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션 일레븐 스토리콜렉터 45
에밀리 세인트존 맨델 지음, 한정아 옮김 / 북로드 / 2016년 7월
평점 :
품절


'종말'이라는 소재나 '전염병'이라는 소재가 쓰였다는 소개를 보고 저는 솔직히 '설국 열차'나 정유정 작가의 '28'같은 작품들을 떠올렸었습니다. 설국 열차도 28도 몹시 좋아하기에 이 작품에 대한 기대치도 그만큼 컸었지요. 하지만 책을 읽어나가다 보니 앞의 작품들과는 전혀 다른 작품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그런 점은 지극히 개인적인 제 기준으론 전혀 제 취향이 아니었습니다.

 

전 세계에 독감이 돌고, 치사율이 거의 100퍼센트에 달하는 이 독감 때문에 인류가 거의 멸종 위기에 이릅니다. 그리고 인간들이 그동안 쌓아왔던 문명들 또한 사라지죠. 특히 전기가 말입니다. 바로 이 점부터 저는 납득이 되질 않았습니다. 전염병이 돌았는데 어째서 전기가 사라지는지 말이죠. 지구에 종말이 왔음에도 유랑 극단이 존재하듯이 인간은 생존만으로는 부족해 하는 생명체입니다. 그런 존재가 아무리 많은 생명이 목숨을 잃었을지언정 그로 인해 전기 등의 문명이 싸그리 사라졌다는 점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습니다. 거듭 말하지만 인간은 결코 생존만으로는 만족해할 생명체가 아니기에 분명 살아남은 극히 일부의 사람들은 그 문명을 금세 일으키려 했을 테니까요. 게다가 빙하기가 왔다든가, 운석이 충돌했다든가 하는 것이 아닌 독감이라는 전염병이 돌아 인간만이 그 피해를 입었으므로, 인간 외의 자연이나 생명체는 온전했습니다. 때문에 일단 식량이 확보가 된 것이죠. 물론 어마무시한 전염병이 전 지구를 휩쓴 공포덕에 한동안은 그 트라우마로 세계가 공허에 빠질 수는 있습니다만 그 기간이 20년 가까이 된다는 것 또한 말이되질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인간이 이루어 놓은 건물이나 시설이나 기록들도 온전히 보존되었을 테구요.(불이 나거나 쓰나미가 휩쓴 게 아니니까요.) 그럼 분명 살아남은 인간들이 그리 오랜 시간을 들이지 않아 그들이 누렸던 문명을 복원하거나 유지하려고 노력했을 거고, 그 기간은 그리 길지 않았으리라 생각합니다. 인간이란 그런 존재니까요.

 

셰익스피어는 앞으로도 영원히 읽힐 너무나 위대한 작가이지만, 인간이란 존재가 그들이 누렸던 문명의 이기를 다시 세우는 일은 하지 않는데 셰익스피어의 연극을 즐겼다니... 이는 매슬로우의 욕구 위계설에도 어긋나는 거 아닌가요? 작품 속에 등장하는 유랑 극단도 자주 하는 말이지만 인간은 결코 '생존'만으로 만족해하는 존재들이 아니니까요. 때문에 이런 말씀 드리기 정말 죄송스럽지만 작중 인물들의 그런 낭만을, 그리고 작품 속에서 묘사하고 있는 문명이 사라진 세상은 전혀 납득이 가질 않았습니다. 작품의 큰 맥락이 납득이 가질 않으니, 독서의 즐거움도 느낄 수 없었구요. 제가 '낭만'이라고는 모르는 사람이라서, 혹은 이런 고품격 작품을 이해하기엔 이해력이 부족해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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