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화 시선 : 해협의 로맨티시즘 아티초크 빈티지 시선 8
임화 지음 / 아티초크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저는 반공 교육을 받았던 세대입니다. 때문에 교과서 속에서 만났던 문학인들은 극히 한정적이었고, 월북 작가나 북쪽이 고향이었던 작가들의 작품은 접할 길이 거의 없었지요. 때문에 카프 활동에 적극적이었고, 후에 월북하여 심지어 한국전쟁당시 문화공작대로 활동했던 임화라는 시인은 특히나 생소한 작가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이 시선을 처음 접하고 임화 시인의 사진을 보고 일단 그의 수려한 외모에 놀랐습니다. 이토록 잘생긴 문인은 처음 봤어요. 그리고 이력을 보니, 그 외모에 맞게 영화배우로도 활동을 했다는군요. 잘생기고, 능력있고.... 임화 시인만 보면 신은 참으로 불공평하네요. 하긴 그런 '잘남' 덕에 팔자는 좀 기구하고 말년도 비극적이었던 것 같지만요.. ^^;

 

제가 처음 임화라는 이름을 들었던 건 아무래도 수능을 준비할때(이 당시엔 그나마 반공 사상이 좀 덜하던 시절)였던 것 같네요. 이 시전에도 담겨있는 '우리 오빠와 화로'라는 작품으로요. 누이 동생이 투쟁중에 죽은 오빠에게 편지를 쓰는 형식인데, 남겨진 남매의 고생과 그럼에도 오빠의 정신을 기라며 이어 받겠다고 하는 점이 참 인상깊었습니다. 이 시선을 읽으며 다시 읽어보니, 다시 읽어봐도 굉장한 비장함이 느껴지네요.

 

그리고 또 한편 눈에 들어오는 시가 있었으니 그것은 '월하의 대화'였습니다. '이래도 한세상 저래도 한세상 돈도 명예도 사랑도 다 싫다.'고 노래하며 현해탄에 동반 투신했다는 윤심덕과 김우진이 생각이 났거든요. 시대가 만들어낸 씁쓸하고 슬픈 로맨티스트들... 게다가 오늘은 광복 70주년... 70년이 지났지만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들... 임화 시선을 읽으며... 이런 저런 생각들에 빠져 봅니다.

 

<월하의 대화>

 

몇 시...

두 시.

 

삐걱! 뱃전이 울었다.

 

물결이 높지요!

달이 밝습니다.

 

바가가 설레를 쳤다.

 

얼마나 왔을까요?

반 넘어 왔습니다.

 

아직 조선 반도는 안 보였다.

 

아버님이...

아니요, 조선이, 세상이,

 

달이 구름 속에 숨었다.

 

무서워요.

바다가?...

 

청년은 여자를 끌어앉았다.

 

아아! 당신을...

나도 당신을...

둘이 함께 '인생도 없습니다.'

 

물결이 질겁을 해 물러섰다.

 

그다음

여자가 어찌했는지,

청년이 어찌했는지,

 

본 이가 없으니, 울 이도 웃을 이도 없고,

나란히 놓인

남녀의 구두가 한 쌍,

 

갑판 위엔 유명한 춘화가 한 폭 남았다.

 

- 일봉이 좋기사 좋습듸더

- 아무덴 와? 없어 병이구마

 

삼등 선실 밑엔 남도 사투리가 한창 곤하다.

 

어느 해 여름 현태한 위

새벽도 멀고

마스트 위엔 등불이 자꾸만 껌벅였다.

 

(아티초크 - 임화 해협의 로맨티시즘 p.83에서...)

 

<이 리뷰는 출판사나 작가와 전혀 상관없는 몽실서평단에서 지원받아 읽고 내맘대로 적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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