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스토리콜렉터 46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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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가>에 이은 일본의 호러 킹 미쓰다 신조가 쓴 집 시리즈 두번째 작품입니다.(일본에서는 화가가 첫번째, 흉가가 두번째 작품이었다고 하네요.) 집이라는 공간, 몸과 마음의 긴장을 풀고 오롯이 내가 '나'일 수 있는 공간이지요. 미쓰다 신조는 이런 이완의 공간인 '집'을 '공포'의 공간으로 세팅해 독자들에게 공포를 선사합니다. 누구에게나 '집'이란 것은 존재하기 마련이니, 누구나 쉽게 공감하고, 그리하여 누구나 쉽게 그 '공포'를 느낄 수 있습니다. 아마도 이런 점 때문에 미쓰다 신조는 '집 시리즈'를 내게 된 것이겠지요.

 

아무튼, 이번 <화가(재양이 내린 집)>에 살게 된 주인공은 코타로라는 예비 중학생입니다. 원래는 치바현에서 살고 있었는데, 불의의 교통사고로 부모님을 잃고 홀로 남겨진 코타로를 할머니가 거두어 도쿄 외각의 동네로 이사를 하게 되지요. 코타로는 그 동네에 발을 들임과 동시에 묘한 '기시감'을 느낍니다. 분명 생전 처음 발을 디딘 곳인데 어쩐 일인지 자꾸만 익숙함을 느끼지요. 하지만 그 익숙한 느낌은 결코 기분 좋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불길한 일이 읽어날 것만 같은 불안감 내지는 공포심이었지요. 그리고 그런 불길한 예감은 적중합니다. 코타로는 새로운 집에서 '그것'들을 만나게(?) 되고, 점점 집에 머무는 일이 공포스럽기만 합니다. 새로운 집 뿐만이 아닙니다. (흉가에서도 그랬지만) 동네 분위기 자체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동네 뒤편의 불길한 산도 그렇고, 이 동네엔 흉흉한 소문이 떠도는 '공포의 집'이 무려 네 곳이나 됩니다. 하지만 코타로는 자신의 이런 불안함이나 공포를 할머니께 섣불리 말할 수가 없습니다. 할머니를 걱정 끼칠까봐도 그렇고, 분명 부모님을 잃은 트라우마로 치부되리라는 걸 잘 알기 때문이지요. 때문에 혼자 '조사'에 나서게 되지요. 그 과정에서 다행히도 이웃의 동갑내기 소녀 레나의 도움을 받기도 합니다. 코타로가 살게된 새로운 집은 과연 어떤 재앙이 내린 걸까요? 코타로가 느끼는 불길한 기시감은 그저 트라마우 때문인 걸까요?

 

우리는 종종 낯선 장소에서 익숙함을 느끼기곤 하지요. 혹은 분명 처음 만난 사람인데 예전에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구요. 이번 <화가>라는 작품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바로 이 '기시감'이란 것입니다. 저는 약간 윤회론자여서 전생에 겪었던 일이나, 만났던 사람을 후생에 다시 겪거나 만났기에 기시감을 느끼는 거라고 믿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코타로가 느낀 기시감은 윤회론도 의사들이 말하는 지각 장애도 아니었습니다. 그럼 무엇이었느냐구요? 그건 역시 책을 읽고 직접 찾으시는 게... ^^;;

<흉가> 때도 밝혔지만 저는 호러 소설에 많이 취약합니다. 그래서 <흉가>에서야 비로소 미쓰다 신조라는 작가를 처음 접하게 되었지요. 어린 아이들이 서술자인 관계로 <흉가>의 공포는 순수하게 즐길 수 있을 정도였지요. <화가> 또한 그렇습니다. 예비 중학생인 코타로라는 소년은 어린 나이에 불행한 일을 겪었음에도 나름 씩씩하고 용감합니다. 많이 어른스럽기도 하구요. 그래선지 <화가>는 많이 암울하지도, 많이 어둡지도 않습니다. 코타로와 레나를 보고 있노라면 오히려 풋풋함을 느끼기도 하지요. 그때문인지 작품을 읽어 가다 보면 자꾸 코타로를 응원을 하게 됩니다. 부디 녀석이 '그것'에 지지 않길, 꼭 이겨내 행복해지길 말이지요. 그런데 이를 방해라도 하듯 불쑥 불쑥 반전들이 터집니다. 그것도 여러번. 때문에 <화가>는 호러 보단 추리쪽에 더 가깝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개인적으로 더 재밌게 읽었지만요. 그렇다고 '공포'가 전혀 없었다는 말은 아닙니다. 가끔 가끔 소름이 돋고, 머리카락이 쭈뼛 쭈뼛 서는 기분을 느끼게 하는 묘사들이 상당하거든요.

 

역시 여름은 소설의 계절입니다. 특히 추리, 스릴러, 공포 소설의 계절이지요. 열대야로 연일 밤잠을 설치게 되는 요즘. 이런 호러 소설 한 편 어떠신지요? 혹은 휴가지에 동행해도 좋을 겁니다. 자꾸만 자꾸만 나타나는, 그래서 자꾸만 나를 따라오는 것 같은 '그것'들 덕에 햇님도, 폭염도 멈칫할 겁니다.

 

p.47 그런데 두세 계단도 오르기 전에 등 뒤가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목덜미에 싸늘한 기운이 느껴진다. 그것이 등줄기를 타고 내려가며 오싹한 기운이 퍼져나간다. 엉덩이가 안벌부절못하고, 넓적다리 안쪽에서 복사뼈까지 뭔가가 기어 내려가는 듯한 촉감이 느껴진다. 그러더니 발바닥에서 머리꼭대기까지 부르르 기분 나쁜 떨림이 단숨에 타고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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