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범
권리 지음 / 은행나무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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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디스토피아>

 며칠전 100년 후의 세상을 그린 '강철무지개'를 읽었는데 이번엔 300년 후의 세상을 그린 '상상범'이다. 역시나 또 미래 '디스토피아'를 그리고 있다. 과거와 현재가 켜켜이 쌓여 미래가 되는 것일 터, 과거와 현재가 디스토피아였으니 역시 미래 또한 그러리라 예상할 수 밖에 없는 것일까. 이 소설의 배경인 2322년은 환태평양 지진대 부근에서 일어난 대규모 지각 변동으로 인해 전세계가 하나의 대륙이 되어 버린다. 그리고 이 소설의 무대는 그곳의 중심부인 URAZIL이라는 연합공화국이다.

 

<상상이 범죄가 된다.>

 이 URAZIL 연합공화국은 날로 늘어만 가는 범죄율을 낮추기 위해 범죄완화특별조치법을 시행하여 살인 이하의 조를 저지른 자를 전부 석방해 버린다. 하지만 이로 인해 범죄자들의 수가 격감하자, URAZIL 전체 생산량의 90%를 차지하고 있던 교도소 체인 로텍(Lawtech)의 생산량 또한 격감하여 위기를 맞게 된다. 하여 독특한 타개책을 내놓았으니, 그것이 바로 상상을 법으로 금하는 것이다. 모든 범죄의 시작은 상상이기에 이 상상을 원천 봉쇄해 버리겠다는 것이다. 이 획기적 법안은 불참석한 1명의 의원을 제외한 모든 국회의원의 만장일치로 통과되고 만다. 참으로 말도 안되는 설정인 반면 또한 너무도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바람에 역설적 공포를 느꼈다.  

 

<음모론>

 이 말도 안되는 법안으로 주인공인 배우 기요철은 재판을 받고 로텍에 수감된다. 요철은 도저히 이 상황이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았기에 그가 겪고 있는 이 현실을 모두 연극이라고 생각하게된다. 그리고 이런 요철의 생각을 역이용하려는 음모가 있다. 왜 드라마나 영화속에서 주인공이 누명을 쓰고 갖은 고초를 겪는 것이 실상은 윗분들의 음모라는 그런 설정 말이다. 그런 음모들을 접할때면 내가 이런 세상에 살고 있구나 하는 혐오감과 공포스러움도 느끼지만, 한편으론 지금 우리 주변에서 끊임없이 행해지고 있을 음모들을 전부 까발려버리는 것 같아서 시원하기도 하여 음모론은 항상 흥미를 끄는 소재이다.

 

<풍자와 조롱, 블랙코미디>

 처음 책을 펼쳐들고 URAZIL(United Republic of Asian Z-land)이란 단어를........우리 말로 옮겨 보았을 때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우라질! 정부라니......!! 이 얼마나 통쾌한가 말이다. 이처럼 이 작품 속 곳곳엔 이런 식의 풍자와 조롱이 가득하다. '숫자는 인간을 완전하게 한다.'라는 표어라든가, 율리가 발견한 공식(F=u*c/k)이라든가, 판사, 검사, 변호사에 붙는 사(事, 士)는 떼버리고 ‘상’(商)을 붙여 부르는 것 등. 평소 이런 식의 풍자를 좋아했던지라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 내게는 이것이었다. 하지만 이런 풍자나 블랙코미디의 웃음 끝에 오는 뒷맛은 역시 쓰디쓰기만 하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요즘 뉴스를 보다 보면, 지금이 과연 21세기인지 1970_80년대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이런 시대착오적인 일들이 반복되다보면..... 이 소설에서 그린 것처럼 개인의 '상상' 마저도 법으로 금해버리는 날이 오지 않으리란 법도 없으리라. 옛일들을 생각하니 무섭고, 현재를 생각하니 답답하고, 앞으로를 생각하니 깜깜하기만 하다. 이런! 나는 방금 우라질 공화국의 기준으로 중범죄를 저지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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