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의 아이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영주 옮김 / 박하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대 작가의 초기작>

사람들에게 추리소설 하면 누가 제일 먼저 떠오르는가? 하고 묻는다면 아마 십중팔구 히가시노게이고와 미야베미유키(미미여사)라고 답할 것이다. 내게 있어 미미여사는 모방범이라는 대작으로 몇몇 일본 작가들덕에 견고하게 구축되어 있던 편견(일본 소설은 어둡고 염세적이고 지루하다.)을 깨고 책읽기라는 행위 자체에 대한 재미를 알게 해 준 작가였다. 해서 믿고 보는 작가 중 한명. 사실 그녀의 시대물(왠지 다른 나라의 시대물은 손이 잘 가지 않는다.)은 읽지 않는 터라 실로 오랜만에 만난 그녀의 현대물은 반갑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사실 이 작품은 작가의 초기작인지라 현대물이라고는 해도 배경이 1980년대 후반이다.

 

<매력적인 캐릭터>

역시 나는 매력적인 캐릭터들에게 약한 것 같다. 내용이야 어찌 되었든(물론 내용이 중요하지 않단 얘긴 아니다.) 일단 캐릭터가 (지극히 주관적인 내 기준에 의거하여) 매력적이면 80퍼센트는 먹고 들어간다. 책 제목에서도 보듯 이 작품의 주인공은 형사의 아이 '준'이다. 부모의 이혼으로 형사인 아버지와 살게된 중학교 1학년 아이. 그리고 집에 거의 머무르지 못하는 아버지(미치오)를 대신하여 집안일을 하고 준을 돌보는 가정부 할머니 '하나'. 하나 할머니가 모성 비슷한 감정으로 준을 보듬아서일까....이 두사람의 대화는 참 따듯하여 나마저도 힐링이 되곤 했다. 물론 형사인 미치오(준의 아버지)와 그의 파트너 '하야미'도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고군분투 하지만 역시 '준'과 '하나'의 콤비 플레이는 단연 돋보인다. 거기에 '준'의 친구인 '신고'의 헐랭하면서도 저돌적이며 예리한 매력. 모범적인 형사 스타일에 외양 묘사된 부분은 전혀 없지만 왠지 굉장한 미중년일 것만 같은 준의 아버지 '미치오'와 그의 파트터인 따뜻한 형사 '하야미'까지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이 넘쳐나는 이 소설. 별점을 후하게 줄 수 밖에 없는 소설이다.

 

<사회적인 메시지>

미미여사는 역시 사회파 미스터리 작가이다. 그래서 그녀답게 (일본에 대한 식견이 좁아 몰랐는데 작품 해설을 보아하니) 1980년대 후반 도쿄의 상황을 잘 그렸다 한다. 그리고 이 소설의 핵심인 '소년범 문제'. 어리다는 이유로 면죄부를 받기에 아무런 죄책감 없이 범죄를 자행하는 아이들. 이는 비단 일본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길에서 문제가 되는 행동을 하는 청소년들을 보아도 결코 지적을 해선 안되는....... 오히려 불똥이 튀지 않게 피해 가야하는 현실을 보건데.....우리나라도 심히 고민해 봐야할 문제가 아닌가 싶다.

 

<상상력의 힘>

이사카코타로는 자주 '최고의 다정함은 상상력.'이란 말을 하곤 한다. 그런데 이 책 속에서도 비슷한 말이 하나의 입을 통해 나온다. 아이들의 범죄는 상상력이 부족해서라는 말. 내가 누군가에게 꼬집히면 아프듯 내가 다른 사람을 꼬집으면 그도 아플거다...라고 상상할 수 있는 그 능력말이다. 세상이 갈수록 개인주의화 되다보니 타인을 배려할 줄 모르게 되고, 때문에 범죄도 늘어만 가는 것이라고, 미미여사도 이사카코타로도 말하는 것이리라. 컴퓨터와 스마트폰에 길들여져 사색(생각)이 아닌 검색을 즐기는 수동적인 삶. 다 성장하여 이런 문명의 이기들을 접한 어른들도 이럴진데.....태어나면서부터 그것들에 둘러쌓인 삶을 사는 아이들은 오죽하겠는가...... 사람들이 점점 상상력을 잃어가는 현실을 생각하니 왠지 무서워졌다. (아가들아..... 상상력을 기르자.....그러니 책 좀 읽자....^^;;)

 

<시리즈에 대한 기대>

에필로그까지 읽고 책을 덮으며...... '준'과 '하나'의 콤비플레이가 더 이어지면 좋겠다 싶어 아쉬웠다. 시리즈물로 쓰여졌으면 참 좋았을텐데...하고 생각했는데 일본에선 역시 시리즈물로 나와 있다 한다. 그 초석이 발간되었으니 후속작들도 계속 번역되리라....나는 이미 기대하고 있다. 배추 절임을 만들며 나누는 영화 및 사건에 대한 '준'과 '하나'의 대화가 나는 벌써 그립다. 그러니 그 기다림이 그리 길지 않았으면 좋겠다.

 

<밑줄 긋기>

p.212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사람은 누구나 무장한다는 거예요. 다만 뭐로 무장하는지는 사람마다 다르답니다. 갑옷을 입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총을 드는 사람도 있어요. 가라테를 배우는 분도 계시겠지요. 그리고 어떻게 무장하느냐에 따라 걷는 장소도 달라져요.

 

p.256

"오키 쓰요시는 나도 엄청 열 받았단 말이야. 좀 더 엄하게 키워야 하는 거 아냐?"
"그보다 상상력을 키우는 연습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상상력?"
"네. 다른 사람이 당할 불편을 생각하는 것도 상상력이 있어야 가능하거든요. 누가 날 꼬집으면 아프다, 그럼 너도 꼬집히면 아프겠구나,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마음 말씀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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