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메트로
카렌 메랑 지음, 김도연 옮김 / 달콤한책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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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사는 동네는 서울 인근이기는 해도 굉장한 촌구석이기에 지하철이 다니질 않습니다. 그래서 지하철 탈 일이 거의 없지요. 가끔 서울에 볼 일이 있을 때도 버스를 주로 이용하구요.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지하철을 탈 때마다 좀 불편하더라구요. 그 불편한 점 중 하나가 승객들이 마주 보고 앉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창밖에 눈을 두고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면 되는 버스와는 달리 지하철에선 도무지 어디에 눈을 둬야할지 난감하더라구요. 저는 길을 지나면서나 카페나 식당 등에서도 절대 사람을 관찰하지 않고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하는 습성이 있거든요. 불필요한 오지랖을 떨기 싫어서, 불필요한 인간관계를 넓히기 싫어서...라고 변명해 보지만 어쩌면 개인주의에 찌들어서인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여기 저랑은 완전히 다른, 지하철에서 사람들을 관찰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상상하는 것이 삶의 낙인 주인공이 있습니다. 스물 여덟의 반짝 반짝 빛나는 마야. 몇해 전 부모님 댁에서 독립하여 혼자 살고 있는 그녀는 헤어제품 브랜드 팀장입니다. 매일 출퇴근 길에 지하철을 이용하며 지하철 안에서 사람들의 두피를 관찰하고 그 다양한 사람들의 인생과 삶에 대해서 상상하는 것을 즐깁니다. 그러던 어느날 마야는 휴대전화를 도둑 맞고, 그 과정에서 흑인 노숙인 로제의 도움을 받게 됩니다. 마야는 대화가 잘 통화는 이 노숙인을 친구로 생각하게 되고 그를 돕고 싶어합니다. 어떻게 해야 지하철에서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나, 혹은 나아가 노숙인 생활을 청산할 수 있나...에 대해서 로제는 전혀 원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오지랖을 발휘해 그를 돕고 싶어하지요.

 

그렇게 쌓여가는 둘의 우정... 혹은 사랑.... 그리고 등장하는 또다른 남자. 그리고 로맨스^^ 거기에 가족 이야기도 많이 등장합니다. 유대인 집안인 마야네 대가족. 할머니 이야기, 부모님 이야기, 형제 자매 이야기에서는 우리랑 많이 닮았구나 싶기도 하지요. 분류는 로맨스로 되어 있지만, 실상은 사랑과 우정과 직장 생활, 그리고 가족 이야기를 다룬 곧 '사람 사는 이야기'였습니다. 가볍고 유쾌하게 읽히지만 끝은 감동적이고 따뜻한, 가정의 달에 읽기 딱 좋은 소설이었습니다.

 

p.331 마야는 생각했다. 인생이란 지하철과 비슷한지도 모른다고.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나면 그 끝에는 항상 환히 빛나는 역이 존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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