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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코 칸타타
육시몬 지음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 p. 344
과거가 슬프다고 현재까지 슬퍼하는 건 바보 같은 짓이야. 그렇게 자꾸자꾸 슬픈
과거만 만들다 보면 평생 그 사람의 지난날은 슬프기만 할 테니까. 』
<이 소설은 연애 소설입니다.>
이 소설은 연애 소설입니다. 그런데 작품 초중반까지만 해도 그게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솔직히 처음엔 연애 소설이 아닌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중후반부를 지날수록 로맨스적인 요소가 점점 짙어 집니다. 사연 많은 여주인공, 그녀 주변에 대거 포진되어 있는 꽃미남들.
그래서 형성되는 삼각 혹은 사각관계. 흔한 로맨스 소설, 혹은 로맨스 드라마에서 많이 보던 설정들이지요. 게다가 이 꽃미남들은 하나 같이 다들
매력적인지라 내 자신이 여주인공인 양 누굴 선택해야하나 고민하며 흐뭇해집니다.(ㅋㅋㅋ;) 초절정 꽃미남 한수, 조각 미모 장풍, 모성 본능
자극하는 난파. 그리고... 이 세 매력남...의 사랑을 받는 고양이... 하아... 이 복 받은 그녀 고양희! 과연 그녀의 마음은 누구를 향해
있을까요? (참고로 저는 고양이의 마음과 같은 마음이었습니다. ㅋㅋㅋ) 아무튼 이런 요소들덕에 이거 드라마로 만들어진다면 참 재밌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맘대로 가상 캐스팅을 해보며, 그 배우들 이미지와 겹쳐가며 책을 읽어더랬습니다. 역시 훈남들이 많이 등장하는 소설이나
드라마는 그저 흐뭇합니다. 저는 얼빠니까요^^;
<이 소설은 연애 소설 그 이상입니다.>
이 소설은 물론 연애 소설입니다만, 제게 이 소설은 연애 소설 그 이상이었습니다. 이 소설은 상처 받은 이들의 소설이며, 상처 받은
이들을 어루만져주는 소설입니다. 고양희는 국내에서 제일 잘나가는 매니저였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이제 알콜 중독자입니다. 마한수는 재벌가의
자제입니다. 하지만 그는 폐소 공포증으로 가족들로부터 버림 받았습니다. 장풍은 몸에 자해 흔적을 품고 있는 기억 상실증 환자입니다. 홍난파는
난독증 때문에 왕따를 당하는 고등학생입니다. 이들은 속초의 육시몬 신경 정신과라는 곳에서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그 병원의 원장인 육시몬은
시각장애인입니다.
이처럼 이 작품 속 주인공들은 모두 장애가 있고, 아픈 과거가 있고, 마음 한구석에 깊은 상처를 떠안고 죽지 못해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이제 몰디브를 꿈꿉니다. 그들에게 몰디브란 아마 엿같은 현실을 살아낼 수 있는 자그마한 희망이었을 겁니다. 때문에 그들은 트로트
가요제에 참가를 결심하고 대상을 받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이때문에 많은 사건들이 벌어지게 됩니다.
현대인치고 정신 질환 한가지 정도 갖지 않은 사람들이 없다고 합니다. 어떤 사람의 인생이든지 늘 햇빛 짱짱하지만은 않을 겁니다. 태양의
반대편엔 그림자가 존재하듯 누구나 사연 하나쯤은 갖고 있지요. 이 소설은 그런 우리들을 보다듬고 어루만져주는 햇살 같은 소설이었습니다. 연말연시
심란해지는 이 시기에 읽기에 참으로 적절한 작품이었습니다.
<이 소설은 육시몬의 소설입니다.>
그렇습니다. 이 소설의 작가는 육시몬입니다. 저는 그녀의 블로그 이웃이기도 해서 그녀의 일상을 자주 훔쳐(?)보곤 합니다. 한없이
똥꼬발랄(본인 스스로 그렇게 표현하셨습니다. ㅋㅋ;)한 그녀의 나날. 저는 그런 그녀가 좋습니다. 살기 힘들다고 끊임없이 푸념만 늘어놓고
징징거리는 사람들 보다, 힘들고 지칠수록 이를 웃음으로 승화하려는 사람들이 저는 좋습니다. 이 작품은 그런 작가를 많이 닮아 있었습니다. 결코
행복하지만은 않은 주인공들, 하지만 그들은 몰디브라는 희망의 꿈을 꿈꿉니다. 올해 나의 몰디브는 무엇일까... 고민해봐야겠습니다.
『 p.351 하루하루 우린 살아가고 있는 걸까, 죽어 가고 있는
걸까. 하루를 살면 하루만큼 죽음에 가까워진다. 성큼성큼 죽음으로 걸어간다.
하지만 그 걸음걸음이 바로 삶은 살아 내고 있는 중이다. 우린 죽어 가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살아가고 있다. 당신들이 떠난 후 우리의 인생은
고통으로 가득할 뿐이라는 핑계는 이미 죽은 사람들에겐 허용되지 않는다. 열심히 죽음으로 달려가는 것은 열심히 살아가야 한다는 것. 죽고 싶은가?
그럼 살아라. 너 자신을 벌하고 싶은가? 그럼 살아라. 속죄하고 싶은가? 그럼 살아라. 우린 살아야 하는 것이다. 우리의 몫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