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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왕국의 성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16년 5월
평점 :
흔치 않은 미미여사의 판타지 물입니다. 게다가 다른 세계로의 여행. 이세계 트립물. 저는 판타지를 그닥 좋아하지 않지만, 미미여사의
판타지는 어떤 느낌일지 궁금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추천 입학으로 이미 현립 고등학교에 입학한 신,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며 조금 복잡한 가정사도 가지고 있는 시로타, 유명 만화가의
어시이지만 현재는 휴가중인 파쿠 아저씨. 주요 인물은 고작 이 세 사람입니다. 세 사람 모두 어떤 그림을 통해 그 그림 속 세계로 들어가는
여행(?), 탐험(?)을 하게 되지요. 그림 속엔 성이 있었고, 그 성엔 한 소녀가 갇혀 있습니다. 아니, 그들은 그 소녀가 갇혀 있다고
확신하며 그 소녀를 구하고자 합니다. 그들이 만나고 이 탐험을 하는 과정에서 과거의 한 사건이 화두에 오르고, 그들은 그 과거 사건과 그림 속
소녀와의 연관성을 파헤치기도 합니다. 이런 점에선 역시 미미 여사의 특기인 추리적인 요소가 등장을 하는 부분이지요. 그렇게 그림 속 세계와,
현실의 세계는 점점 하나의 점으로 모아집니다.
역시 이 작품은 해리포터나 왕좌의 게임이나 반지의 제왕 같은 그런 느낌의 판타지는 아니었습니다. 역설적인 표현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상당히 일상적인 판타지랄까요. 주인공들이 분명 그림 속 세계를 탐험하긴 하는데, 그것이 이야기의 큰 얼개라고 느껴지진 않았거든요. 탐험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그림이나 그림 속 세계가 어째서 생겨났는지가 더 중요한 포인트였으니까요.
사람은 누구나 되돌리고 싶은 과거가 있을 겁니다. 그때, 이러 이러했더라면......하고 아쉬워 하는 마음. 때문에 최근 방영된 한
드라마도 그렇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것이었겠지요. 그리고 그 마음들은 대부분 누군가를 구하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이었습니다. 과거의 한
장면에서의 자신이거나 혹은 사랑하는 누군가이거나. 그런 마음들이 담긴 작품이라 느꼈습니다. 게다가 이 작품은 일본 대지진 이후에 나온 작품이라니
더욱 말입니다. 그러고 보면 미미여사는 역시 대단한 작가입니다. 화제가 되었던 그림 하나와, 산책길에 본 풍경 하나로 이런 작품을 구상해
냈다니 말이지요.
그리고 저는 이 작품을 읽으면서 기이한 경험을 했습니다. 기분 탓인지 모르겠지만...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미친듯이 졸음이
쏟아졌습니다. 마치 신이나 시로타나 파쿠가 그림 속에 들어갔다 나오면 기가 빨려 미친듯이 먹거나 기절하는 상태 비슷한 걸 저도 느꼈던 거지요.
이렇게 말하면 분명 안믿으실 것 같지만 정말 정말이랍니다. 저는 책을 읽으면 오히려 오던 졸음도 달아나는데 이 작품만큼은 자꾸 졸음이
쏟아졌습니다. 급기야 책을 다 읽은 그제(토요일)엔 거의 하루 종일 잠에 빠져있었습니다. 가독성이 장난아닌 작품이었기에 결코 책이 지루해서도
아닌데 그랬습니다. 때문에 제겐 참 묘한 작품으로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