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반짝 안경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이덴슬리벨 / 2016년 12월
평점 :
절판


<자기 인생을 사랑할 수 없어서 한탄스럽다면 스스로 인생을 사랑할 수 있도록 사는 수밖에 없다. 달리 뭘 할 수 있겠나?>

 

 

이 이야기는 참 아이러니 하게도 '죽음'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주인공인 아케미의 펫, 아니 가족이었던 고양이 '페로'의 죽음. 아케미라는 인물은 어린 시절 따돌림이라는 아픈 기억(이름이 여자 같아서라는 이유로;;;;)과 할머니의 죽음 등 트라우마 혹은 상처를 내면 깊숙이 지니고 있는 25세의 직장인 청년입니다. 그런 그가 다시 사랑하는 '페로'의 죽음을 맞이합니다. 그리고 그날 아케미는 즐겨 찾는 중고서점에서 <죽음을 빛나게 하는 삶>이란 책을 구입하게 되고, 그 책 속에 꽂혀있던 명함을 발견하고, 명함의 주인 아카네를 만나 그녀에게 빠져들게 됩니다. 하지만 그녀에겐 이미 애인이 있었고, 아케미의 사랑은 자연스레 짝사랑이 되지요. 하지만 또한 아이러니하게도 아케미를 짝사랑하는 여인도 있었으니 그녀는 다름아닌 직장 선배 야요이였습니다. 이들의 알쏭달쏭 삼각관계는 과연 어떻게 될까요?

 

삼각관계라하니, 이 소설은 짙은(?) 연애소설이지 싶으실 겁니다. 하지만 제게 읽힌 이 소설은 전혀 연애소설이 아니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바람없는 호수 위의 잔잔한 물결 그 자체 같았던 소설. 특별히 큰 사건이나 갈등도 없이 그저 잔잔하게 흘러갑니다. 신기한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장은 참 잘도 넘어간다는 거였습니다. 이또한 작가의 역량덕분이겠죠.

 

이 작품에서 그나마 가장 긴장감이 느껴진단질 하는 상황이란 것은 바로, 아카네의 애인인 유지가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는 정도. 때문에 아케미는 아카네에게 더욱 끌렸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아카네 역시 사랑하는 누군가의 '죽음' 가까이에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아카네와 아케미가 다른 점은 바로 아카네가 늘 쓰고 다니는 '반짝반짝 안경'이었습니다. 세상의 모든 것을, 자신 앞에 주어진 모든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안경.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 때문에 어딘지 모르게 의기소침하게 성장한 아케미와는 많이 달랐던 아카네. 때문에 아케미는 아카네에게서 반짝반짝 안경을 쓰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아니, 아카네 그 자체가 아케미에겐 반짝반짝 안경이었을지 모르겠네요.

 

아카네와 가까워지기 위해선 유지가 죽길 기다려야 하는 아케미. 시한부 인생을 사는 자신의 애인을 버릴 수 없는 아카네. 끊임없이, 하지만 조용히 그녀의 사랑을 아케미에게 어필하는 야요이. 그들의 잔잔하고 섬세하고 감성적인 삼각 사랑. 애틋하고, 애절하였지만, 그래도 마지막엔 따뜻했습니다. 이 추운 계절에 읽기에 참 괜찮은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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