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니문 인 파리
조조 모예스 지음, 이정임 옮김 / 살림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프랑스, 파리. 이 도시를 사람들은 흔히 예술과 낭만의 도시라고 합니다. 사람들이 마음속에 품고 사는 로망이 가득한 장소라고 할까요. 때문에 파리는 신혼 여행지로도 유명하지요. 사랑하는 두 사람이 이제 막 결혼을 하고 이 낭만이 넘치는 도시로 여행을 왔으니 그들 앞엔 오롯이 행복만이 펼쳐질듯 합니다. 매순간 온세상이 아름다울 겁니다.

 

 그런데 이 신혼여행지에 '일'을 가지고 온 새신랑이 있습니다. 신혼여행기간 중임에도 그는 비지니스적인 미팅을 나가 새신부를 홀로 둡니다. (아마 이 부분에서 많은 여성 독자들은 불같이 화를 내지 않았을까;;;) 오로지 두 사람만을 위한 시간이어야하는 신혼여행. 그렇게 세상 그누구보다도 행복해야할 새신부는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사람이 되어 버립니다. 그리고 생각하죠. 역시 고작 3개월의 연애로 결정한 이 결혼은 성급했던 거라고. 신혼여행은 앞으로의 결혼 생활을 미리 그리는 조감도 같은건데 이런 결혼 생활이라면 해나갈 자신이 없다고.

 

『 p.101 어쨌든 이런 게 결혼 생활이다. 양보와 타협의 기술이 필요한 것이다. 』

 

 여기 또 한 쌍의 신혼부부도 있습니다. 1912년의 가난한 화가 남편과 점원이었던 아내. 그들은 매 끼니를 걱정해야할 정도로 가난하지만,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만으로도 행복에 겹습니다. 그런데 사랑의 방해꾼이 나타나 새신부를 뒤흔듭니다. 남편의 그림 속 여성들을 보며 느낀 점이 없느냐고. 지극히 자유로운 영혼인 남편은 얼마간의 신혼 기간이 지나면 그의 예술을 위해 결혼 전으로 돌아갈거라고. 예술가의 아내로서 이 모든 것을 감당하며 이해해줘야한다고. 그렇게 새신부는 흔들립니다. 하지만 남편에 대한 깊은 사랑 또한 부정할 수 없습니다.

 

190년이라는 시간을 오가며 펼쳐지는 두 여자의 신혼 일기는... 매우 다른 듯 닮아 있었습니다. 그리고 교묘하게 연결되어 있지요. 제가 미혼이라 잘은 모르지만, 흔히 부부는 신혼초에 평생 할 싸움의 반을 한다고 들었습니다. 생판 남이었던 두 남녀가 함께 살기 시작하며 이젠 연인이 아닌 가족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당연히 많은 우여곡절을 겪어야 할테니까요. 이 소설 속 두 쌍의 부부도 이렇게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을 겪게 된 것이지요. 때문에 파리는 이런 신혼 부부가 쉽게 화해할 수 있는 완벽한 장소가 아닐까 싶네요. 

 

『 p.253 결혼생활이 완전해지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릴 거야. 하지만 결국에는 제대로 하게 될 거야. 』

 

 저는 사실 로맨스 소설을 왠만해선 읽지 않습니다. 감성이 메말라 버렸는지 대부분의 로맨스 소설을 읽을 때면 닭살이 돋아 어찌할 바를 모르거든요. 그런데 조조모예스의 소설들은 묘하게 잘 읽힙니다. 몰입도 쉽구요. 게다가 이 소설은 독특하게 짝수 페이지 전부에 파리의 정경을 담고 있습니다. 때문에 파리에 가보지 못한 저는, 리브와 소피의 동선을 따라 파리 이곳 저곳을 여행하는 기분으로 책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주위에 이제 갓 결혼한 신혼부부가 있다면 응원과 축복의 뜻으로 이 책을 선물해준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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