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치
로렌조 카르카테라 지음, 최필원 옮김 / 펄스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p.197 아파치 전통 중에 이런 게 있어. 전투에서 전사가 부상을 당하면 부족은 그를 버리고 떠나버리지. 남겨진 전사는 홀로 버티다 쓸쓸히 죽는 거야. 따라가면 부족에게 큰 부담이 될 테니까. 그게 우리야, 데드아이. 그게 바로 우리 운명이라고.

 

누차 밝혔지만, 저는 캐릭터가 강한 소설들(...뿐 아니라 영화나 드라마도 마찬가지)을 좋아합니다. 특히, 인물 각각이 튀는 개성을 발휘하면서도 팀과 하나로 잘 아울러지는 이야기를요. 독수리 5형제나 어벤져스 같은 이야기 말이죠. 게다가 훔치고 소탕하고 복수하고 하는 류의 케이퍼 무비에 환장하기도 합니다. 때문에 아파치라는 소설의 소개를 처음 보았을 때 이건 바로 나를 위한 소설이구나 싶었습니다.

 

이 소설엔 현직 시절엔 각 분야에서 완전 날렸지만, 임무중 당한 큰 부상으로 인해 퇴물이 되어버린 형사 6명이 등장을 합니다. 워커 홀릭이 심했던 사람이 그가 사랑해 마지 않던 일을 갑자기 하지 못하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그것은 우울, 공허, 상심등이겠지요. 유능한 형사였던 부머, 데드아이, 짐목사, 콜롬버 부인, 제로니모, 핀스 또한 그랬습니다. 임무 수행 중 당한 부상덕에 비록 강제 은퇴를 하게 됐지만, 따박 따박 나오는 꽤나 큰 액수의 연금으로 평생 부유하진 못하더라도 모자라지 않게 편히 먹고 살 수 있는 그들이었지만 그들은 살아도 사는 게 아니라고 느꼈습니다. 권태와 공허. 어쩌면 그들에게 가장 참을 수 없었던 것은 불편한 몸이 아니라, 이런 정신적 상실감이었겠지요.

 

이런 그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찾아 옵니다. 이를테면 다시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기분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회생의 기회 말이지요. 그들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 정의감은 전혀 아니다...라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역시 그들을 움직이는 건 정의감 보다는 전선에 뛰어 들었을 때 느끼는 긴장감 속에서의 삶의 활력이라는 것을 부정하지는 못할겁니다. 이는 바꿔 말하면 그들이 다시 범죄의 소굴, 위험에 근접한다는 말과 같습니다. 처음은 부머 친구의 딸이 실종되는 사건에서 시작합니다. 그녀가 무사하길 부머도, 데드아이도, 그리고 독자인 저도 간절히 간절히 바랐는데.....(뒷 이야기는 직접 읽으시며....^^;) 그리고 그녀를 찾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거대 마약 조직과 그곳의 수장. 그들의 마약 운반법에... 진심으로 화가 나 욕이 튀어나오더군요. 그렇다면 이렇게 어마무시한 조직을 경찰은 왜 그냥 두고만 보고 있을까요? 아이러니하게도 경찰이어서 그렇답니다. 그들 또한 조직에 속해있고 시스템의 한 부분이기에 자신들의 뜻대로만 움직이기엔 분명한 한계가 있을테니까요. 때문에 은퇴 형사들인 아파치 멤버들은 불구의 몸에도 불구하고 강점을 가지고 계획을 실행할 수 있었습니다. 굉장히 저돌적이면서도 치밀하고 계획적으로.

 

어쩔 수 없이 주인공인 부머에 집중되어 있지만, 6명 모두의 개성이 잘 살아있어서 좋았습니다. 역시 저는 이렇게 분업 형태의 캐릭터가 살이있는 이야기가 좋습니다. 또 그들의 계획이 성공해 적이 부들부들 떨 때는 통쾌함도 맛보았습니다. 총알과 폭탄이 난무할 때는 심장이 쫄깃해지기도 했습니다. 때문에 영화로 만들어지면(혹시 이미 만들어졌나? 아님 진행중인가?) 화려한 총격 액션신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거기에 서양 요리 마지막에 뿌려지는 파슬리처럼 약간의 로맨스도 있습니다. 사람 사는 일 중 어쩜 가장 중요한 일인데 빠지면 안되겠지요.

 

스릴넘치고, 때론 통쾌하고, 때론 뭉클하기도 한 재밌는 스릴러 소설. 제가 올해 읽은 '스릴러'들 중에선 단연 제 취향에 꼭 맞는 소설이었습니다. 소설 엔딩엔 마치 다음 이야기가 이어질 것 같은 뉘앙스를 풍기던데.... 혹시 다음 이야기가 또 있는 거라면 그 작품도 꼭 읽어 보고 싶네요.

 

덧) 그래도 만듦새는....역시......좀 더 신경쓰셔야할듯.....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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