놨던 딸이 새 가족이 되고, 아주 마을 전체가 난리 브루스를 춥니다. 무슨 한식, 양식, 중식, 일식 다 즐길 수 있는 호화로운 막장 뷔페에 온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막장으로 얽히고 설키다 보니 족보가 미친듯이 꼬여버리는 게 당연한지라 왜 작품 초반에 인물 관계도를 명시해놨는지 알만 하더라고요. 때문에 42년 전 사건의 내막과 이로부터 파생된 현재의 사건들 모두 이놈의 빌어먹을 무산지몽, 남녀간의 은밀한 밀회 때문이었습니다. 그래놓고 하는 말이 "이 모든 게 사랑 때문이었네라.'라니, 개뿔! 결국 그 사건 이후에 파탄난 사랑이었으면서! 아무튼, 이렇게 욕이 절로 나오는 막장극인데 우습게도 재밌습니다. 저는 정말이지 막장을 싫어하는데 재밌고 또 재밌습니다, 자존심 상하게(ㅋㅋ;). 왜냐하면 이런 막장적인 요소들 못지 않게 추리적인 요소들 또한 출중하거든요. 피아와 보덴슈타인 엘리아스 펠리치타스 등의 시점이 교차하며 중요한 순간에 적절이 이야기를 끊어 호기심을 일으키는 구성, 눈치채기 힘들었지만 곳곳에 뿌려졌던 복선들, 거듭되는 반전에 반전들이 화려한 막장 요소들만큼이나 치밀했습니다.

 

<학수고대 : 나를 비롯한 독자>

작품 소개를 보아하니, 넬레 여사는 시한부 선고를 받았었는데 병을 극복하고 이런 작품을 써냈다고 하는군요. 진정 존경스러운 정신력과 인간승리입니다. 앞에서도 밝혔듯이 점점 더 성장하고 발전하는 넬네 여사와 타우누스 시리즈. 때문에 한 작품이 나와 그 작품을 읽고나면 만족감과 더불어 즉시 다음 작품에 대한 갈망이 이어집니다. 게다가 보덴슈타인은 이제 강력반을 떠났고, 피아는 반장이 되었고, 피아에겐 새로운 파트너가 생긴 상태. 정말 보덴슈타인은 이대로 영원히 바이바이인 것인지, 반장으로의 피아는 어떤 카리스마를 보여줄지, 피아의 파릇파릇 파트너인 타리크는 앞으로 어떤 매력을 내뿜을지 정말이지 궁금하고 기대되는군요. 그리고 아직도 넬레 여사는 절정에 도달하지 않았음을, 때문에 분명 다음 작품은 더욱 재미있으리라 확신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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