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스캔들 세트 - 전2권
유오디아 지음 / 시간여행 / 201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는 아날로그형 인간이라 전자책이나 웹소설을 잘 읽질 못합니다. 때문에 유오디아라는 작가도 처음 들어봤지요, 몇 년 전 유행이었던 광해의 연인의 작가라더군요. 더불어 저는 로맨스 소설 또한 자주 읽는 편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펼쳐든 이유는, 소설의 배경이 흥미를 돋웠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불안하고 암울했던 시기, 대한제국. 저는 학창 시절 역사시간에 이 시기에 대해 거의 배우질 못해서, 언제나 근대가 배경인 소설은 흥미롭습니다. 중세와 근대가 공존하던 바로 그 시기가 말이죠.

 

이 작품 속 주인공인 박미우는 대가집 규수이면서 외교관이었던 아버지 덕에 미국에도 잠깐 살았던 이력이 있습니다. 때문에 미우라는 인물 자체가 중세적인 사고방식과 근대적인 사고방식을 동시에 가지고 있지요. 나름 서양식 사고방식을 가지고 여성으로서 직업을 가지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기도 하지만, 동시에 여.성.이.어.떻.게...하는 말을 자주 할 정도로 중세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기도 합니다. 그 미우가 지금의 우체국의 전신이었던 '우체총국'에서 최초의 여성 직원으로 일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신분을 숨기고 일하고 있던 황자 '이선'을 만나게 되고 사랑에 빠집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신분을 감추는 숨바꼭질 같은 사랑을 말이죠. 그리고 로맨스 소설의 구도가 다 그렇듯 이들과 삼각관계를 이루는 인물 또한 등장합니다. 우체총국의 사장 민우진이지요. 워낙 주인공인 미우와 완친완 이선의 중심으로 스토리가 흘러가기에 존재감이 조금은 미미하지만 작품 후반으로 가면 민우진은 꽤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또 한사람 매우 흥미로운 인물이 등장합니다. 미륜사라 혹은 헨리 예센 뮐렌스테트 라는 덴마크인. 조선의 전기 기술을 크게 발전시킨 실존 인물이라고 합니다. 일본의 통신 정책에 반기를 들다가 미움을 사고, 그럼에도 고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대한 제국에 남아 대한 제국을 위해 힘썼던 서양인. 사실 극중 그의 비중은 아주 적지만, 매력만큼은 주인공인 이선을 넘어섰습니다. 그리고 책 말미에 이 책에 등장하는 실존 인물들에 대한 설명을 읽었을 땐, 진심으로 그에게 고맙고 또 미안한 마음이 들더군요. 부디 헨리를 더욱 연구해 그의 업적(?)이 더 많이 밝혀지길 바라봅니다.

 

다시 작품 이야기로 돌아가보자면, 제가 느끼기엔 이 작품은 로맨스 적인 요소가 조금 심심하다고 느꼈습니다. 솔직히 1권을 다 읽을 때까지만 해도 너무 밍숭밍숭한 스토리가 별로라고 느꼈었지요. 하지만 1권 말미부터 스토리가 급물살을 타더군요. 물론 주인공들의 로맨스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대한 제국의 상황이 그러했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저는 이 작품을 로맨스가 아닌 '역사 소설'로 읽어내려갔습니다. 매우 흥미롭게 말이죠. 일본이 어떻게 대한 제국의 통신을 점령했는지, 러일 전쟁 당시 대한 제국의 상황은 어떠했는지, 한일 의정서는 어떤 과정으로 체결 되었는지, 을사 늑약의 과정은 또 어떠했는지 등을 꽤 세밀하게 그려놓았습니다. 교과서에서 년도와 함께 달달 외우던 그 사건들이 '미우'라는 인물을 통해 전달되니 훨씬 쉽고, 또한 훨씬 아프게 전달되더군요. 게다가 실존 인물들(고종을 비롯하여 이토 히로부미, 이완용, 민상호 등등)이 등장을 해주시니 생동감 또한 넘칩니다. 저 솔직히 작품 말미쯤에선 좀 울어버리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작품 마지막 장에선 빙긋 웃음이 났으니 그나마 다행이었달까요.

 

솔직히 로맨스로선 딱히 제 취향은 아니었지만, 그 아팠던 역사 속에서 그 역사와 닮은 사랑을 했던 두 사람에겐 무한 응원을 보내고파진 소설이었습니다. 분명 로맨스 소설로 생각하고 펼쳤던 책인데, 역사 소설로 읽고 말았네요. 역시 책은 '무엇'을 읽느냐보단 '어떻게' 읽느냐가 중요한 법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