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빼미 무덤
강희진 지음 / 은행나무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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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동창중에 서해의 아주 외딴 섬이 고향인 친구가 한명 있었습니다. 섬에는 고등학교가 없어서 뭍에 나와 친척집에 기거하며 학교에 다녔던 친구였지요. 그 친구의 고향인 섬에는 풍장이라는 장례 풍습이 있다고 했습니다. 사람이 죽으면 그 시신을 자연 그대로 노출하여, 자연으로 되돌리는 장례 방법. 뭐랄까 신기하기도 했고, 자연에서 와서 자연으로 돌아가는 그 원시적인 방법이 상당히 경이롭게 느껴졌었습니다.

 

그리고 이 소설에서는 풍장의 다른 형태인 <초분>이란 것이 등장합니다. 짚으로 이엉을 만들어 시신을 담아 보관, 육탈하고 나면 뼈를 수습해 묻거나, 가루를 내어 뿌리는 장례 방법. 소설의 배경이 되는 풍도라는 곳은 바로 이 장례 절차인 <초분> 덕분에 섬 사람들이 살아갑니다. 내셔널지오그래피의 다큐로 소개된 풍도의 초분. 때문에 국내를 비롯 전세계인들의 관심이 집중된 풍도. 남해의 외딴 섬들은 대부분 낙후되어 무인도가 되고 만다는데, 풍도는 과거 멸치파시로 번성했던 때처럼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합니다. 그리고 섬 주민들은 이 기회를 결코 놓치고 싶지 않습니다. 때문에 그들은 초분 풍습을 보존, 아니 오히려 더욱 발전시켜 관광 자원으로 삼고, 학교에서는 아이들에게 무조건 영어로 된 수업을 진행합니다. 주인공인 '나'는 영어회화에 능하다는 이유 하나로 풍도 분교장 자격으로 풍도에 발을 들이게 됩니다.

 

마을 주민이면 누구나 영어를 구사하며, 누구나 아이패드를 들고 다니고, 마을 어디에서나 초고속 인터넷이 빵빵 터지며, 마을 구석구석 초분과 그 초분의 주인공의 생전 역사가 담긴 QR코드가 존재하는 환상의 섬 풍도. 하지만 한편으론 집성촌이라는 이유로 지극히 폐쇄적이며, 자신들의 생존과 이익과 관련된 일이라면 도덕적인 기준은 깡끄리 무시되어 어마무시한 일이 아무렇지도 않게 벌어지는 곳 풍도.

 

그런데 과연 이런 일들이, 이런 사회가 비단 풍도뿐일까요? 작가가 늘어놓는 조금은 불편하고 심지어 불쾌하기까지한 풍도에 대한 묘사들이 제가 살고 있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대한민국 같다고 느낀 건 저뿐일까요? 그런 의문이 자꾸만 들었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불편하고 또 불편해지던 소설이었습니다. 연초라 그런지 암담하고 불안한 속에서도 희망이 보이고 유쾌함을 찾을 수 있는 이야기가 그리워서 더욱 불편했던건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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