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수련
미셸 뷔시 지음, 최성웅 옮김 / 달콤한책 / 2015년 2월
평점 :
품절


  수 년 전 한국에 모네 전시회가 있어서 보러 갔던 적이 있다. 미술엔 문외한인 내게도 모네의 그림은 어쩐지 예뻤고, 아늑 했고, 따뜻하다고 느꼈다. 그런데 검은 수련이라니...... 짧은 상식이지만 검은 색으로 그려진 수련은 본 기억이 없다. 그래서 궁금증이 일었다. 게다가 작년에 참 재밌게 읽은 '그림자 소녀'라는 작품과 같은 작가라 한다. 프랑스라는 나라는 왠지 '예술'적인 나라라는 인상이 강하다. 그런 예술적인 나라의 작가가 아예 예술 작품을 소재로 쓴 게다가 추리 소설이라니 끌리지 않을 수 없다. 다빈치 코드나 바람의 화원에서 느꼈던 그 재미와 감동을 다시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설레며 책장을 폈다.

 

  이 이야기는 지베르니라는 모네의 고장에 살고 있는 세 여자의 이야기 이다. 심술쟁이, 거짓말쟁이, 이기주의자. 각각의 인물들의 시점이 서로 교차하며 사건이 전개가 되는데 책을 끝까지 읽을 때까지 좀처럼 사건이 풀리지 않고, 힌트조차도 찾아 보기가 힘들다. 하지만 사실 나는 이 소설의 반전을 맞춰버렸다. 그렇다고 무슨 논리적 근거로 추리를 했단 의미가 아니라 그저 책을 읽다가 아무런 근거 없이(어떻게나 왜 따위 없이 오로지 감으로) 혼잣말로 이런 상황에선 이러이러하면 대박 반전이지 않나? 했던 점이 들어맞았다. 그렇다고 충격을 받지 않은 것은 아니다. 반전이 무엇인가 보다는 "어떻게"나 "왜"의 문제가 더욱 중요한 것이니까. 그래서 사건이 해결되던 마지막 순간엔 나역시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작가가 이런 식으로 독자들에게 사기를 치다니. 이런 뒤통수 얻어 맞기는 언제든 환영이다. 그림자 소녀때 보다 훨씬 더 소름 돋는 뒤통수를 후려 갈기기! 갈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ㅋㅋ;

 

  그림자 소녀에서도 느낀 바지만 미셸 뷔시에겐 자신의 조국을 매우 아름답고 예술적으로 묘사하는 능력이 매우 뛰어난 것 같다. 원래 지리학자이기도 하다는 작가의 이력 때문일까. 그림자 소녀를 읽으면서 프랑스 여행이 너무나도 가고 싶어졌었는데, 아예 검은 수련에서는 이 책을 읽는 동안만큼은 이미 독자들 모두 넵튠(책 속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캐릭터였다. 지베르니 강가에 가면 왠지 그와 만날 수 있을 것만 같다.)과 함께 지베르니 이곳 저곳을 뛰고 산책하게 되리라. 그런 독자들께 조언을 하고 싶다. 지베르니의 광경이나 모네의 연못에 너무 시건을 뺏기지 마시라. 그러다 정작 사건은 뒷전이 되어 막판엔 작가에게 엄청난 뒤통수 얻어 맞기를 당하시게 될지니..... 그런 반전에 또한 너무 애달아 하지도 마시라. 반전과는 또 다른 반전 아닌 반전이 당신을 기다릴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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