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무도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31
신시은 지음 / 황금가지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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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년 혹은 수십 년 전 고립된 장소(섬이라든지 오지라든지)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그 살인 사건은 미결로 남습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흘러 현재가 되고, 과거 사건들의 관계자들은 특정 사건 때문에 다시 그 장소로 모이게 됩니다. 그리고 과거에 일어났던 사건의 복사판인 사건들이 그대로 일어나지요. 이런 설정 굉장히 익숙하지 않습니까? 저는 주로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나, 그 긴다이치를 할아버지로 두고 있는 소년 탐정 김전일에서 자주 보았던 설정입니다.

 

또한 이런 오지 마을들엔 흔히 떠도는 전설이 많기도 합니다. 왜 수십년 전 엄마 치마폭에 숨어 보았던 전설의 고향이란 드라마에서도 보면 어떤 어떤 마을 어떤 산, 어떤 바위, 어떤 안개...같은 것에 얽힌 전설이라면서 드라마가 시작되지 않습니까? 이 작품 역시 어떤 섬, 그 섬의 영산, 그 섬의 안개와 관련된 섬뜩한 전설이 떠돕니다.

 

이러한 익숙한 설정들 덕에 책을 읽어나가는 동안 상당한 기시감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배경이 일본이 아닌 우리나라이다 보니 거기서 오는 익숙함과 젊은 작가답지 않은 뛰어난 묘사력으로 인해 때이른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여름 밤을 시원하게 불태울 수 있었습니다. 책장을 한번 열면 쭉쭉 그대로 마지막까지 내달릴 수 있는 미친 가독성을 자랑합니다.

 

물론 등장 인물이 몇 안되는데다가 이런 설정이 익숙한 추리 마니아들은 범인을 쉽게 눈치 챌 수도 있을 겁니다. 저도 중반부즈음에 그랬으니까요. 하지만 꽤 치밀한 트릭이라든가 자연스럽게 곳곳에 숨어있던 복선들, 그리고 소름이 오소소 돋게 하는 묘사들 덕에 결말까지 내리 내달릴 수 있습니다.

 

일본 추리 소설에서 자주 보아오던 설정들과 우리 전설을 접목 시켜 스릴러적인 소재들을 잘 활용해 만들어 낸 수작이라 칭하고 싶네요.(뭐 제가 이런 평을 할 수 있는 깝이 되는 건 아니지만;;;) 작가가 정말 정말 젊던데 벌써 이 정도 필력이라니, 앞으로 이 작가의 눈부신 발전이 기대됩니다. 차기작 또한 한국적인 전설을 토대로 집필중이라니 또 한번 여름 밤을 하얗게 불태울 수 있는, 소름 오소소 돋는 작품 딱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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