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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이런 가족
전아리 지음 / 다산책방 / 2016년 8월
평점 :
대형 출판사를 경영하는 아버지, 미술관 관장인 어머니, 초특급 엘리트 큰딸, 초특급 미녀 작은딸. 4인 가족이 있습니다. 못가진 게 전혀
없을 다이아몬드 가족들이 모인 이 가정에 딱 하나 없는 게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소음'. 그러던 어느날 큰딸은 아침 식사 자리에서
**동영상이 찍혔노라고 충격 고백을 합니다. 겉으로 보면 완벽하기 그지없는 집안에 풍파가 일며, 막장 중의 막장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원래 막장이란 것이 욕은 나오나 중독성이 있기 마련, 페이지가 술술 잘도 넘어갑니다. 뭐 꽤 흥미로웠고, 어려운 부분도 없었고,
메시지도 바람직하였으나, 딱 거기까지. 이야기의 전개가 너무나 지나치게 정석대로 흘러가서 조금 김이 샜달까요. 게다가 작가가 말하려는 주제의식은
상당히 공감하는 바지만, 그것을 전달하기 위해 설정한 가족 구성이 (제 기준엔) 지나치게 현실적이지 못해서 그 부분에 대한 공감은 전혀 생기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누가나 가족이라는 것이 서로 싸우고 화해하고 사랑하기를 반복하는 애증으로 똘똘 뭉친 공동체라는 걸 알고 있기에, 그런 점이
전혀 없던 혜란이네 가족은 그저 소설이나 드라마 등의 허구속에서나 봤을 법한 상류층이었으니까요. 큰 딸의 비행(?)으로 가족간의 균열이 생기며
비로소 집안에 소음이 생기며 진짜 가족다워지는 일련의 과정 속에서 사람과 사람의 관계란 것은 이러이러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었던 작가의 주제의식은
깊이 공감하나, 이를 위한 설정은 조금 어설프지 않았나...하는게 지극히 주관적인 제 견해입니다.
다만, 지극히 조용하고 우아하기만 해서 전혀 가족답지 못한 그들 가족을 바라보노라니, 늘 소란스럽지만 나름 화목하게 살고 있는 우리
가족에게 감사함과 그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 되는 계기는 되었습니다. 자신의 소중한 가족들을 생각하며 한번쯤 가볍게 읽어볼 만한 가치는 있는
책입니다.
p.55 그녀는 이 세상에 과자로 만들어진 집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벽은 달콤함을 음미하며 허물어나갈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모두가 안간힘을 써서 깨부숴야만 사라질 수 있는 것이었으나, 혜윤의 가족은
그녀와 달리 적막의 벽을 당연시하고 때로는 그것을 자랑스럽게 여기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