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이었던 소녀 스토리콜렉터 41
마이클 로보텀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16년 4월
평점 :
절판


일본 장르 소설에 길이 들여져서인지 생각 보다 영미권 스릴러를 읽고는 크게 만족해 본 경험이 없습니다. 그러다 작년에 마이클 로보텀이라는 생소한 작가의 '산산이 부서진 남자'를 접하게 되었죠. 파킨슨 병을 앓고 있는 심리학자 조 올로클린이 주인공인 그 스릴러는 사건과 그 해결 과정 자체에 스릴도 넘쳤지만 때때로 경쾌한 문장에 웃음 포인트를 두는 것이 마음에 들더군요. 그리고 그 후속작인 '내 것이었던 소녀'가 이번에 출간되었습니다. 조 올로클린 시리즈가 빛을 보게 된 기점에 있는 작품이 바로 이 작품이라는 얘길 들어서 기대가 더욱 컸지요.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일종의 탐정 역할을 맡고 있는) 우리들의 주인공 조 올로클린은 파킨슨씨와 동거중입니다. 게다가 무슨 마가 끼었는지 온갖 사건에 휘말리며 자신도 그리고 그의 가족도 번번이 위기에 처하게 되는지라 사랑하는 아내 줄리안에게는 별거 통보를 받아 별거 중이구요. (자세한 사정은 전작인 산부남을 참고하시길.) 시도 때도 없이 발작을 일으키는 파킨슨씨의 악행과 같이 살진 못하고 그저 가까이에 머물며 사랑하는 두 딸과 아내를 지켜보는 이 남자가 참 가엾습니다. 사건에 다가갈 수록 자신과 자신의 주변이 부서져 간다는 것을 앎에도 불구하고 점점 더 스케일이 큰 사건에 휘말리는 조. 이런 그의 행보를 보노라면 같은 여자인 줄리안에 빙의돼 참 답답하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론 줄리안이 조금만 더 그를 이해해주길 간절히 바라기도 합니다. 때문에 제 기준으로 조는 결코 매력적인 캐릭터가 아닌데 또한 묘하게도 자꾸 관심이 가고 응원해주고 싶은 캐릭터이기도 합니다. 조 올로클린이 시리즈로 이어지며 성공을 거듭하고 있는 가장 큰 요인은 역시 주인공인 '조 올로클린'의 이런 매력 아닌 매력이지 싶습니다.

 

전작에서는 조 자신에게, 그리고 그의 가족에게 사건이 벌어졌는데 이번엔 급기야 그의 큰 딸 찰리의 친구인 '시에나'에게 일이 벌어집니다. (역시 조는 마가 낀 게 분명합니다^^;;) 찰리의 절친인 시에나는 어느날 피범벅이 되어 줄리안의 집에 나타나고, 그날 밤 시에나의 아버지는 칼에 찔린 채 발견됩니다. 당연히 시에나는 제 1의 용의자가 되고, 그렇게 화두로 떠오르는 건 다름아닌 아동성범죄입니다. 아동성범죄를 소재로 한 소설을 여러 편 읽었는데 읽을때마다 치미는 분노는 어쩔 수가 없네요. 여기에 인종차별 문제도 살짝 숟가락을 얹어 사회의식을 많이 담아놓았지요. 마이클 로보텀은 주로 실제 사건에서 모티프를 많이 얻는다는데 그래선지 일련의 사건들이 더욱 현실감 있고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산부남에서도 그랬지만 이 작품에서도 제가 느낀 조의 역할은 '탐정' 보단 '아버지'였습니다. 특히 딸을 둔 아버지의 심정. 줄리안이 아무리 싫어하고 말려도 조가 끊임없이 사건에 휘말리는 것도 어쩌면 상당히 모순적이지만 딸들의 안전때문이었을 겁니다. 때문에 조의 이런 절박한 심정에 공감하여 함께 사건에 휘말리며 조사하고 애타하고 분노하다 보면 600페이지 가까운 책 한권이 뚝딱입니다.

 

저는 이 책을 읽기전에 기억을 되살리려 전에 썼던 산부남의 리뷰를 읽어보았습니다. 그 리뷰 제일 마지막 문장이 '조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또 어떤 사건에 휘말리게 될지 걱정스럽지만, 독자로선 무척 기대된다.'더군요. 그런데... 내 것이었던 소녀의 마지막 문장에도 다시 한번 이 문장을 쓸 수밖에 없겠네요. 조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다구요, 또 어떤 마가 껴, 또 어떤 큰 사건에 그가 휘말리게 될지 상당히 걱정스럽지만, 독자로선 기대가 크지 않을 수 없다구요. 부디 조가 조금은 편안해졌길,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살고 있길 바라 보지만... 그럼 소설의 재미가 반감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되니 이것 참 어쩌면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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