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 퀸 : 적혈의 여왕 1 레드 퀸
빅토리아 애비야드 지음, 김은숙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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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로맨스>

 제가 판타지나 로맨스를 썩 즐지기 않는 편이어서이기도 하겠지만, 판타지 로맨스라는 장르의 소설을 읽고 크게 만족스러웠던 경우가 별로 없습니다. (해리포터가 판타지 로맨스에 든다면 해리포터 시리즈는 제외겠지만요.) 전 세계적으로 베스트셀러인데다가 영화까지 초대박이 났던 그 작품들이 말이죠. 때문에 더더욱 굳이 찾아서 읽질 않았던 장르인데, 이 레드퀸이라는 작품은 작품 소개를 보고 미친듯이 끌리더라구요. 미국에서야 출간과 동시에 화제를 모았다고는 하지만, 국내에서는 생소하디 생소한 젊은 작가의 작품임에도 (아래 구구절절 상세히 써나겠지만) 계급 투쟁이라든가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스킬 등의 소재가 너무나 흥미를 돋우더라구요. 그리고 완독 후 결론부터 말하면 그런 제 예감은 완벽 적중이었습니다.

 

<피(血) - 적혈 or 은혈>

 보통 '계급'을 소재로 한 소설들을 보면, '같은 색의 피를 지녔는데, 그 대우가 다르다.'라는 상황 설정이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이 작품은 아예 계급간의 피의 색이 다르다고 설정이 되어있습니다. 왕을 비롯한 지배자들의 피는 은색이며, 그 아래 핍박 받는 피지배층의 피는 붉은색이지요. 혼혈따위도 전혀 존재하지 않는 은혈 혹은 적혈. 그 완벽한 구분과 가름. 그리고 이런 피의 색은 다름아닌 타고난 능력의 차이 다름아닙니다. 적혈들은 우리들, 그러니까 평범한 사람인 반면 은혈들은 태어날 때부터 그 가문(책에서는 하우스라고 일컫습니다.)의 전통적인 기술을 은색의 피와 함께 타고나거든요. 때문에 적혈들은 절대 은혈들을 뛰어넘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적혈들은 영원히 은혈들 아래에서 핍박 받을 수 밖에 없고요.

 

<돌연변이 히로인>

 앞서 은혈과 적혈 사이엔 혼혈조차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생물들이 그러하듯  그들에게도 어쩔 수 없는 '돌연변이'는 존재합니다. 우리들의 히로인 '메어 배로우'가 그 요주의 인물입니다.  곧 만 17세의 생일이 지나면 징병되어 전장으로 떠나 하루살이처럼 스러져야할 그녀. 하지만 모든 영웅 소설의 구조가 그러하듯 뜻하지 않는 위기를 겪고, 그 위기가 다시 기회가 되어 그녀는 자신의 능력을 각성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 기회는 또 다시 위기로 돌아오지만요. 아무튼 은혈도 적혈도 아닌 돌연변이 히로인은 은혈들에게 매우 위험한 존재이며, 적혈들에겐 세상을 바꿀 가능성의 존재가 됩니다.

 

<혁명을 위한 투쟁>

 어디서나 핍박 받으면 핍박 받을수록, 짓밟히면 짓밟힐수록, 어느새 논밭을 뒤덮어 버리는 잡초같은 존재는 있기 마련입니다. 전장에 끌려가 개죽음을 당하거나 은혈들의 노예로 영원히 핍박 받고 살아야하는 적혈들. 그들 중에도 이 잘못된 세상을 바로잡아 먼 옛날 적혈과 은혈이 동등한 위치에서 공존하던 시절로 돌아가려는 무리는 존재합니다. 이 작품에서는 '진홍의 군대'라고 칭해지지요. 그들은 은혈들의 어마무시한 능력들에도 불구하고 나름의 저항을 계속해나갑니다. 그렇게 그들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고, 그들의 세력을 키워나가지요. 이 작품은 시리즈의 첫 작품이기에 그들의 활약은 간단한 소개 정도에 그치지만(하지만 사건 전개엔 매우 중요한 입지에 있습니다.) 시리즈가 이어질수록 그들이 곧 주인공이 되리라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들의 혁명의 과정은 물론 고되겠지만(그래야 독자들은 애타하며, 맘 졸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밌게 책을 읽을 수 있을테니까요;;;) 꼭 성공으로 끝이나리라 응원해 봅니다.

 

<로맨스>

 한명의 여주인공, 그녀를 둘러싼 수많은 훈남들, 그 속에서 '어장 관리를 즐기는 여주인공. 저는 이런 설정을 딱 싫어합니다. 그리고 이 작품 속 주인공들이 딱 그런 상황입니다. 우리들의 히로인 메어 배로우, 그녀의 소꿉친구 킬런, 우리들의 잘난 왕세자 칼, 못지 않게 매력적인 왕자 메이븐. 무려 4각 로맨스가 존재하지요.  속된 말로 '금.사.빠'인 메어는 어느 때엔 칼에게, 어느 때엔 메이븐에게 끌리며 어장 관리 아닌 어장 관리를 합니다. 그런 과정이 조금 진부하게 느껴지기도 했는데 (저에게는 참 다행이게도) 작품 전반에 로맨스적인 요소는 별로 강하지가 않습니다. 때문에 저는 좋았으나, 진한 로맨스를 기대하고 책을 펼치시는 분들은 조금 실망하실지도 모르겠네요.

 

<캐릭터>

 오래 두고 볼 시리즈의 매력은 역시 다채롭고 개성 강하고 매력적인 인물들이 많이 등장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들의 히로인 메어 배로우를 비롯하여 그녀의 세 남자 킬런, 칼, 메이븐은 각각의 개성이 매우 강하고 매력적인 인물들입니다. 보호해주고픈 킬런, 보호 받고 싶은 칼, 함께 하고 싶은 메이븐. 메어를 괴롭히는 악녀 왕비와 에반젤린. 메어의 지혜로운 스승 줄리언(개인적으론 가장 좋아했던 캐릭터였습니다.) 진홍의 군대 수장인 팔리. 메어의 개성 강한 가족들 등등 다채로운 인물들이 수도 없이 등장하고, 아마 시리즈가 이어질수록 그 숫자는 더더욱 늘어나겠지요. 게다가 작품 말미에서야 비로소 완벽하게 제 취향(?)일 것 같은 인물이 한명 등장하기에 저는 더더욱 앞으로의 이야기가 기대됩니다. 아! 그렇다고 주인공인 메어는 그저 짜증나는 어장관리녀라는 오해는 금물입니다! 이 작품 속 가장 매력적인 인물은 물론 '적혈이자 은혈, 그들 모두보다도 더 강한 우리들의 히로인 메어 배로우'이니까요.

 

<Skill>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은혈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기술(Skill)입니다. 저는 적혈이기에 적혈들을 군림하게 하는 이런 기술들에 열등감을 느끼며 그들에게만 이런 기술을 선사한 신을 원망해야 마땅하지만 각각의 개성 강한 기술들을 가지고 결투를 벌이는 장면은 솔직히 상당히 흥미로울수밖에 없었습니다. 각각의 기술들의 상성이라든가, 전략 같은 것을 상상하며 읽는 재미도 있구요. 때문에 작품 말미의 결투 장면은 아슬아슬하고 애가 타기도 했지만 단연 압권이었습니다. 

<출처 : 황금가지 블랙로맨스 클럽>

 

<반전 그리고...>

 작품의 절정에 접어들었을 때, 저는 크게 한방 먹고 말았습니다. 결코 반전이 등장하리라는 것을 상상도 하지 않았기에 그 충격은 상당했고요. 스포가 될 수 있으니 여기서 밝히지는 못하지만 아마 많은 독자분들도 저처럼 뒤통수를 맞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설마 저만 멍청하게 당한걸까요? ㅠㅠ) 그런데 정신차리고 생각해보니 이 반전은 어쩌면 당연한 거더라고요. 메어의 성장을 위한, 그녀가 진짜 '퀸'이 되기 위한 조금은 과한 성장통과 같은. 참을성 없고, 기다림이 길어지면 조바심에 안달하는 성격인지라 시리즈의 첫 작품을 접할 때는 항상 조심스럽습니다. 때문에 이 작품도 2권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부터 조바심이 나리란 걸 이미 1권 첫장을 열면서 예감했음에도 다음 이야기에 대한 갈증은 어쩔 수가 없네요. 메어와 진홍의 군대는 어떻게 더욱 커 갈지, 그리고 앞서도 언급했지만 제 마음을 빼앗은 인물인 '그'는 앞으로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 너무나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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