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가게
너대니얼 호손 외 지음, 최주언 옮김 / 몽실북스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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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 섬 -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하와이의 모라카이섬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케올라의 모험담(?)입니다. 케올라에게는 칼라마케라는 장인이 있었는데, 그는 마법사였습니다. 케올라는 우연히 장인 칼라마케의 비밀을 공유하게 되고, 조금의 욕심을 부리는데 그로 인해 목소리섬에 남겨져 험난한(?) 모험을 하게 됩니다.

 

백년이 훌쩍 넘은 이 고전을 읽다보니, 어느새 눈앞에 하와이 여러 해변들이 펼쳐지네요. . 하와이의 환상적인 해변을 생각하면 마냥 행복해지다가, 칼라마케가 돈을 줍는 장면에선 거기 꼭 가보고도 싶어지다가(ㅋㅋㅋ), 케올라가 위기를 겪는 장면에선 공포심도 느낍니다. 짧은 단편인데 여러 소소한 재미를 다양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사실 책을 읽어나가며 이거 하와이에 떠도는 전설인가 싶어서 작가 이름을 다시 한번 확인을 했는데,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알고보니 <보물섬>과 <지킬 앤 하이드>를 쓴 작가였군요. 아 역시 그래서 <목소리 섬>에 모험도, 판타지도, 공포도 다 담겨있었던가 봅니다.

 

<마술 가게 - 허버트 조지 웰스>

책의 표제작인 <마술가게>입니다. 착하고 성실한 '제대로 된 아이'에게만 그 문을 열어주는 마술가게가 있습니다. 착하고 성실한 '제대로 된 아이'인 '깁'에게 이끌려 가게로 들어간 깁의 아빠 '나'. 그 마술가게에서는 기묘한 점원이 기묘한 마술을 보여주며 기묘한 일들이 펼쳐집니다. 이에 '나'는 '진짜 마술' 같은 '마술'에 두려움을 느끼기도 하지만, 착하고 성실한 '제대로 된 아이'인 '깁'은 마냥 신나기만 하지요.

 

우리는 누구나 어렸을 적에 한번쯤은 마술에 대한 동경을 품었을 겁니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버린 지금엔 그 모든 것이 '트릭'임을 알기에 '동경'보단 '흥미'를 느끼는 선에 그치지만요. 순수하게 진짜 마술을 믿었던 어린 시절의 순수한 동심을 이젠 잃고 살아가는 게지요. 단편 <마술가게>는 이젠 절대로 돌아갈 수도, 되찾을 수도 없는 어린 시절과 그 시절 지녔던 순수한 동심에 대한 찬가였습니다. 때문에 그 시절에 대한 그리움과, 다시는 돌아가지 못하리라는 씁쓸함을 느끼기도 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결말에 가선 왠지 마음이 정화되고 행복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동화같은 느낌이 강하기에 아직 글을 모르는 제 어린 조카에게도 읽어주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어른과 아이가 함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어른이' 동화. 왜 이 작품이 표제작으로 선택되었는지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p.59 인간의 그럴듯한 겉모습이 무엇을 감추고 다니는지 우리는 아무도 모른답니다, 선생님. 우리는 정돈된 외모, 회칠한 무덤에 불과한 것.....

 

<초록문 - 허버트 조지 웰스>

저명한 정치가 월리스는 5살에 처음 초록문을 발견합니다. 호기심이 두려움을 누르고 그 문을 연 순간, 초록문 안에는 아름다운 정원이 펼쳐지지요. 그곳에서 월리스는 너무나 행복하고 평온하고 태평한 시간을 보내지만, 금세 문밖으로 내쫓기고 맙니다. 그후로 그는 초록문 안의 세상을 그리워하지만, 점점 현실에 물들며 초록문의 존재를 잊어가지요. 그런데 그의 눈앞에 다시 초록문이 나타납니다. 등교길이었고 그는 학교에 지각하는 것을 원치 않았기에 초록문을 그냥 지나쳐 학교에 가지요. 학교가 끝난 후 다시 그 자리에 가 보았지만 초록문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그 뒤로도 초록문은 이따금씩 그의 눈앞에 나타나지만, 그 순간 순간은 현실에 물들어 살아가는 그에게 매우 중요한 순간들이었고, 때문에 그는 초록문을 계속 그저 지나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계속 초록문 안의 세상을 그리워하지요. 그러면서도 정작 초록문이 눈앞에 나타나면 결국 초록문보다는 현실을 택합니다.

 

그렇게 점점 더 성공하여 유명해지는 월리스. 그가 그토록 간절히 원하고 그리워하면서도 섣불리 열고 들어가지 못했던 '초록문'은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거듭 '초록문'의 의미를 생각하게 합니다. 또 월리스와 같은 상황에 나라면 어땠을까하는 의문도 자꾸 생깁니다. 나라면 과연 과감히 그 문을 열 수 있었을까?하는 생각을 말이죠. 그런데 결국 저도 월리스처럼 현실쪽을 택하지 않았을까 싶더라구요. 속세에 찌들대로 찌들어버린 중생이니까요.

 

그리고 의문을 품게 만들며, 계속 곱씹어 보게 만드는 결말...... 월리스에게 과연 '초록문'은 무엇이었던 걸까요?  삽화는 제일 아기자기했는데, 읽고 난 여운은 꽤나 쓴 작품이었습니다.

 

<눈먼 자들의 나라 - 허버트 조지 웰스>

그런 말이 있지요. 팔이 하나인 사람만 사는 곳에선 팔이 두개인 사람이 ㅂㅅ인 거라는;;; 이 진리를 이야기로 옮겨놓은 작품이 바로 허버트 조지 웰스의 '눈먼 자들의 나라'입니다.

 

누녜스는 보고타 사람인데 여행 중 불의의 사고로 깊고 깊은 협곡에 떨어지고, 눈 먼 사람들만이 모여 살고 있는 나라에 도착합니다. 누녜스는 생각하죠. '눈먼 자들의 나라에선 외눈박이가 왕이다.'라고. 때문에 누녜스는 자신이 선지자가 되어, 이들을 깨우치고 이들을 지배하려는 원대한 포부를 갖게 됩니다. 하지만 눈먼 자들만이 그들의 방식대로 이루어 낸 나라에서 그는 그저 '미개인'일 뿐이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녜스는 그들이 갖고 있지 못한 '시각'이란 것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얼마나 막강한 힘인지요. 때문에 그는 포기하지 않고 거듭 쿠데타를 꿈꿉니다. 누녜스의 쿠데타는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요?

 

아직 두편의 단편이 남아있긴 하지만, 읽은 네편의 단편 중에서 단연 최고로 재밌게 몰입해서 읽었습니다. 저역시 누녜스의 입장이었다면, 누녜스처럼 생각했으리란 점이 공감이 갔거든요. 하지만 반성이랄지... 깨닫는 점도 많았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만이 진실은 아니라는 사실을...... 눈에 보이는 것들에 현혹돼 더 중요한 것을 보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것을...... '다름'을 '다름'이 아닌 '틀림'으로 간주하는 세상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얀 강가의 한가한 나날 - 로드 던세이니>

얀에게 몸을 맡긴 채, 얀 강가를 따라 흐르고 흐르는 배 '강에 노니는 새'호에 탄 '나'의 이야기입니다. 잔잔한 강물이 흐르고 흐르듯, 이야기 또한 잔잔하게 흐르고 또 흘러갑니다. '강에 노니는 새'호가 정박하는 곳곳의 낯선 도시들에 대한 묘사. 우리에게 매우 생소하고 이질적인 신들과 그들에 대한 기도. 그리고 생소하기만한 지명, 인명들. 때문에 조금 어렵게 읽힌 작품이었습니다.

 

그런데 작품 말미에 이런 대사가 나오더군요. '해가 흘러갈수록 내 상상은 약해지고 있고 내가 꿈의 땅에 가는 일도 점점 없을 터이니, 서로 다시는 만나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기에 선장과 나는 한참을 서로 바라봤다.'(- p.192 얀 강가의 한가한 나날 중에서) 아아, 이 작품 속에 담긴 모든 것이 실은 서술자인 나(혹은 작가)의 상상력의 산물이었던 건가요? 때문에 상상력을 잃을 대로 잃어 버린 제겐 그리도 낯설고 어렵게만 느껴졌던 걸까요? 왠지 씁쓸하고 슬퍼졌더랬습니다. 나도 어린 시절엔 빨강 머리 앤 못지 않게 공상하기를 즐기는 소녀였는데 말이죠...ㅠㅠ

 

 <페더탑 - 나다니엘 호손>

마더 릭비는 마녀입니다. 그녀는 허수아비 만드는 일을 자주 하는데, 하루는 그녀가 만든 허수아비가 그저 '허수아비'로 남기엔 아깝다는 생각을 하게 되죠. 그래서 그 허수아비에게 담배를 빨게 하고 그렇게 '영혼'을 불어넣습니다. 더불어 아름다운 외모와, 예리한 지성까지도요. 그리고 '페더탑'이란 이름도 붙여줍니다. 그렇게 페더탑은 여행(?)을 떠나게 되고, 그 도중 여러 사람들로부터 찬사를 받습니다. 하지만 그의 진면목을 보는 강아지와 꼬마아이는 그를 무서워하지요. 그 여정 끝에 도착한 구킨 판사의 집, 그곳에서 만난 구킨 판사의 어여쁜 딸 폴리. 하지만 그곳에서 페더탑이 목격한 것은 다름아닌......

 

인간들은 누구나 어느 정도의 허례허식을 가지고 있기 마련입니다. 아름다워지고 싶고, 돋보이고 싶고, 때문에 그런 것들은 동경하기도 하고. 때문에 정작 중요한 내면을 들여다 보지 못하는 실수들을 범하곤 하지요. 나다니엘 호손은 이런 인간들의 허세를 '페더탑'을 통해 꼬집습니다. 허수아비는 허수아비로서 존재할 때 아름답다는 사실을 우리는 모르고, 아니 외면하고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요. <마술 가게>에 수록된 6편의 단편 중 가장 뜨끔하게 되고, 그래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단편이었습니다.

 

p.234 이 세상에는 페더탑처럼 닳아빠지고 잊혀 버린,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쓰레기로 만들어진 허풍쟁이, 겉멋만 든 것들이 널리고 널렸는데! 그래도 잘만 살아가고 있고, 그것들은 도통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보는 법이 없지.

 

<피터팬이 될 순 없지만, 네버랜드를 꿈꿀 순 있잖아요.>

​ 저는 좀 피터팬 증후군입니다. 학부형이래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나이에, 제가 생각해도 참 어리고 유치하게 철이 안들었다 싶을 때가 많지요. 딴엔 젊게 살고 있는 것 뿐이라고 핑계를 대지만, 솔직히 어린 시절의 순수함과 상상력은 이미 저를 떠난 지 오래입니다. 그래서 늘 푸른 해원을 향해 흔드는 노스탤지어의 손수건처럼, 저는 언제나 이젠 다시는 되돌아 갈 수 없는 그때 그시절을 그리워하고 동경합니다. 피터팬이고 싶지만, 결코 피터팬이 될 수 없는 우리는 그저 네버랜드를 꿈꿀 수밖에요.

 

순수함 결핍, 상상력 결핍 때문인지 저는 판타지 소설에 잘 손이 가지 않습니다. 하물며 고전 판타지 소설이라니요. 그랬던 저인데 이 소설 참 괜찮습니다. 네분의 걸출한 거장들이 짧은 이야기들을 통해 무슨 말을 하려 했던 것인지 생각하고 생각하다보니, 어느새 작품 속에 들어가는 상상력도 발휘가 되더군요. 하지만 그 이야기들이 전부 아름다웠다고 말하진 못하겠습니다. 때론 무섭기도 하고, 때론 씁쓸하기도 하고, 때론 즐겁기도 했습니다. 꼭 끊임 없이 물건들이 나오는 마술사의 모자 같은 책입니다.

 

독서하기 좋은 (물론 놀기에도 좋지만) 가을입니다. 이 가을 감성과 어울리는 책을 찾으시거나, 아이와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책을 찾으신다면 걸출한 거장 4인이 만들어낸 환상적인 이야기집 <마술가게>만한 게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읽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다보면 우리는 어느새 원더랜드에 가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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