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의 묘
전민식 지음 / 예담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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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학창 시절 역사 수업을 떠올려 본다. 선사시대, 삼국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 그게 끝이었다. 정작 필요한 역사는 근과거인 근현대사일 터인데 나는 줄창 석기 시대가 어떻고, 고구려 백제 신라가 어떻고, 태정태세문단세가 어떻고 하는 지식만 주입하고 또 주입해 왔었다. 그래서 나는 역사라는 과목이 참 싫었고, 역사에 몹시도 무지했다. 그러다 성인이 되고 차차 깨닫게 된 (주로 소설로 많이 깨쳤다.) 우리나라의 파란만장한 근현대사. 적잖은 충격을 받았었고, 나의 무지함에 분노했었다. 이 소설 또한 그때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결코 잊어선 안되는데 자꾸만 잊혀져 가는 이야기.

 

  정재계의 정점에 계시는 분들은 중요한 선거나 거래가 있을 때 점집을 찾는다고 들었다. 풍수에도 민감하여 무덤 터를 꼼꼼하게 따진다다 들었다. 요즈음도 그러할진데 1970~80년대는 오죽했을까. 이 이야기는 1979년 대통령이 저격 당한 그날부터 대통령의 장례가 치러지는 9일 동안의 이야기이다...라고 소개되고 있지만, 사실은 광복 이후 부터 이어져 오던, 우리 나라 민주주의의 암흑기에 대한 이야기이다. 또한 이 이야기는 중범, 도학, 해명이라는 세 도굴꾼이며 지관들을 이용한 군부 세력의 암투극이라 소개되고 있지만, 사실은 그 시절을 살았고, 살아냈고, 희생당했던 그분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즉, 우리가 결코 잊어서는 안되는 이야기. 그리고 사실은 지금도 여전히 이어져 오고 있는 바로 나와 당신과 우리들의 이야기.

 

  항상 그 시절의 이야기(소설 영화 드라마 할 것 없이)를 접하다 보면 인간이 어쩌면 같은 인간에게 이렇게까지 잔인한지에 대해서 놀라곤 한다. 도대체 권력이 무엇이길래 사람이 같은 사람에게 그런 짓들을 저지른단 말인가. 내가 사는 현재는 그 시절에 비하면 참으로 살만하지만, 또한 그 시절 못지 않게 하 수상하기에 그 시절을 바꾸려 자신을 희생했던 분들을 생각하면 참으로 고맙고 또한 부끄럽고 미안하기도 하다. 이러한 감정들을 다시 한번 절절하고 담담하게 내 안에서 들끓게 했던 멋진 소설이었다.

 

 p.234 지금도 잊어서는 안 될 이야기들이 세상 여기저기에서 일어나고 있다. 희극이든 비극이든 어쩌면 잊어서는 안 될 그 일들은 사실 오래전부터 그 일들이 일어날 것이라고 우리에게 신호를 보내왔던 것인지도 모른다. 원하지 않았지만 어느 순간 암흑의 구덩이로 넘어가 버리고 만 시절과 사람들에 대해 오늘도 부끄럽고 미안하다. (- 작가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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