씁니다, 우주일지
신동욱 지음 / 다산책방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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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유명 연예인들의 소설 출간 소식이 자주 들리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고백하건데, 전 연예인들의 소설엔 편견을 가지고도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전문 소설가의 소설보다 못하지 않을까 하는... 많이 부족하지 않을까 하는... 그런 선입견 말이죠. 때문에 그들이 쓴 소설들을 단 한편도 읽어보지 않았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런데 요즘 또 한명의 연예인이 SF 소설을 출간했습니다. 배우 신동욱이 쓴 씁니다, 우주일지. 저는 SF에 심하게 취약합니다. 우주라는 세계는 좁디 좁은 식견을 가진 제겐 감당 못할 정도로 심하게 광활하니까요. (그러고보니 저 학창시절에 지구과학도 정말 싫어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이 책은 끌리더란 말입니다. 연예인이 쓴 SF이니 SF적인 요소는 적고, 읽기 쉬운 로맨스가 더 많은 소설일 거라는 지레 짐작도 있었구요. 하지만 이런 제 짐작은 정말 완벽하게 틀려먹은 것이더군요.

 

이 작품은 분명 맥 매커천이라는 인물과 김안나라는 인물의 러브스토리인 건 맞습니다만... 그들의 러브스토리는 빙산의 일각 뿐. 이 작품은 오롯이 소설이었습니다. 맥과 안나는 우주를 꿈꾸며, 같은 꿈을 꾸는 서로에게 이끌려 사랑에 빠지고, 또한 우주에 빠집니다. 그들의 우주에 대한 꿈을 이루기 위해 우주 엘리베티어를 건설하려는 목표를 세우고, 이를 위해 소행성을 포획하러 맥은 우주로 떠납니다. 이 소설은 3년간의 맥의 우주 일정을 그려놓았습니다.

 

우주를 떠도는 그 긴긴 시간동안, 우주인들은 대체 무얼하며 지내는 걸까?...하는 궁금증을 가졌던 적이 있습니다. 무중력 상태니 할 수 있는 일은 지극히 한정적일테니까요. 이 작품 속에는 그런 우주인들의 우주 생활을 매우 구체적으로 그려놓고 있습니다. 그것도 아주 현실적이면서 적나라하게. 특히 응가응가에 대한 숱한 묘사들이란 정말;; 솔직히 우주인들의 배변 활동은 어떠한지 궁금했던 것은 사실입니다만 이런 식일 줄이야; 워낙 응가응가에 대한 묘사가 많이 나오는지라 처음엔 으엑~ 스럽다가 웃기기도 하다가 후엔 저도 맥처럼 익숙하고 친근하고 심지어 고마워지고 말았지요. (우주에서 응가응가는 정말이지 중요한 무엇입니다!) 무튼 이런 우주인들의 사소하고 따분하고 평범한 일상 요모조모를 잘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또한 놀라운 것은, 이 책 안에 담긴 우주와 우주선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들이었습니다. 참고 서적을 엄청 탐독하고, 그것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한다면 결코 쓸 수 없었을 지식들. 전 그런 묘사들에 상당히 취약해서 이런 부분들을 읽는데 적잖은 어려움을 느끼기도 했지만, 작가의 방대한 지식엔 감탄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때문에 이 소설은 오롯이 SF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알고보니 신동욱은 우주 덕후라는군요.

 

그리고 이 책이 좋았던 건 역시, 우주라는 광활한 미지의 공간을 떠도는 한낱 먼지 하나에 불과한 인간이 외로움과 고독과 두려움과 싸우면서 해나가는 인생에 대한 고찰이었습니다. 맥은 실제로 '우주'라는 공간을 떠돌긴 했지만, 사실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도 결국 '우주'와 다를바 없는게 아닌가 생각했거든요. 인간이 세상에 난 순간부터 우리는 누구나 외롭고 고독하고 두려워하는 존재들이니까요. 그런 우주와도 같은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서 맥은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p.296 어제는 어제일 뿐이고 오늘은 오늘일 뿐이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서 나는 오늘만을 살 것이다. 이것이 내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다.)라고. 한해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날에 만난 맥의 이야기에 위로 받았습니다. 앞으로 배우가 아닌 작가 신동욱의 활동을 무한 응원하며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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