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사의 제자들 밀리언셀러 클럽 140
이노우에 유메히토 지음, 김아영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이 소설의 제목을 접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해리포터 같은 판타지 소설인가?...싶었을겁니다. 저도 그랬거든요. 그런데 책장을 들춰 몇장 읽어 가다 보니 어라? 싶습니다. 치사율 100%의 전염병이 돌고, 사회가 혼란에 빠집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28'같은 재난 소설인가도 싶습니다. 최근에 우리는 메르스 공포에 시달렸기에 이런 전염병이라는 소재는 더욱 관심이 가고, 때문에 이야기에 깊이 몰입할 수 밖에 없더군요. 그런데 한창 몰입하며 읽어가다 보니 또다시 어라? 싶습니다. 전염병으로 인한 사회 혼란 및 그 원인, 그로 인한 사회 병폐...뭐 이런걸 다룰 줄 알았던 소설은 갑자기 주인공들에게 생긴 초능력으로 핵심이 옮겨가며 급물살을 타게 되거든요. 그렇다면 역시 판타지 소설이었던건가 싶었지요. 그런데 그게 또 아니더란 말입니다.

 

 그렇다면 이 소설의 장르는 대체 무엇이냐고요? 재난 소설인 것도 맞습니다. 판타지 소설인 것도 맞습니다. 액션 소설인 것도 맞습니다. 스릴러 소설인 것도 맞습니다. SF 소설인 것도 맞습니다. 거의 이 모든 것을 담고 있습니다. 때문에 복합 소설이라고 해야할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띠지에 적힌 '엔터테인먼트 소설'이라는 문구에는 고개가 갸우뚱 해집니다. 소설은 물론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그걸 부정한단 말은 아닙니다. 다만 이 소설을 단순한 '오락'이나 '여흥'으로만 치부하긴 힘들지 않나 싶다는 겁니다. 그렇다기엔 이 소설은 그 제목이 담고 있는 상징적 의미부터가 사뭇 진지하고, 꽤나 철학적이거든요.   

 

 이 소설의 제목인 '마법사의 제자들'은 프랑스 작곡가 폴 뒤카의 '마법사의 제자'라는 교항시에서 따온 것이라 합니다. 이는 괴테의 발라드에서 발췌한 줄거리로, 마법사가 자리를 비운 사이 제자가 어설픈 마법으로 물바다 소동을 일으키는 내용이라 하네요.

 

 소설이나 영화 등에서 전염병이라는 소재는 종종 쓰이곤 합니다. 그럴 경우 그 전염병의 원인은 대부분 인간들의 이기심이나 잘못된 욕망때문이었지요. 이 소설 속 용뇌염이라는 전염병도 따지고 보면 그런 인간들의 도를 넘는 욕망때문에 생겨난 것이었습니다. 즉, 신의 영역에 도전하려던 인간들이 맞게 되는 비참한 최후 같은거랄까요? 괴테의 발라드 속에서의 마법사란 신이 아니었을지... 그리고 그의 제자라는 건 인간이 아니었을지 생각해봅니다. 신은 자신과 꼭 빼 닮은 인간을 창조해냈다고 하지요. 그런데 어리석게도 때때로 인간은 신과 자신이 꼭 빼닮았으므로 자신이 신인 양 헛된 욕망을 품곤 합니다. 물론 그런 인간의 욕망 덕택에 인류는 진일보하게 됐지만, 그에 따르는 부작용 또한 많습니다.

 

 사스, 에볼라, 신종플루, 메르스...등등. 근래들어 무시무시한 신종 바이러스가 자주 창궐하곤 합니다. 그로 인해 엄청난 인명 피해가 나곤 하지요. 저는 이런 바이러스가 유행할 때마다 과포화 상태인 인구의 균형을 맞추려고 신(사실 저는 무신론자입니다. 여기서 신이란 이 세계의 균형을 맞추려는 어떤 절대적인 힘...같은 것을 말합니다.)이 경고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른지 생각하곤 합니다. 균형과 조화를 무시하고 자신들의 욕망만을 채우려는 인간에 대한, 즉 신의 영역을 자꾸 넘보는 인간들에 대한 경고말이지요. 이 소설 또한 그러한 것을 말하고자 했던 것은 아닐까...하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저만의 지나친 억측일까요?  

 

 책 말미에 메구미는 교스케에게 묻습니다. "......역시, 미래는 없다는 거야?" 이에 대한 답은, 특히 긍정의 답은 아마 우리안에 있겠지요.

 

 한 권의 소설을 읽으며 다양한 장르의 맛을 함께 볼 수 있었던 멋지고 맛있는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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