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건방진 캥거루에 관한 고찰
마크 우베 클링 지음, 채민정 옮김, 안병현 그림 / 윌컴퍼니 / 2016년 3월
평점 :
절판


저는 풍자...라는 장르(?)를 상당히 좋아합니다. 그 옛날 우리 조상들께서 고달픈 삶을 웃음으로 승화시키던 그 감각을 사랑하지요. 돌직구 보다는 은근한 비꼼과 웃음으로 전하는 그 방식이 참 재미있습니다. 때문에 풍자 문학은 고도의 통찰력과 유머 감각이 겸비되어야만 누릴 수 있는 고품격 문학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풍자라는 것은 어쨌거나 그 사회의 분위기나 문화를 잘 이해하고 있어야 제대로 된 감상이 가능할 겁니다. 때문에 마크 우베 클링이라는 생소한 독일 작가의 '어느 건방진 캥거루에 관한 고찰'이란 책은 상당한 호기심을 갖게 하면서도, 독일 문화와 우리 문화는 많이 다를 것이기에 책에 담긴 고품격 풍자들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되었습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이런 저의 우려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기도 했습니다. 맞은 반은 주로 정치판에 대한 풍자들이었습니다. 정치인이 등장하는 세계 여러 나라의 소설들을 접하면서도 느꼈던 바지만, 이 책을 읽으며 절절히 공감하던 것은 정치판은 세계 어디든 다 똑같이 '정' 떨어지게 '치' 떨리는 것이구나...하는 것이었습니다. 413 총선이 이제 코앞에 다가왔지요. 오늘과 내일은 사전 투표일이기도 하고요. 제가 사는 지역엔 후보가 고작 3명 뿐인데도 도대체가 제 소중한 한 표를 어디에 행사해야할지 난감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나물에 그밥. 그렇다고 제 표 하나를 날려버리는 것은 너무나 아까우니 누구에게라도 한 표 던져야할 터인데.... 하.... 이거 참..... 제가 투표권이 생긴 이래로 단 한번도 선거를 거른 적이 없거늘... 이번 총선 만큼 답이 안나오는 선거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아... 쓸데없이 사족이 길어졌군요. 무튼! 이 책에선 독일의 정치판을 아주 제대로 까발려 비꼽니다. 그리고 그걸 지켜보며 우리 나라는 아니지만 약간의 대리만족과 통쾌함을 느끼게 되지요.

 

하지만 이해하기 힘들었달지, 공감하기 힘들었달지...싶은 부분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우리 나라에서라면 결코 책으로 나오지 못할 내용들이 눈에 많이 띄더군요. 그런 부분들에서도 어떤 점은 부럽기도 했고, 어떤 점들은 눈살이 찌뿌려지기도 했고, 또 어떤 점들에선 놀랍기도 했습니다. 역시 문화차 때문이겠지요.

 

독일에서는 이 책이 어마무시하게 팔렸다고 합니다. 그래서 생각했습니다. 우리 나라에도 이런 현대적인 고품격 풍자 문학은 정녕 나올 수 없는 걸까 하구요. 하긴 그랬다가는 어마어마한 논란들이 펼쳐지겠지요. 지금이 20세기 4공 5공 시절도 아닌데... 우린 아직 멀었나 봅니다....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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